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고 사랑하는 법 - 원샷한솔 가족 이야기
김한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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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씨의 첫번째 책을 읽고나니 자연스럽게 두번째 책으로 손이 뻗어갔다. '천재견 토리' 쇼츠를 우연히 보고 한솔씨를 알게 되었는데 첫번째 책에는 토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첫번째 책도 한달음에 읽었지만 토리가 나오는 책은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나는 토리가 전문가에게 도우미 훈련을 특별히 받고 한솔씨한테 보내졌을 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토리가 가족이 된 과정은 일반 가정 입양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한솔씨는 한참 고민했다. 내가 강아지를 데려오는 게 맞는건지.... 하지만 결단한 후에는 특유의 완벽주의로 하나하나 준비하고 해결해 나갔다. 필요한 도움이 있으면 요청하고 배우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설채현 수의사님의 도움도 그래서 받을 수 있었다.

훈련에 도움을 받았지만 반복과 숙달은 한솔 씨의 몫이었다. 그의 집요함과 인내심은 정말 닮고싶은 장점이다. 그렇게 해서 토리는 천재견으로 나같은 사람들 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시력을 잃은 후 한솔씨는 수많은 도전을 했지만 토리와 함께 한 도전은 더욱 특별했다. 특히 장애물경기(어질리티 대회) 출전이 그랬다. 결과만 보면 환호가 나오지만 과정까지 보면 눈물+감탄이 함께 나온다. 도전과, 그에 걸맞는 노력과 인내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한솔씨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주로 이렇게 해서 나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첫책보다 더 많이 감정에 자극을 받는 나를 느꼈다. 첫 책이 다큐라면 이 책은 감성 영화라고 할까. 첫장에 가슴이 무너졌다. (다행히 뒤로갈수록 힘이 붙고 유쾌해졌지만) 첫장이 생모에 대한 추억이었기 때문이다. 소설적인 표현들도 많아서 더 감정이 요동했다.
"첫번째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아무렇게나 잘라낸 필름 조각 같다. 애써 기억을 더듬으면 단편적인 장면과 냄새, 표정들이 맞춰지지 않는 퍼즐 조각처럼 얽히고설켜 둥둥 떠다닌다. 밤늦도록 술을 따르던 얼굴, 어딘가 울적해 보이는 미소, 새벽에 홀연히 사라진 빈 방, '해바라기' 멜로디... 이 모두를 나는 끝 모를 외로움의 장면들로 기억한다." (17쪽)
이제 한솔씨는 '보호자이기엔 외로웠던 아버지와 어머니들'의 상처를 이해하지만, 난 그중 누구도 한솔이만큼 외롭진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첫장의 제목은 011로 시작되는 옛날 전화번호이다. 한솔이가 아버지 눈을 피해 수없이 공중전화를 걸었기에 20년이 넘게 지났어도 뇌리에 남아있는 번호. 그 번호로 전화를 걸면 컬러링이 '해바라기'였다니. 여기서 눈물이 안날 수 없었던 거다. 나도 한때 그 노래를 좋아했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세상의 말 다 지우니
그말 하나 남네요. 늦었지만."
어린 한솔이가 울면서 그 노래를 수없이 반복해 듣다가 결국 포기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 화면 가득 웃고있는 한솔씨의 얼굴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 기적인 것만 같다. 아빠 또한 내 기준으론 참 상대하기 어려운 성품이었다. 그래도 한솔씨가 그들을 다 이해하고 지금 행복을 전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니. 인간의 신경줄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러질 재질부터 강철재질까지 천차만별인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좋은 마음을 먹고 스스로를 단련한 한솔 씨가 고맙다.

다정한 부모를 만나지 못한 그에게 다정한 큰엄마 가정에 들어가는 복이 주어졌다. 거기에서 한솔이는 비로소 평안을 맛보았는데,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두분의 말과 반응은 언제나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다. 삶이 무난하다는 감각. 예측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같은 상황에서 같은 느낌을 받는 일이 반복되면서, 나는 그들이 주는 사랑을 비로소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였다." (72쪽)
부모들이 한번쯤 돌아봐야 할 말이다. 아이들을 안정되게 키운다는 것, 그건 거창함보다는 오히려 무난함에 있다는 것.
다음 말도 중요하다. 어떤 교수님들의 말씀보다 더 울림이 있다.
"자존감이 무너진 아이를 구하는 데 대단히 거창한 힘과 사건은 필요하지 않다. '1박2일'과 사또통닭, 같이 나무를 사러 가고 웃으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평범한 시간들이, 그 시기의 아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최대치라고 나는 확신한다." (72쪽)

이 책은 총 4부, 각 부의 말미에 편지가 한장씩 들어있다. 1장에선 혹시 지나간 엄마 아빠에게 썼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니어서 난 좋았다) 8살의 한솔이에게 썼다. 그렇게 어린 한솔이는 고개를 들었다.
2부에선 큰엄마 큰아빠께 썼다.
"그 이름 안에서, 저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 말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3부에선 토리에게 썼고, 4부에선 '언젠가 만날 나의 아이에게' 썼다. 이 책을 읽어보니 한솔씨는 우리 큰애보다 한두살 많은 것 같다. 한창 주변에서 결혼하거나 자녀를 낳을 나이다. 그러니 한솔씨도 당연히 가정을 꿈꿀 것이다. 참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아서, 빨리 좋은 사람과 함께했으면 하는 엄마마음이 생기네...^^;;;;

하지만 한솔씨는 여전히 조급하지 않게 미완성의 바탕 위에서 한걸음 나아가며 살아갈 것이다.
"가족을 꿈꾸며 품어온 수많은 번뇌와 슬픔, 그 끝에 찾은 나름의 결론들이 나를 여기 이 자리에 데려왔다.... (중략).... 겁 없이 다음을 기대하는 지금이 좋다. 내가 찾은 정답들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고민들 사이에서, 앞으로도 나는 계속 사랑하고 넘어지고 자라고 웃을 것이다." (221~222쪽)

전작을 장애 극복기로 용기와 긍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면, 이 책은 부모들이나 예비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다. 가정을 만든다는 것이 함부로 덤빌 일이 절대 아니며 그렇다고 거창하고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시작했으면 한다. 한솔이는 아픔 끝에 단단히 서게 되었지만 그 아픔을 어린 누군가가 다시 겪는 일은 한솔씨도 말리고 싶은 일일 테니까.

마지막으로 세상 귀엽고 똘똘한 토리의 건강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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