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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스와 팀블 1 : 처음 만난 날 - 생쥐와 올빼미의 우정 이야기 ㅣ 오리스와 팀블 1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카르멘 목 그림, 박인혜 옮김 / 루덴스 / 2026년 2월
평점 :
케이트 디카밀로의 신간이 나왔길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도서관에 신청했다. 월 2권까지만 신청할 수 있어서 신중해야 하지만 워낙 좋아하는 작가라서.... 처리에 시간이 꽤 걸리긴 하지만 나오자마자 신청한 탓에 한달도 안된 신간을 새책으로 열어보았네. 기분이 좋았다.^^
이 책은 저학년용 짧은 동화이고 장마다 그림이 가득 들어가 있는 그림동화이다. 이 책에 '(1)처음 만난 날' 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다음 책들이 이어진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이 책이 발단에 해당되겠다. 그래서 아직 아주 극적인 느낌이나 클라이막스는 없고,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디카밀로 특유의 섬세하고 어루만지는 듯한 문체, 그의 작품 전체에 흐르는 주제나 키워드 같은 것들이 여전히 느껴져 애독자들을 붙잡는다.
나에게는 그것이 두 가지로 느껴진다. 첫째는 '이야기'라는 키워드이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비어트리스의 예언, 노렌디 이야기를 거쳐 이 작품까지. 이야기의 가치를 반복적으로 친절하게 강조한다. 만들어져 있는 이야기 뿐 아니라 내가,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대한 소중함을 전하려 애쓴다. 우리 삶이 이야기라는 인식은 내가 바로 창작자이며 아름답게 완성하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면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는 '선하고 순수한' 주제이다. 고전적이고 권선징악을 담은 주제 말이다. 착한 마음을 가져라, 어렵더라도 남을 도와라, 지금 당장 고난에 처할지라도 결국에는 가치있다.... 이런 생각들이다. 케이트 다카밀로의 작품에는 비꼼이나 코웃음, 의심, 냉소, 이런 것들이 없다. 물론 그런 것들이 들어있는 작품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한결같이 이것들을 지켜내는 디카밀로의 작품이 내게는 따뜻하면서도 든든하다.
<오리스와 팀블>에서 오리스는 생쥐다. 팀블은 올빼미고. 천적관계인 두 존재의 우정 이야기. 동화에서 아주 흔하다. 거기서 먹히는 존재인 생쥐가 올빼미를 구해준다? 이거 역시 흔하디흔한 소재다. 요즘 말로 '클리셰 범벅'인 이야기라 하겠다.ㅎㅎ 하지만 이어지는 2,3권에서 디카밀로가 이 작품을 어떻게 개성있게 이끌어갈지 흥미롭게 지켜보도록 하자.^^
오리스가 살고 있는 보금자리에 대한 묘사들이 정겹다. 헛간 벽 구멍 안의 작은 공간. 그곳을 오리스는 버려진 헌책들로 꾸몄다. 빨간 털 슬리퍼에 작가의 섬세함이 들어있는 느낌이다. (오리스가 푹 파묻혀 잠들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통조림 캔. 이게 중요하다. 물고기 왕이 그려져 있는 이 캔에는 "올바르고 값진 선택을 하세요!" 라고 쓰여있다. 이 문구는 장차 오리스의 모든 행동에 좌우명이 된다. 1권의 모든 사건들이 끝나고 오리스가 이 캔을 향해 경례를 하는 장면에서 귀여움과 함께 경건함이 느껴졌달까.
어린이들에게는 상징과 은유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직설적으로 말해야 될 때가 있다. 그러니 동화도 양쪽이 적절히 섞여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에선 통조림 캔이 말해주고 있으니 훨 낫다.ㅎㅎ 아이들과 선택의 기로에서 이 문구를 떠올리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아예 급훈처럼 삼아도 좋겠는데?
"올바르고 값진 선택을 하자!"
영어를 배우는 학년이라면 원어와 병행해서 가르쳐도 좋을 것 같다. 번역은 아무래도 원어의 맛을 다 살리진 못하니까.
그 '선택'으로 인해서 천적관계인 둘은 드디어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건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럼, 팀블. 우린 이제 친구야!"
"하지만 그게 이야기의 끝은 아니잖아."
"그래. 이건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야."
둘이 친구가 되어 시작된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갈지 다음 권들을 기다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