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가루 백년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화작가는 좀 아는 편인데 소설가들은 잘 몰라서 도서관 갔을 때 서가 앞에 서면 좀 막연하다. 그래서 제미나이한테 한번 물어봤더니 이 작가를 추천해 주었다.ㅎㅎ 내가 어떻게 물어봤냐면,
"일본 소설 별로 안읽어봤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들은 대부분 재밌게 읽었어. 그리고 스미노 요루 작품도 몇권 좋았던 게 있어. 고려해서 다른 작가들 추천 부탁해."

읽어보니 왜 이 작가를 추천했는지 알 것 같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와 무해함? 제미나이는 내 취향을 그렇게 판단했나보다. 뭐 틀린 판단은 아니다.^^

엄청 흥미로운 스토리까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책장이 안 넘어가지도 않았다. 100년식당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4대에 걸친 식당의 이야기인데, 술술 읽히면서 주 화자들의 일상 감정에도 공감이 많이 갔다. 의외로 음식 자체에 집중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장마다 여러 화자들이 교차되어 나오는데, 식당의 4대손이라 할 수 있는 오모리 요이치가 가장 많이 나온다. 다음으로는 그의 여친인 쓰쓰이 나나미. 그러니까 어떻게보면 연애소설이기도 하다. 현실연애랄까? 우연히 만나고, 호감을 갖고, 연락하고, 만나고, 친해지고 커플이 되고, 알콩달콩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고, 거기에 오해가 겹치고, 싸우고, 화해하고.... 뭐 그런 이야기들. 나로선 아주 멀어진 시절이지만 자식들 생각도 나고 그들의 현실적 고민이 나이를 떠나 공감도 됐다.

쓰가루 식당은 히로사키라는 시골에 있고 요이치는 독립하여 혼자 도쿄에 산다. 나나미와의 우연한 만남이 운명이 된 것은 둘이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이다. 요이치 부모님은 메밀국수 식당을 하시고 나나미 부모님은 사과 과수원을 하시고. 둘은 대도시에 혼자 와서 살아보겠다고 애를 쓰고 있는 상황.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나미가 훨씬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존경하는 사진작가의 제자가 되어 조수 역할을 하며 사사를 받고 있으니. 요이치는 광고회사를 다니는 걸로 집에선 알고 있지만 거긴 나온지 오래고 지금은 이벤트 같은 걸 하고 있다. 삐에로와 풍선아트. 난 풍선 공작에 대해서 좀 안좋은 의견을 가지고 있어서 이부분이 살짝 실망되긴 했는데.... 어쨌든 요이치는 뭐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심성도 이쁜 괜찮은 청년이다.

이 둘 외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화자로는 아버지인 오모리 겐지 씨가 있고, 1대 할아버지인(말하자면 창업자인) 오모리 데쓰오와 그 부인 오모리 도요 씨도 나온다. (두분도 로맨스가 있음) 고향 친구도 한번 나온다.

젊은 커플의 연애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둘의 진로 때문이다. 나나미가 스승의 인정을 받으며 실력이 늘어갈 때 못난 마음이 되던 요이치가 이해된다. 요이치는 어찌든 도쿄에서 버텨낼 것인가? 나나미가 있는 도쿄를 떠나 백년식당을 이어받아 지킬 것인가?

일본에서는 이렇게 '가업'을 잇는 일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요즘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훌륭한 맛의 식당이 전통을 이어가는 건 좋지만 꼭 그게 자식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어서.... 혈연관계에 대한 가치는 크게 보지 않지만, 작은 가게의 맛을 소중하게 지켜온 역대 주인장들의 장인정신에는 경의를 표한다.

중간에 굉장히 인상적인 대화가 있어서 적어놓았다. 어떻게보면 눈에 띄게 교훈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너무 진리라고 생각되었다. 이걸 옮겨적고 마치겠다.
"이건 내가 어릴 때, 이 식당을 처음 만든 할아버지한테 몇번이나 들은 이야긴데."
"모든 일의 끝에는 반드시 감사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배웠단다."
"그 말을 생각하면 식당 주인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하루에도 몇 번이나 손님에게 감사합니다, 인사하잖니?"
"고맙다거나 감사하다는 말은 뭐랄까, 좀.... 신비한 힘을 가진 것 같더구나."
나도 이런 마음으로 살려고 애를 써야겠다. 이게 이 책을 읽은 수확이라 하겠다. 이젠 영 헤어졌지만 우리반 어린이들한테 늘 하고 싶은 말도 바로 이거였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