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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과 사마 - 제1회 이지북 고학년 장르문학상 본심작 ㅣ 책 읽는 샤미 56
정승진 지음, 김완진 그림 / 이지북 / 2025년 9월
평점 :
난민을 소재로 다루었다고 하면 아주 민감한 문제를 다루었다고 여겨진다. 복잡할 수 있는 문제를 한쪽 면에서만 다루기 쉽다는 걱정을 들을 수도 있다. 말이 쉽지 현실이 그렇게 간단하기만 하겠냐는 타박을 들을 수도 있겠다. 난민을 다루었다는 이 책도 그런 부담을 안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읽고보니 꼭 그렇지도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한 올바름을 넣으려는 의지보다도 그저 인간의 어떤 상황과 그 절박함, 그 안에서 지키려는 존재의 소중함 그런 것들로 꽉 차 있었다. 게다가 꽤 긴박하기까지 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사마는 난민 소녀이고 아말은 그의 고양이다. 둘은 천신만고 끝에 살아서 항구에 당도했으나 검역소에서 헤어지게 되었다. 둘은 헤어질 수 없는 사이였기에 다시 만나지 않고는 각기 다른 어디에도 갈 수 없었다. 그들이 다시 만나기까지 사마는 사마대로, 아말은 아말대로 각각의 모험이 교차해서 펼쳐지기 때문에 독자는 이중의 흥미진진함으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둘은 각각 새롭게 처한 환경에서 새로운 존재들을 만난다. 세상이 그렇듯이 당연히 선역도 있고 악역도 있다. 동물의 세계는 어떤지 우리가 잘 알 수 없지만 작가는 아말이 만나는 동물들도 마치 인간 세상의 군상들처럼 그려놓았다. 악이 지배적이어서 선이 힘도 못쓰고 움츠러들면 이야기는 슬프고 참혹하다. 세상은 때로, 아니 자주 이러하다. 따라서 이를 반영한 참혹한 작품도 많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주 조금, 정말 아슬아슬하게 선이 악을 살짝 넘어서도록 이야기를 짜 놓았다. 어린이 독자들이 환호하고 안도하기에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마에게는 난민 캠프에서 탈출하려는 무모한 계획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항구로 가는 길에서 먹여주고 씻겨준 할머니도 있었다. 하지만 사마의 상황을 이용해 자기의 욕심을 채우려는 야비한 기자가 있었다. 이 인간 때문에 하마터면 모든 일을 그르치고 절망에 처할 뻔했으나! 센스있는 조력자가 마지막 퍼즐처럼 존재했다.
아말이 사마를 기다리며 떠나지 못하는 그 항구의 마을에서 만난 동물 친구들도 그렇다. 셰퍼드 빅과 하얀 고양이 화이트는 생사를 같이하는 친구가 되었지만, 정육점 불독(불독들아 미안) 한스는 악역 중의 악역이고, 해피라는 리트리버는 그의 졸개다. 한스의 주인이자 정육점 주인 피터는 오히려 좋은 사람인데, 자기 개의 성미를 알지만 그렇게까지 악역인지는 잘 모른다.
이렇게 이중의 구조를 가진 이 작품은 사람들보다도 오히려 이 동물들을 통해 더 많은 말을 한다. 말하자면 동물 주인공들은 각기 나타내는 캐릭터들이 있다. 아말과 빅, 화이트 등이 ‘바다 건너온 동물 내지는 그들의 2세’라면 빅은 ‘굴러들어온 존재를 못 참고 혐오하는’ 캐릭터에 해당된다. 빅은 사사건건 그들을 못참고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괴롭혀 쫓아내려고 한다. 그들의 협력과 기지에도 불구하고 한스의 악랄함 때문에 결국 큰 위기에 처하고 상처를 입게 되는데.......
분명한 것은 결국 만나야 할 존재들은 만났다는 사실이다. 기다리고 찾아도 못 만나는 존재들도 세상에는 많지만.... 이 이야기 속 존재들은 다행스럽게도 만났다. 그 과정이 자연스럽고도 긴박하게 짜여져 있어서 독자들에게 기쁨을 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독자들은 갈수록 이 사회에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어가는 혐오와 배척에 대해서 고민해보아도 좋겠다.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혐오하는 측과 그 대상들의 캐릭터가 선명히 대비되는 것은 꼭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아말과 친구들은 품위 있었고 의리와 사랑을 지켰으며 함부로 남을 해치지 않았다. 이것이 없다면 혐오는 돌고 돌며 끝을 모르고 반복될 것이다. 우리가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주목해야 할 점이다. 이것을 말해준 것으로 이 작품은 이야기 한 편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본다. 그것 또한 전부가 아니고 독자 시선의 각도에 따라 다른 생각, 다른 느낌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