관심 가던 책이 도서관 신간서가에 꽂혀있어서 당장 들고 왔다. 한시와 음식이 결합된 책이라고 할까. 한문학 전공하신 교수님이 한시 중에서 음식 이야기를 모아 소개하고 해석을 붙여 내신 책이다.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1. 한시로 '먹는 이야기'도 많이 썼구나한시 하면 뭔가 고상하고 심각하거나 우아한 얘기만 썼을 것 같은데 이렇게 먹는 얘기도 많이 나오는구나. 책의 분량도 꽤나 방대하다. '먹는 이야기'는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즐겁다. 아이들한테 글감으로 먹는 이야기를 주면 평소에 글쓰기 싫어하던 아이들도 신나서 잘쓴다. 한편 얼마전 음식 에세이를 한권 읽었는데 재밌더라구. 그때 검색해보고 그런 류의 책이 꽤 많은 것도 알게 되었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먹는 즐거움만큼 큰 것도 드무니까.2. 그 옛날에도 조리법은 최대한 다양했구나'먹는 데 진심' 이라고들 하지. 옛날에도 다양한 식재료로 다양한 양념을 사용하여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우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려면 여자들이 고생깨나 했겠다. 지금도 '삼식이'는 지탄의 대상인데 옛날이야 누구나 삼식이였을테니 말이야... 돌아서면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기는 해도 묘사된 음식들은 정말 지금 못지않게 맛있었겠다.3. 한자는 정말 양반들의 문자였구나.한시를 보니 정말 한자는 양반들의 언어일 수밖에 없었음이 실감난다. 드문드문 아는 한자들이 보이기는 하나 모르는 한자 투성이고 해석은 더욱 어렵다. 이 수많은 한자들을 익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을까. 그러니 당연히 백성들에겐 그림의 떡이었겠지. 난 중고딩 때 한문 과목 성적이 꽤 좋았었는데 한구절이라도 읽어보려 눈을 부릅떠 봤지만 어림없었다.^^;;; 새삼 한글의 은혜로움에 찬사를.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여 이렇게 고서를 해석해 주시는 학자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4. 익숙한 음식을 보니 친근하구나다루어진 음식도 얼마나 다양한지 총 5부의 편성으로 되어있다. 나의 특별한 밥상(재료별로 다시 나뉨), 문인들의 미식회, 길 위의 밥상, 계절 밥상, 다과상 이렇게 나뉘어 있으니 참 다채로운 구성과 내용이다. 첫장에서 선비들이 쌈싸먹는 모습을 표현한 시와 다양한 쌈채소 이름들을 보니 친근하다. 음 역시 쌈밥은 대표적인 k-푸드로구나. 계절밥상 여름편에 '꿀 탄 빙수'가 있길래 오잉? 하고 보았더니 여기서 빙수는 언 우유를 간 오늘날의 빙수가 아니고 말 그대로 '얼음물'이다. 왕과 그 측근만 먹을 수 있었던. 그 시원함을 그리워하며 쓴 글이다. 그러고보면 아무때나 냉장고만 열면 얼음이 한통 그득 차 있는 지금의 팔자가 얼마나 편한가.ㅎㅎ5. 간식은, 특히 단 것은 귀했겠구나제목인 '단 것'은 마지막장 '다과상'에 집중되어 있다. 현대 우리나라 입맛은 단맛에 거의 마비되어 있다시피 하다. 반찬에도 설탕을 때려넣으니까. 그렇지 않던 옛날에는 다소의 단맛도 황홀하게 즐겼던 것 같다. 각종 과일과 곶감, 떡 등을 귀하게 먹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책 제목 치고는 참 특이한 '날보고 단 것에 미쳤다고 하든 말든'은 엿에 대해서 쓴 김조순의 싯귀이다. 엿이야 뭐 지금은 단 것 축에도 못들지만. 그리고 나는 엿을 별로 안좋아하지만 당시를 상상하면 참 귀한 간식거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사람 사는 모든 일이 예로부터 이어져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음식도 예외는 아니다. 그 이어짐을 한시를 통해 알게된다는 점이 참 흥미롭고 특별했다. 책의 구성도 좋고 내용도 알차다고 느꼈다. 저자와 출판사 모두 오랜 기간 애써서 준비하신 책인 것 같다. 그런 만큼 독자도 한달음에 읽어치우긴 힘들다. 조금씩 음미하며 읽는 독서방법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