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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양이 포
이와세 조코 지음, 마쓰나리 마리코 그림, 이랑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8월
평점 :
작은 에피소드 하나에 불과한 이야기인데 어쩜 이렇게 깊고 따뜻할까. 그래선지 80쪽 정도의 얇은 분량인데 중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다. 고학년이나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저학년이 읽기에도 어렵진 않다. 독자층이 한정된 책도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이렇게 모두에게 열린 책은 참 귀하다.
요즘 고양이 없이는 얘기가 안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고양이는 동화의 단골 소재이다. 하지만 새로울 게 없는 소재와 어찌보면 교훈적인 주제가 전혀 식상하지 않았다. 작가님이 보낸 아주 섬세한 물결이 다가와 닿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는 어느날 등하교길에 고양이를 만났다. 주인이 없어보이는 그 고양이는 하루를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몇번 쓰다듬다 그만 그 고양이에게 마음이 가버렸다. 하필이면 비까지 주룩주룩 내렸다. 하루로서는 고양이를 안고 집에 올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도 연민을 보이고, 고양이를 키울 수 있게 되어 하루는 너무 행복했다. 이름을 짓는 과정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것저것 불러봐도 반응이 없던 고양이가 '포'라는 이름에 살짝 반응했다. 그렇게 포는 하루네 고양이가 되었다.
그런데 갈등은 여기서부터다. 모리라는 아이가 전학왔다. 성격이 무척 좋은 친구였다. 둘은 친해져서 함께 하교하는데, 모리네 고양이가 이삿날 사라져서 아직 못찾았다는 얘길 듣는다.
"나는 고양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묻지 않았다.
왠지 어떤 고양이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37쪽)
이제 하루는 모리를 멀리한다. 그럴수록 내적 갈등은 커져만 간다. 어느날 길에서 마주친 모리에게 잃어버린 고양이 이름이 '퐁'이라는 얘길 듣고 가슴이 내려앉는다.
"가슴이 너무 쿵쾅거려서 모리랑 이야기하는 게 힘들었다." (52쪽)
집에 온 하루는 고양이를 끌어안고 "포, 너는 내 고양이 포 맞지?" 하고 속삭인다. 진실을 외면하고 싶은 하루의 애정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방과후 수업에서 동물 그림을 그리던 날, 하루는 모리에게 저리 가라고 심술을 부리고,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왔다.
"혹시 포가 퐁이라면, 포를 모리에게 데려다줘야 하는걸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는 포와 너무 친해졌으니까.
정말 그러기 싫었다." (68쪽)
자고 있던 '포'를 부르며 쓰다듬던 하루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때, 착하고 여린 하루의 마음이 느껴진다. 하루는 절대 부르고 싶지 않았던 그 이름을 불러본다.
"퐁....."
그러자 고양이의 반응이.... 이제 어쩔 수 없었다. 하루는 벌떡 일어났다. 결말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다.
"퐁이가 행복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83쪽)
하루가 끝까지 숨기지 않고 모리를 집에 데려온 것에서 정직함, 양심을 지키는 태도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이정도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걸음 더 들어가면 거기에는 사랑의 태도가 있다. 진정한 사랑. 그것은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다. 소유를 넘어선 사랑, 상대의 행복을 지켜주고 더 나아가 찾아주는 태도가 사랑임을 이 어린 아이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소유욕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데서 수많은 비극, 때로는 참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상대를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도, 심지어 범죄자들도 자신은 사랑했다고 말한다. 인정해줄 수 없다. 이 작은 동화책이 말해주는 바에 의하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니까.
"혹시 포가 퐁이라면, 퐁은 분명 모리가 엄청나게 보고 싶을거야.
나는 왜 지금까지 퐁이 마음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73쪽)
자신이 지은 이름 '포'를 미련없이 버리고 '퐁'을 부르는 이 아이를 보라. 어른 중에도 이보다 멋진 사랑을 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걸. 연인이든 친구든 자식이든 모든 관계에서. 그래서 난 포를 쓰다듬으며 떨구었던 하루의 눈물이 보석보다 아름답고 순수하다고 느꼈다. 이런 아이들은 커서 얼마나 멋진 사람들이 될까. 그러면 세상이 무슨 걱정일까. 책을 읽는다고 그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을 많은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어른들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