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말의 가시 바일라 26
김영주 지음 / 서유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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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작가님들이 많으신 것 같다. 내가 알던 김영주 작가님만 해도 남녀 각각 한분씩 계셨다. 그분들 중 누굴까 하면서 봤더니 또 다른 분이었다. 책도 많이 내신 분이네. 좋은 작가님들도 많고 읽을 책들은 더더욱 많다.^^

작가가 어떤 소재를 발견해내고 그 고유의 특성에 따라 작품의 주제를 표상할 상징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건 큰 행운인 것 같다. 이 책의 '돌말'이 바로 그러하다. 돌말. 들어는 봤는데 뭔지 잘 몰랐다가 검색해봤더니 식물성 플랑크톤이었다. 먹이사슬의 베이스에 위치하는, 맨눈으로는 보기 어려운 작은 생물.

그 돌말을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가시가 있는 종류가 있는데, 그들은 그 가시로 서로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깍지를 낀다고 한다.
"돌말은 서로의 가시를 붙잡고 깍지를 껴.
그렇게 하나둘 모여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지.
보석처럼 빛나는 무늬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세상이 살만해 보이더라."
이것이 이 소설의 중심 이미지이다. 돌말을 관찰해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상상할 수 있다. 인간의 시력으로 볼수 없는 미시세계의 환상적인 이미지를. 그 한 장면으로 풀어간 이 청소년 소설은 그 이미지만큼이나 섬세하고 아름답다.

주인공들의 처지가 밝은 것은 전혀 아니다. 처음부터 한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건이 나와서 흠칫 놀랐다. 결말까지 이 아이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이 과정들을 통해 성장했으니 그래도 괜찮았어... 할 수는 없었다. 누구에게나 생명은 하나뿐이니까. 슬픔이란 자국은 지우지 못하고 그냥 안고 가는 것이다. 뒤늦게 알게된 그 아이의 마음에 남은 사람들은 안타까움과 후회가 남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민주의 죽음 때문에 서로 잘 모르던 세미(화자)와 수현(남학생)이 엮여서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수현이는 얼핏 돈독이 오른 비인간적인 놈으로 보이는데, 세상에 의지할 데라곤 한 군데도 없이 혼자 힘으로 서야 하는 보육원 출신 자립청소년이다. 그가 무슨 일이든 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건 그나마 건강한 지표라고 하겠다.

세미로 말하자면 부모님은 계시지만 아빠가 빚쟁이... 돈사고의 고충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수없는 이사와 늘 긴장해야 하는 형편은 아이를 고립시켰다. 부모님께도 친구들에게도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 까칠한 아이로 성장시켰다.

말하자면 각자의 아이들은 가시를 잔뜩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랐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가시를 '돌말의 가시'에 대입시켜 공격의 가시가 아닌 연대의 가시로 만든다. 이상적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연대하는 이들은 팔자가 좋아서가 아니다. 그들이 깍지를 낀 모습들은 작가가 제시하는 이 돌말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다.

적절한 어른 조력자가 나오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자 다행스러운 점이다. 담임선생님의 친구 선홍쌤. (담임선생님이 소개) 동네 후미진 서점에서 아이들과 과학동아리를 하고 관찰샘플을 채취하고 정리하는 일들을 하는. 실속없는 일은 절대 안하려는 나랑은 너무 달라서 선뜻 이해는 가지 않지만 이런 넉넉한 마음의 어른들이 그나마 아이들을 살린다. 아이들 자체의 자생력도 있긴 하지만 어른의 존재도 필요하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 작은 세상에 감탄해마지않을 아름다운 형상이 있다. 저마다의 세상이 모두 이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아름다움에 현미경을 대어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표지에 보일듯말듯한 제목마저도 그 이미지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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