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르의 숲 이야기 친구 제제
이귤희 지음, 오승민 그림 / 제제의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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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의 생활이 끝난 지금, 예전만큼 어린이책을 읽지 않지만 그래도 도서관에 가면 어린이 자료실에 들르긴 한다. 이젠 수업에 활용하거나 아이디어를 줄 책들을 찾지는 않으니 비문학 쪽은 잘 보지 않고, 동화 중에서 '아직도 재밌을 만한' 책이 있나 살펴보는 거다. 신간코너를 한번 둘러보고 '재밌으려나' 하는 책이 있으면 가끔 대출도 한다. 이 책도 그렇게 대출한 책이다. 유승민 작가님의 그림이 눈에 띄었고, 이귤희 작가님의 '고양이 섬'이라는 책을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읽어보니 전쟁의 본질과 속성을 정확히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한번에 다 읽긴 했지만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는데, 그건 이제 흥미가 거의 사라진 나의 상태 때문이 아닌가 싶고, 무거운 주제를 담으며 이정도 서사를 펼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주제를 교훈적이지 않게 서사의 무게로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타마르가 무엇인가 검색해보니 대추야자 열매이고 풍요를 상징하는 말이라고 한다. 풍요의 숲. 인간이 가진 감사하고 행복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것이 분쟁의 씨앗이 된다. 무엇 때문이겠는가? 바로 욕심이지. 나눠 갖기 싫어하고, 독차지하고 싶어하고, 한꺼번에 많이 갖고자 하는 욕심. 그 욕심이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본래 갖고자 하던 것마저도 파괴한다. 전쟁에 승리란 없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이러한 전쟁의 속성을 이 책은 정확히 꿰뚫어 보여주고 있다.

다치고 기억을 잃은 아이 로아는 리마엘 나라의 마리 할머니 집에서 보살핌을 받고 살아났다. 이 나라는 디아스 나라와 전쟁중이라 궁핍하고 비참한 상태다. 모두가 전쟁에서 이기면 이 상태가 끝날 거라며 전쟁 승리에만 목을 매고 있다. 두 나라의 싸움은 풍요의 숲, 즉 자야 숲을 차지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됐다. 빽빽하고 울창한 자야 숲은 아이들에게만 들어올 틈을 열어 주었고, 두 손으로 가지고 나갈 만큼의 자야 열매만을 허락했다. 두 나라 모두에게 공평했고, 숲 안에서 두 나라 아이들은 함께 어울려 놀았다. 어른들은 그게 감질나고 양에 차지 않았다. 마치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듯 두 나라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의 파괴상과 참상, 인간성 상실의 장면이 작품 안에 잘 표현되었다.

"전쟁에서 이기는 건 없어. 모두 망할 뿐이지... (중략) 우리가 갖고 싶으면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 전쟁은 전쟁을 부른단다. 전쟁이 인간의 욕심을 깨우기 때문이지. 결국 우린 모두 죽게 될 거야." (78,80쪽)

"수많은 사람과 항구를 없앨 힘은 있지만 작고 힘없는 아이 한 명을 살릴 힘은 없었다. 파괴는 너무나 쉽고 생명을 지키는 건 어려웠다." (100,102쪽)

"이제 자야 열매는 중요하지 않아. 적에게 자야 숲을 뺏기느니 아예 없애는 게 낫지. 전쟁에선 이기고 지는 게 더 중요하니까. 자야 숲은 적들과 함께 사라질 거다. 그럼 우린 숲은 잃지만, 전쟁에서는 이기겠지." (107쪽)

하지만 이 참상들 속에서도 마지막 인간성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아주 미약해서 대부분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아니 그래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결말도 그렇고 우리 세상도 그 힘으로 이나마라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도 추악한 이기심을 명분으로 포장하려는 자들이 존재한다. 그런가하면 내 안에도 크건 작건 이런 본성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의 싸움은, (전쟁이 아닌 싸움은) 아주 여러 방향으로 뻗어 있어야 한다. 한 방향에만 매몰되면 다른 방향을 놓칠 수 있는 아주 정교한 싸움이다. 어린이들도 독서를 통해 이 싸움이 가능한 눈을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4학년 이상 어린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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