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중의 한분이 건너 아는 분이어서, 책을 쓰셨다기에 사보았다. 그보다 먼저 들었던 소식은 이분이 '아만자"(이 책 속의 표현. 제대로 쓰면 암환자)가 되셨다는 소식이었다. 대학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강의를 하시고 연주를 비롯한 문화 관련 일들도 많이 하시고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일처럼 마음을 내주는 사람이라고 느꼈기에 안타까웠다. 왜 할 일 많은 사람에게... 왜 40대의 젊은 나이에... 이런 생각으로 속상해했지만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니어서 근황을 바로바로 알진 못했다. 책이 나온 걸 보니 어떤 고비를 넘은 상황이 아닐까 생각하며 조금 안도하는 마음이 됐다.추천사를 보니 '지선아 사랑해'를 쓰신 이지선 교수님과 친구였구나! 그 책은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책 중의 한 권이다. 30대 젊은 시절에 그 책을 읽었다. 지선 씨는 20대였던 때다. 나보다 어린 그녀가 이런 고통의 터널을 넘어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전신 화상을 입고 수많은 수술과 치료를 하며 고통을 견뎌야 하는 그 상황에서 인간이나 신을 저주하지 않고 믿음이 더욱 또렷해지는 그 과정을 숨죽이고 지켜봤다. 당시 어떤 신앙서적보다도 믿음의 지침서가 되었다. 이후 나도 조그만 사고로 한쪽발에 화상을 입게 되었는데 그때 깨달았다. 고통이란 다른 것과 병행이 불가하구나. 그냥 그 고통을 느끼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구나. 지선 씨의 책을 읽었지만 진짜로 실감하진 못했던 것이다. 잠 못 이루던 밤 내내 지선 씨를 생각했다. '지선 씨, 미안해'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기도 했던 것 같고 그를 위해 기도하기도 했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기란 이렇게 어렵다. 이 책을 읽고 20여 년 전의 기억을 또 떠올린다.공저자인 두 분은 30년지기 친구라고 한다. 같은 질병까지 갖게 되었으니 위로도 되었겠지만 참 복잡한 심경이기도 했겠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바랄 사람은 없으니... 하지만 그렇게 되어 함께 책도 쓸 수 있었으니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들이 함께 겪었던 유방암의 투병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에서도 지선 씨의 책처럼 신앙을 느낄 수도 있지만 신자들 대상으로 쓴 책은 아니다. 같은 환우들에게 참고가 되고 더불어 위로와 견딜 힘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질병은 아니라도 결국 인간은 대부분 질병으로 무너질 존재이기에 누구나 읽어봐도 의미가 있는 책이기도 하다.1부는 박가빈 작가가, 2부는 박송아 작가가 썼다. 투병의 과정은 주로 여기에 담겨있다. 3부는 여러 주제에 대하여 작가들의 단상이 번갈아 나오는 구성이다. 이런 책이 모든 과정을 지난 후 줄줄이 나오기는 어려우니 결국 평소 기록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아픈 중에도 기록을 남긴 저자들이 훌륭하고, 인간의 기록의 의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박가빈 작가의 글에서는 유방암 수술의 과정과 함께 환자의 심리를 잘 들여다보게 되었다. 사회에서 아무리 유능했던 사람도 환자복을 입혀 놓으면 떨고 있는 작고 외로운 존재일 뿐이다. 그는 그 마음을 숨기지 않았으며 잘 들여다보기도 했다. 1인가구였던 저자가 퇴원 후 부모님 집에서 잠시만 머물고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기 집으로 왔다가 집에 난데없이 번진 작은 벌레들 때문에 다시 돌아가 절규하는 장면이 나온다. 더한 고통도 참았던 그였기에 가족들은 당황했을 것 같지만 한편 너무 공감되었다. 자기주도력이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은 사람을 그렇게 바꾸어 놓는다. 그러니 환자 옆에는 조용히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꼭 있어야겠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박송아 작가의 글에서 알게 된 점은 항암의 과정이었다. 막연히 항암은 힘들다, 머리카락이 빠진다 정도로만 들었던 내게 그 구체적 과정은 읽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지만 처음 알게된 내용들이 많았다. 하루가 48시간인 듯 살아왔던 저자가 전혀 자의가 아니게 일들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과정도 감동적이었다. 그러면서 알게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 신과 인간에 대한 감사도 역시 그러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이 힘겨운 고통의 과정 또한 인생에서 소중했다고 말한다. 작은 고통도 두려운 나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지만 당사자들이 느낀 농도깊은 감정과 생각을 독자 또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육신의 질병과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것이다. 최대한 미루고 싶은 마음과 공포가 본능적으로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다. 최대한 건강습관을 가지고 살아가되 미리 너무 두려워하진 말자고. 그럴 에너지가 있으면 나 자신에게, 주변의 사람들에게 더욱 집중하자고. 작가님들이 이제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며 회복하시길 빈다. 그리고 독자들과의 만남도 넓혀가시면 좋겠다. 다정하고 소박한 형태의 북토크 같은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에 가까웠던 고통이 남은 삶을 더 알찬 맛으로 빚어놓은 느낌이다. 항암 중에 고무줄 씹는 맛이던 음식이 이제 제맛으로 느껴지시는 것처럼. 그래도 결국 우리 모두는 마지막 길을 갈테지만 너무 두려워 말고 갔으면 한다. 이제 생에서 바랄 것은 체에 거른 듯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그중 따스하게 잡는 손, 이해하는 눈빛이 최고일 것 같다. 나를 위해 시간을 내주고 기도해 주는 사람이 가장 고마운 사람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은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