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최고야!
현단 지음 / 한울림스페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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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단 작가님의 그림책을 두 번째 읽었다. 첫 번째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였다. 그 책과 이 책의 공통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판형이 둘다 특이하다는 것이다. <무궁화꽃>은 이 책보다 더 길쭉하지만 옆으로 넘기는 책이었고, 이 책은 그 책보다는 덜 길쭉하지만 위로 넘기는 책이다. 말하자면 펼쳐놓고 보면 이 책이 더 길다는 뜻이다. 어떻게 이렇게 긴 화면에 내용을 담으실 생각을 했을까. 특이했지만 읽는 재미가 더욱 쏠쏠했다.

표지를 딱 보니 한 남자와 그의 반려견 이야기인 듯하다.
“우리 라이언은
눈만 뜨면 나를 찾아.
잠시도 나를
가만두지 않지.”
이렇게 시작되는 첫 장을 보고 대부분 ‘강아지 이름이 라이언인갑네’ 하지 않을까? 나는 그랬거든. 근데 그게 편견이었구만. 이 책의 화자는 뭉치라는 이름의 강아지고 ‘우리 라이언’이 사람이다. 견주인 젊은 남자다.

주인이 하도 들이대니까 뭉치는 짐짓 싫다는 내색을 하지만 속으로는 늘 함께하는 주인을 사랑한다. 헉헉댈 때까지 재미있게 놀아주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산책시켜주는, 개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주인이다. 여행도 함께 하고 바다에서 수영도 같이 하는 걸 보니 정말 종만 다를 뿐 진정한 친구라고 할 만하다.

마지막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의 두 번째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건 앞에 복선으로 깔아놓은 ‘변신’이라는 낱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스포이긴 한데 소개글에 내용이 다 나와있으니 그냥 씀) 사람들은 그걸 변신이라고 표현하진 않는다. 뭉치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 다른 걸 따지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뭉치이기 때문에.

마지막 장에 이르면 이 책이 왜 이렇게나 긴 판형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다. 라이언 씨는 의자에 앉아 의족을 착용하고 우뚝 일어선다. 그때 뭉치가 하는 말.
“역시 라이언이 최고야!”
이 책의 제목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결국 이 책과 <무궁화 꽃>의 두 번째 공통점은 장애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 아무 편견 없이 함께해주는 친구들이 나온다는 점이다.

라이언 씨는 두 다리 모두에 의족을 착용한다. 하나는 무릎이고 하나는 그보다 더 위다. 하지만 라이언 씨는 앞에서도 봤듯이 비장애인들보다 더 철저히 반려견 산책을 시켜주는 사람이다. 뒷면지에는 라이언 씨가 뭉치를 데리고 산책하다 뭉치가 좋아하는 솜이라는 개와 그 견주를 만나는 한 장면이 나오는데, 라이언 씨는 반바지를 입고 있어 의족이 다 드러나 있다. 그걸 다시 돌아보지 않는, 수군대지 않고 무심히 대할 수 있는 우리가 된다면 많이 발전한 것일 텐데.

나는 근시가 심해서 안경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데, 안경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눈 나쁜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않아서 안경이 매우 특별한 경우라면 나도 장애인이겠구나 생각한다. 발달된 보조기구들은 지체 장애인의 활동 반경을 훨씬 넓게 한다. 장애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관련 과학기술들도 더욱 발전했으면 하는 희망적인 마음으로 이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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