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흔한 인사말 책이 좋아 3단계
송미경 지음, 양양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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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작가의 <어떤 아이가> 책이 절판되고 그 안에 담긴 다섯 편 중 두 편은 이 책에, 세 편은 다른 책에 들어가 반개정판(?) 책 두 권이 되었다. 이 책에 담긴 두 편은 [귀여웠던 로라는]과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이다. 거기에 표제작인 [아주 흔한 인사말]이 추가되어 세 편이 담긴 단편집이 되었다.

세 작품 모두 등장인물이나 사건 등에서 각각 다르지만 뭔가 공통점이 느껴지는데, 내가 보기엔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인 것 같다. 그 방식은 한마디로, 폭력적이다.

맨 앞에 실린 표제작 [아주 흔한 인사말]에서 막 태어난 설이는 어른들에게 끔찍한 재앙과 같았다. ‘태어나자마자 인사말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기가 태어나 울음으로 의사표현을 하고 옹알이를 하던 시절은 아주아주 옛날이고, 지금은 태어나자마자 필요한 말을 딱딱 할 수 있게 유전자조작을 한 세상이다. 그런데 설이는 왜 이렇게 태어난 걸까? 알 수 없었다.

절망하던 엄마 아빠는 어른들을 실망시켰던 자신들의 부끄러운 어린 시절을 고백한다. 아빠는 쓸데없이 시를 읊어대서 부모님을 낙심시켰다고 한다. 엄마는 우스갯소리를 잘해서 부모님을 수치스럽게 했다고 한다. 그런 시절을 거쳐 엄마 아빠는 사회에 적응해서 겨우겨우 살고 있었는데, 이제는 말 못하는 설이를 낳게 된 것이다. 설이를 지켜보던 박사는 수소문 끝에 백 살 넘은 할머니를 찾아갔다가 지금 설이가 내고 있는 뜻모를 소리가 과거의 ‘옹알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박사는 설이를 옹호하다가 연구실에서 쫓겨난다.

2년이 지난 후 박사의 칠순 잔치에 설이 가족이 초대받았다. 그때 박사는 너무 기쁜 소리를 들었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그렇다. 이 작품의 제목, ‘아주 흔한 인사말’이다. 때가 되어 나오면 모두를 기쁘게 해주는 말. 그 말을 굳이 2년 먼저 들어야 할 이유는 무엇이고, 그걸 못한다고 난리법석을 피울 이유는 무엇이냐. 읽을수록 소름이 돋았다. 지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자행하는 폭력을 이토록 간단명료하게 보여주는 동화가 또 있을까.

두 번째 작품 [귀여웠던 로라는]에서의 로라 엄마는 로라가 크는 것을 싫어한다. 나도 애들이 한창 귀여울 때 너무 귀여워~ 천천히 컸으면 좋겠어~ 한 적이 있지만 이 엄마는 그런 정도의 느낌이 아니다.
“지금 여기서 더 크면 모델 못해.”
세상에. 로라는 엄마가 운영하는 아동복 쇼핑몰의 모델이었다. 이가 흔들려 빼야 하는데도 엄마는 겨울 신상 찍고 빼자며 미룬다. ‘귀여웠던 로라는’ 계속 귀여워야 하는 압박에 시달린다. 자기 행동을 자기도 모른 채 이러고 있는 어른들이 많다. 어떤 어른은 심어놓은 모를 빨리 자라라고 뽑아올리고, 어떤 어른은 빨리 자라면 안된다며 짓누른다. 둘다 어떻게 되겠냐고....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는 말은 구호에 불과한 것인가. 첫 작품의 어른과 두 번째 작품의 어른은 서로 반대 방향의 같은 어른이다. 난 요즘 부모들을 보면서 ‘중간이 없다’ 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이 두 작품이 딱 그렇다.

세 번째 작품은 제목이 가장 인상적이다.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 이 작품은 작가님의 첫 단편이며 아주 아끼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 첫 작품으로부터 지금까지, 송미경 작가님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결같다고 느낀다. 사실 이 작품에서 표면적으로 가장 불쌍한 존재는 아버지들이겠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이들한테서 연민을 느낀다. 엄마들은 아버지들을 가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고 먹을 것만 겨우 줄 뿐이다. 그러다 엄마들이 단체로 여행을 떠나면 아이들은 아버지 가방을 지켜야 한다. 그러다 아이들은 어디선가 나타난 이상이와 이상이 아빠랑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우리의 아버지 가방들에도 목말을 태워줄 아버지가 들어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보게 된다. 아이들은 기어이.... 엄마들이 돌아오기 전 아버지 가방을 열어버렸다. 하지만 그 안의 아버지들은......

정말 기괴한 상상이면서 묘하게 마음이 아픈 이야기다. 어디서 이런 느낌을 만나면 송미경 작품의 느낌이라고, 익숙한 냄새를 알아차리듯 알아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안에는 어린이들에 대한 작가의 연민과 신뢰의 시선이 들어있다. 이 책의 작품들에는 그것들에 더해 그들을 슬프게 하는 여러 형태의 잔인함에 대한 항변도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그것을 꼭 집어내진 못하겠지만 무의식적으로 위로를 받게 되진 않을까? 그리고 어른들은 좀 집어내야 한다. 그리고 방향이든 속도든 뭐든 바꿔야 할 건 하루빨리 바꿀수록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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