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 -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의 유쾌한 반전 라이프
김한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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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처음 본것은 '천재견 토리' 라는 쇼츠 영상에서다. 강아지가 우리집 개와 똑같이 생겨서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갔던 거다. ('말티푸'들은 다 비슷하게 생겼다) 다만 우리집 개보다 훨씬 작고, 우리 개도 똑똑한 편인데 훨씬 더 똑똑했다. (그러니까 천재견이라는 영상을 찍었겠지?) 개의 재롱에 웃다가 그제서야 개아빠 한솔씨한테 눈길이 갔다. 그가 개와 대화중 지나가듯 자신의 눈이 안보인다고 말했을 때 깜짝 놀랐다. 아 시각장애인이구나. 근데 엄청 밝고 유쾌하시며 움직임도 자연스러우시네. 그런 생각을 했다. 이후로도 토리 쇼츠는 종종 떴고 재미있게 봤다. 그러다가 페이스북에서 이분의 책 소개를 보게 됐다. 아 책도 쓰신 분이구나!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최근작과 이 책까지 두 권의 저서가 있다. 먼저 나온 이 책부터 읽어보았다.

이 책에는 그의 어린시절부터 시각장애인이 된 과정, 극복하며 맹학교와 대학생활을 한 과정, 유튜버가 된 과정까지 담겨있다. 내가 처음 관심을 갖게된 계기인 토리 이야기는 아마도 다음 권에 나오는 것 같다. 그 책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한솔씨의 성장과정을 보면 흔한 말로 불우했다. 9살부터 13살까지 그는 3명의 어머니와 헤어져야 했는데 친어머니와 새어머니들 모두 어린 그에게 상처를 주었다. 이 과정만 가지고도 평생 어둡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세번째 어머니는 말도없이 떠나갔다. 한솔이 혼자만 남겨진 거다.

이때, 지금 돌아보면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 아찔해지는 손길이 있었다. 바로 큰엄마 큰아빠가 맡아주신 것이다. 조카를 거두는 것, 옛날 시대엔 당연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다. 얘길 들어보니 방도 모자랐고 그래서 큰엄마, 큰아빠와 거실서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이건 아무리 칭송해도 모자랄 만큼 큰엄마가 대단하신 거다. 아마도 주변에서 반대도 많았을걸? 자신 하나만 봐서는 어리석은 선택이다. 하지만 그 어리석은 선택이 가져온 선한 물결은 지금까지도 퍼져나가고 있다.

고마운 손길도 있었으니 어린 한솔의 고난이 거기까지였으면 얼마나 좋아. 고2때 눈에 이상이 감지되었는데 그건 실명에 이르는 불치병이었다. 한솔과 큰엄마 가족이 얼마나 슬퍼하고 염려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책의 한구절에서 한솔씨는 "복지카드를 받았을 때 잠깐이었지만 '이젠 끝이야' 라고 생각했다." 라고 썼다. 그 감정에 너무나 공감한다. 시각을 잃은 세상을 나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한솔 씨의 장점이 있었으니 그 감정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이든 했고, 거기서 성취감을 얻어내고 그걸 동력으로 또 나아갔다. 그 시작은 점자였다. 그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냈다. 그에게 학습능력과 집요한 성취욕이 있었던 것에 나는 감사한다.

맹학교 재학기간 중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며 그게 그에게 희망이 되었던 것도 참 다행이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라는 그의 장점은 볼수록 다행스러웠다.우울질이 약간 스며 있는 내 성격으로는 도저히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그 두 성격은 출발이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천지차이의 결과를 가져온다. 지금 한솔 씨의 행보를 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한솔씨에게 그 긍정에너지를 형성해 준 곳이 큰엄마네 가정이었다는 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솔 씨는 그 전에 바닥을 헤매던 학업성적이 큰엄마네 가정에 편입되고부터 수직상승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하루를 얘기할 수 있는 일상이 신기할 정도로 행복하고 좋았다고 한다. 이건 모든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엔 한솔 씨의 천성인 것 같기도 하지만, 이 따뜻함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천성도 발휘되기 어렵지 않았을까.

한솔 씨의 도전은 계속된다. 시각장애인이 주로 가는 학과들을 마다하고 어렵다는 경영학과에 진학했으며, 장애 학생들과 동아리도 결성해서 활동했고 소수자들에 무심했던 학교의 여러 모습을 바꾸어 나갔다. 가장 큰 도전은 역시 유튜브라 하겠는데, 이 도전을 통해 그의 삶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 한조각인 토리 쇼츠를 보고 그를 알게 되었으니. 이 책을 읽고 그의 정식 채널을 구독했다. 이 책의 제목에도 들어있는 '원샷한솔'이다. 이게 끝은 아닐 터이다. 그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고 나는 그가 영상으로 공개되는 부분, 보여지지 않는 모습 모두에서 평안하고 즐겁기를 바란다.

그는 이제 시력을 잃었던 처음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을 혼자서 해내고 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한솔 씨도 나처럼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던 것 같다. 이런 말을 했던 걸 보면.
"다른 사람들 입장에선 저랑 뭘 하든 제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 상대가 힘들지 않을까요?" (101쪽)
하지만 이걸 넘어서야 한다. 장애 당사자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사회가 넘어서야 한다.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걸 보여주는 한솔 씨와 친구들이 정말 고맙다. 서로 고마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하다고 해서 고마운 마음까지 제거할 필요는 없다. 내미는 손길은 흔쾌히 잡고, 고마워하고, 나도 내밀 수 있는 곳에 손을 내밀고, 또 고마워하고. 이렇게 고마운 마음이 퍼져나가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 아닐까. 한솔 씨는 처음의 미안함과 주춤거림을 극복했다. 너무 다행이다. 지금은 한솔 씨한테 용기를 받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내 자식 또래의 한솔 씨한테 나는 또 이렇게 배운다.

어린시절의 상처에 대해서도 지금의 한솔씨는 파도타기의 경험이라고 말하고 있다. 파도타기에 익숙해지고 새로 오는 파도를 넘을 수 있는 힘이 생긴 과정. 또 이렇게도 말한다.
"같은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두려움으로 맞이하는 것과 기대감으로 맞이하는 것은 크게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240쪽)
앞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보다 더 큰 것이 있을까. 난 앞이 보이지만 한솔 씨보다 두려움은 훨씬 크고 기대감은 훨씬 작다. 젊지만 나보다 훨씬 단기간에 큰 파도를 많이 넘은 한솔 씨는 이제 웃으며 여유있게 파도를 타고 있다. 닮고 싶은 모습이다. 그의 파도타기를 계속 응원하겠다. 그리고 천재견 토리의 이야기가 담긴 두번째 책도 꼭 읽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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