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우주가 들린다면 창비청소년문학 139
최양선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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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싱(fixing)이라는 존재가 보이는 주인공'이라는 설정이 <보건교사 안은영>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내용은 완전 다르다. 안은영이 보는 것이 주로 젤리 모양의 흉칙한 것이고 물리쳐야 하는 악한 존재라면, 이 책의 주인공들이 보는 픽싱은 고양이, 새, 돌, 물고기, 호랑이 등 모습이 다양하며 무조건 악한 존재도 아니다. 안은영에서처럼 물리치는 게 아니고 '잘 다스리고 품어야 하는' 존재라고 할까.

창비 청소년문고로 나온 책이고 주인공들은 고등학생이다. 화자인 수온이는 열한 살 때부터 타인의 픽싱을 보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의 조건은 '마음을 주고받으면 보인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픽싱은 있고 특별한 사람 눈에만 그게 보인다는 뜻이겠다. 하지만 안은영이 그랬듯이 그걸 본다는 것은 보통 사람과 다른 일이고 괴로운 일이었기에 수온이는 되도록 보지 않으려 스스로 조용히 고립된다. 상황마저 마침 그랬다. 아빠와 단둘인데 아빠마저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떠도느라 수온이는 혼자 사는 거나 다름없는 신세가 됐다. 고딩이지만 학원도 안 다니고 생활을 위해 국수집에서 알바를 한다. 이 국수집은 중요한 배경이다.

홀로이던 수온에게 친구가 생기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웃사이더인 도경이다. 수행평가 팀을 짤 때, 아웃사이더는 서로를 알아보는 건지 도경이가 다가와 짝을 청했고 과제를 해나가며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특별한 친구가 된다. 둘의 발표 주제와 내용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심었다고 느껴졌다.
"우리는 매 순간 감정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기쁨, 슬픔, 불안, 환희, 미움 등의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우리는 감정에 의해 변화합니다. 감정의 에너지와 파동으로 우리는 다른 존재로 분열되거나 변신할 수 있지 않을까요?" (95쪽)

우주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을 늘 읽고 있는 도경이의 이런 말에서도 작가의 생각이 엿보인다.
"우주와 인간은 연결되어 있어. 인간은 우주의 일부이면서 하나의 작은 우주인 셈이지." (77쪽)

그들이 보는 픽싱을 통해서 국수집 아저씨와 딸, 수온이의 옛 친구 다미와 엄마, 도경의 수영선수 시절 친구 은표, 수온이 아빠 등 인물들의 내면 문제와 그 해결이 보여지는 구성으로 되어있는 이야기다. 꽤 흥미롭고 잘 읽히는 책이며 다양한 상황과 마음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어떤 상태에 대해서는 경고의 빨간불도 감지하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

내게는 다미와 다미 엄마 스토리가 가장 관심사였는데, 다미 엄마를 이해하기에는 심리묘사나 배경 설명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 그 부분은 살짝 아쉽다. 다미가 엄마를 극복한 것은 다행이지만 나는 그 엄마도 좀 이해해보고 싶었나보다. 약간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현실에서 수온이나 도경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고립되었지만 무너지거나 매몰되지 않고 외로움의 힘으로 세상의 근본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맛있는 밥이라도 사주고 싶다. 아마 그런 접점을 찾을 기회와 주변머리가 내게 없겠지만.... 아이들이 이런 책도 읽으며 서로 마음을 연결하고 자신의, 타인의 우주를 귀하게 여긴다면. 그런 아이들이 자라나면 좋은 세상이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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