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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사냥
차인표 지음 / 해결책 / 2022년 10월
평점 :
인어 사냥이라니 어떤 비유일까 생각했다. 크게 보면 비유일 수도 있지만 비유가 아니기도 하다. 이야기엔 진짜 인어가 나온다. 그 인어를 인간들이 사냥한다. 제목 그대로의 일들이 벌어진다. 그 서사로 꽉 차있는 책이다.
인어라니 황당하겠다 싶지만 그런 느낌 없이 몰입하게 된다. 인어라는 존재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에다 인간의 탐욕에 대한 몸서리쳐짐까지 느끼며 책장이 숨가쁘게 넘어간다. 이건 작가의 힘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차인표 작가의 소설 3권을 다 읽었다. 첫권부터 인정했지만 이번 책에서 더욱 확정하게 되었다. 연예인 프리미엄이 필요없는 진정한 작가구나. 다음 작품 나올 때는 아직 안되었나? 기다려진다.
시대를 오가는 구성도 흥미롭고 쫀쫀하다. 100여년 전 1900년대, 외딴섬에 사는 어부 덕무와 그의 딸 영실, 영득이의 서사가 가까운 시대고, 또 한 시대는 그로부터 1000년 전이다. 소재는 같다. 인어 사냥이다. 1000년을 넘어, 두 시대는 절묘하게 연결된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경험했던 인어와의 만남. 알려지지 않아야 되는 것들은 평생 가슴 속에만 담아두어야 했을 것을, 알려진 소문은 탐욕을, 탐욕은 무자비한 행위를, 그 행위는 파멸을 가져온다.
아내를 잃은 덕무가 같은 병이 딸에게도 발병한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살리고 싶었을지 공감한다. 딸은 숨이 안쉬어져 허공에 손짓하는데, 그가 생포한 애처로운 어린 인어는 공영감에게 고문 수준의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그의 괴로움에 공감한다. 인간에겐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왜이리 어려울까.ㅠㅠ 그래도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 고통을 보면서 느낀다. 순리를 거슬러서라도 얻겠다는 탐욕이 결국 얼마나 흉하게 뒤틀리는지 절감한다. 이 부분에서 인어는 비유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어는 아니지만 그런 방식으로 취급당한 수많은 생명들이 있으니까.
뒷세대의 서사에는 강치도 나온다.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여 씨가 마르게 되었다는 그 강치... 차인표 작가는 의미있는 소재들을 찾고 공부하고 작품에 녹여 넣으려 애쓰는 작가인 것 같다. 또 그것들을 문학적으로 잘 표현하기도 한다. 묘사하는 문장들도 무척 아름답고, 대사도 자연스러우며 감정도 잘 전달된다.
뒷표지의 추천사를 보니 영화관련인들이 많다. 영화로 잘 표현되면 무척 멋질 만한 이야기겠다. 판타지의 존재인 인어를 어떻게 구현하는가, 천년 전 바닷가, 특히 공랑이 처음 발견한 그 환상적인 공간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가, 인어에 대한 인간의 마음 (어떤 이는 눈먼 탐욕, 어떤 이는 갈등과 고통, 어떤 이는 연민과 사랑)을 잘 연기하는지가 관건이겠다. 세번째는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많으니까. 하지만 첫번째와 두번째는 내 상상력으로는 무척 어려워 보인다. 누군가는 도전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