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희 작가님의 책을 좋아하는데, 오늘 도서관에서 비교적 신간(작년에 나옴)을 발견했다. 표지가(책등이) 어둡고 책이 얇아서 눈에 안띌 뻔했다. 펼쳐보니 <우주호텔>과 비슷한 판형과 두께이고, 그림도 같은 작가님(유승민)이 그리셔서 상당히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또야?라는 느낌이 아니고 '아 나 이거 그리웠어'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내용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느낌과 비슷한 느낌이 동시에 들어있다.샛별빌라 3층에 엄마와 그린이 단둘이 이사왔다. 1층 세차장 소음 때문에 월세가 싸서 들어온 거라 하니 그럴 사정이 있을거다. 돈도 없고 딱히 능력도 없고 주변에 든든한 사람도 없는 연약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쓰시는 작가님이 바라는 세상을 나도 같이 바란다.그날따라 늦는 엄마를 기다리다 그린이는 혼자 울고 있는 엄마를 발견한다. 엄마는 오늘 처음 나간 식당 청소 일에서 잘렸다. 게으르거나 꾀를 부리는 사람도 아닌데 엄마는 늘 이런 식이다. 딸을 지켜야 하는 사람인데 작고 허약하다. 하지만 작가님은 이 상황을 절망으로 끌고가지 않았다.엄마는 막막하다고 했다. 그게 뭐냐고 묻는 그린이애게 '아주 크다는 거'라고 대답했다."어떤 게 엄마 앞을 가로막고 있는데 너무너무 커서 넘어갈 자신이 없어."하지만 그린이는 숲에게 "네가 숲보다 크지." 라는 말을 듣는다. 그린이의 가까이에 숲이 있는 건 너무나 다행이다. 그린이는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숲이 있었기에 다시 채워지고 회복되었다. 그린이 또한 조용하고 작은 아이다. 하지만 엄마를 세울 수 있었다. 두 존재는 서로 기댄다. 그래도 된다. (한쪽만 너무 오래 그러는 건 좋지 않지만)엄마를 가로막은 '큰 것'이 그린이라고 없었을까. 유독 그린이를 괴롭히는 아름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크기'는 어느새 달라보이기도 한다. 엄마도 그럴 수 있을 거다.새로운 희망은 숲을 그린 그린이의 그림에서 솟아나온다. 겁보 청설모를 그린 처음 그림부터, 교실 어항의 사라진 물고기들이 솟구치는 그림, 그리고....엄마는 결국 취업에 성공했다. 그 직업을 보는 순간 이게 실제도 아니고 내 일도 아닌데도 와락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구청 소속의 거리 정원사. 출퇴근길에 잘 조성된 공영 화단을을 보면 누가 이렇게 잘 가꾸시는 걸까 생각하곤 했는데, 그린이 엄마가 그 일을 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작은 이들이 힘을 내는 이야기가 내 마음을 채워주는 건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기 때문이 아닐까. 빛나는 능력을 가진 이들은 극히 소수다. 빛나기 때문에 눈에 잘 띄는 것 뿐이다. 세상에 작은 이들이(나포함) 자책하지 말고 막막한 길을 한걸음씩 잘 걸어갔으면 한다.숲과 아이, 그리고 그림세 개의 키워드가 엮어낸 이야기다. 제목을 다시 읽어본다. 여러가지 의미가 담겼다.숲을 그린이에게.이 책 또한 그림이 큰 역할을 한다. 유승민 작가님의 그림은 삽화 이상이다. 다른 그림으로는 대체할 수 없을 것 같은 큰 역할이다. 짧지만 큰 이야기와 거칠고도 따뜻한 그림이 결합, 우주호텔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밝음과 용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