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레이 - 제2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103
이윤정 지음, 박재인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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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도 담담하고 도입부의 이야기도 평범한 듯했는데 어느새 다 읽었다. 엄청 흥미롭거나 긴장되는 것 같지 않으면서도 끝까지 가는 서사의 힘이 있다. 수없이 나오는 이야기들 중 기억에 남기는 쉽지 않은데 이 책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이유가 뭘까?

동화 제목을 영어로 뽑는 건 좀 별로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에는 어쩔 수 없이 동의가 됐다. 이중의 의미 때문이다. ①다시 재생(돌려보기), ②재경기 이 두가지 의미가 이야기 안에서 모두 중요했다.

경기가 나오는 것을 보니 스포츠 동화인가? 일종의 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만 경기 장면이 두드러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손에 땀을 쥐는 경기의 묘사에서 현장감이 폭발하는 스포츠 동화들은 그것대로 매력이 있지만 이 책은 그런 쪽은 아니다. 그 이면의 이야기, 실패와 극복의 이야기라고 할까. 아니 아직 다 극복되지도 않은 이야기다. 아니 어쩌면 굳이 극복되지 않아도 괜찮은 이야기라고 말하고도 싶다.

전학 온 권해람은 이전 학교에서 야구를 하다가 왔다고 한다. 그반의 황희영은 아빠랑 둘이 살며 시간관리가 잘 안되어 학교에 늘 지각한다. 두 아이가 번갈아 화자로 나오는 이야기다.

해람이의 문제는 제목인 리플레이(다시 재생)이다. 촉망받는 야구선수였던 해람이는 어느 경기에서 투수가 던진 공에 얼굴을 맞고 쓰러진 후 그 트라우마로 공에 대한 공포심이 생겨버렸다. 얼굴로 공이 날아오던 그 순간이 자꾸만 리플레이 되는 것이다. 야구선수가 공에 대한 공포심? 안될 말이다. 결국 해람이는 야구를 그만두고 여기로 전학왔다. 폭주하는 성격은 아니어서 평범하게 적응하는 듯하지만 마음속에 좌절감과 야구에 대한 미련은 늘 해람이를 괴롭히고 있다.

희영이의 문제는 혼자 방치된 외로움...이라고 할까. 엄마가 떠나고 아빠는 시간이 안맞고 단짝이던 제나마저 아이돌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전학갔다. 하지만 지각 문제를 알고 손을 내민 상담 선생님 덕분에 힘을 내려 하고 있는 중이다. 상담 선생님은 소소한 상품을 걸면서 희영이의 성취감을 자극한다. 지각하지 않기에서 저녁운동하기까지 목표가 올라갔다. 그 저녁운동에서 이 두 주인공의 만남이 시작된다. 어떤 만남들은 참 중요하다. 서로를 일으켜주게 되는 만남.

둘은 캐치볼을 하게 된다. 해람이가 희영이의 첫 던지기를 ‘패대기쳤다’고 표현할 때 웃음이 났다. 내가 바로 그랬거든. 체력장 중에서 던지기를 제일 못했다. 나도 이렇게 매일 받아주는 친구가 있었으면 좀 나아질 수 있었으려나....^^ 희영이는 많이 늘었다. 그리고 해람이에게도 좋은 점이 있었다. 희영이랑 주고 받는 공은 공포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

함께 야구장에도 놀러가면서 둘은 더 친해지지만, 캐치볼은 이쯤에서 그만둬야 했다. 해람이가 용기를 냈기 때문이다. 야구를 다시 해보기로. 좋은 일이지만 희영이는 다시 혼자가 됐다. 서울로 간 제나한테서도 성공의 좋은 소식이 왔다. 이때 못나게도 제나와 연락을 끊는 희영이. 그러지 말지... 싶으면서도 희영이를 욕할 수는 없었다. 내 안에도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만 빼고 주변은 모두 잘 되어 또다시 나만 남았을 때.... 나도 이를 악물고 잘되면 좋겠지만 그게 쉽던가?

리플레이의 두 번째 의미는 해람이의 재도전 시합이라 하겠다. 여기서 해람이가 역전 홈런....을 쳤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홈런은커녕 공에 배트도 대보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때 야구 절친인 진우와의 대화.
“나.... 할만큼 한 것 같다. 진짜로.”
“해람이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그건 진짜일 거야. 할 만큼 해봤는데도 안되고 이제 그만두고 싶으면 시원하게 보내 줘 버려! 야구, 이까짓 거.”
“푸하핫”
말을 이렇게 했지만 해람이는 좀 더 해볼 작정인 것 같다. 그리고 그 경기에 찾아왔던 희영이. 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결말에서 희영이의 모습은 어떻게 끝날까?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어른 독자의 마음이 애틋했다. 다들 힘들지만, 친구의 모습이 같이 늪에 빠지는 모습이어선 안된다. 이럴 땐 내가, 저럴 땐 네가 서로 잡아줘야 친구인 거다. 해람이와 희영이한테서 그런 친구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몸을 움직이면서 벗어나는 모습을 작가님이 보여주신 것도 좋았다. 역시 사람은 몸을 움직여야 머리도 상쾌해지는 법! 그리고 아이들의 도전에 무턱대고 하면 된다!!고 강요하는 느낌이 아닌 점도 좋았다. 해람이는 트라우마를 단번에 극복하진 못했지만 계속 도전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하다 안돼서 그만두면 또 뭐 어떤가? 다른 도전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는 거지. 그 사이에 또다른 방황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보여준 건강한 모습을 잃지 않으면 된다. 가족과 친구가 그 옆에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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