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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진은영 지음, 이수지 그림 / 초록귤(우리학교) / 2026년 4월
평점 :
읽고나서 살펴보니 4월 16일을 발행일로 찍고 나온 책이다. 어느새... 12년이 지난 4월 16일.
97년생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던 그해, 2014년에 그애들은 고2였고 살아있다면 올해 서른이다. 그사이 취직도 했겠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 아이들도 있겠지. 그 과정을 지켜보며 세월 빠르네, 말하며 어쩌면 할머니 할아버지도 되었을 엄마 아빠들은 여전히 무뎌지지 않는 아픔 속에서 이날을 맞았겠지.
어제가 그날이어서 페북에서도 많은 추모 포스팅을 보았다. 12번째 추도회에 처음으로 대통령도 참석했다는 뉴스도 보았다. 많은 재난들이 있었고 어느하나 슬프지 않은 것은 없지만 이 재난은 여전히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어 답답하고 언제쯤 제대로 된 추모를 할 수 있을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날씨도 궂던 그해의 4월을 분명히 기억한다. 전원 구조되었다는 오보에 안심했던 전국민은 정반대의 현장에 기함했다. 전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보는 눈앞에서 많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수장되었다. 그 집단적 패닉을 어떻게 잊을까. 하지만 조금씩 무디어진 나를 느끼기는 한다. 하지만 부모는 그럴 수가 없겠지.
제목만 보고는 이 책이 세월호 이야기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하지만 첫 장을 넘기자 바로 알게 되었다.
"엄마 미안,
2킬로그램 조금 넘게,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
스무 살도 못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
화자는 그때 떠난 학생 중 한 명인 예은이다. 그해 가을 예은이의 생일날 진은영 시인이 썼던 시를 그림책에 맞게 조금 다듬은 것이다. 그날은 또다른 한명의 생일이기도 했다. 예은이의 쌍둥이 언니. 쌍둥이 자매를 잃고 혼자 남은 아이의 심정은 어떨까. 시인은 그 언니를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의 쌍둥이 언니,
나와 손잡고 세상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
나는 언니가 행복한 시간만큼 똑같이 행복하고
언니가 사랑받는 시간만큼 똑같이 사랑받을 거야.
그니까 언니, 알지?"
이렇게 언니나 할머니, 친구들을 부르기도 하지만 예은이의 편지는 (진은영 시인의 생일시는) 주로 엄마아빠를 향한다.
"엄마 아빠!
나를 위해 걷고
나를 위해 외치고
나를 위해 싸우고
그날 이후에도 많이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아프게 사랑해줘 고마워."
그날 이후 엄마아빠가 싸워야 했던 세월을 위로하는 느낌이다. 자식을 그렇게 잃은 슬픔을 덜어주진 못할망정 상처를 파헤치고 모욕까지 주었던 그 세월을 생각하면 하늘에서도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그래서 꼭 말하고 싶을 것 같다. 저는 괜찮아요. 저는 잘 있어요. 부디 우리 엄마 아빠를 지켜주세요. 더이상 슬프지 않게 해주세요. 이런 슬픔이 또 있지 않게 해주세요.
이 책 또한 이러한 예은이들의 마음에서 나온 책이라고 생각한다. 예은이들은 자신들이 잘 있다는 말로 부모를 위로한다. 그보다 더 큰 외로가 있을까.
"엄마,
여기에도 아빠의 넓은 등처럼
나를 업어주는 뭉게구름이 있어.
여기에도 친구들이 달아준 리본처럼
구름 사이에 햇빛이 눈부시게 펄럭이고."
이 장면과 며칠 전 알게된 이찬혁 솔로앨범에 있는 '장례희망'이라는 곡이 교차되었다. 그렇다고 슬픔이 기쁨이 될 수는 없지. 하지만 엄마아빠들의 작았던 기쁨 옆에 나란히 등을 댄 거대한 '슬픔'도 이제는 딱지가 앉은 모습이길 기도한다. 우리가 함께 기억하며 목소리를 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