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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망할 소행성 ㅣ 다산어린이문학
세라 에버렛 지음, 이민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10월
평점 :
거대한 소행성이 다른 소행성과 충돌하며 경로를 바꾸어 지구를 향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구와의 충돌이 딱 4일 남았다고 한다. 이 책은 그 4일간의 이야기다. (약간의 후기 포함)
내가 읽은 단편집 중에 『종말의 아이들』(전건우,정명섭,최영희) 이라는 책이 있었다. 거기에 실린 「지구에서의 마지막 밤」이 바로 소행성 충돌로 인한 종말을 다루고 있었다. 그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했다. “하늘을 깨부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세 남매는 서로를 끌어안고 무섭지 않다며 서로를 다독인다.
이 책은 장편이고, 작가도 다르며 외국 작품이니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그 차이는 점점 물음표로 바뀌었다.
1. 소행성 충돌이라는 전 지구적인 문제에 봉착했으니 지구적인, 아니면 국가적인, 하다못해 이웃들의 대처라도 보여야 실감이 날 텐데 왜 보이지 않을까? 화자인 케미네 가족과, 친밀한 미리엄 이모네 가족에만 앵글을 맞춘 듯이 보여준다. 원래 이렇게 컨셉을 잡아서일까? 심지어 케미네 가족은 모두 함께 있어야 한다며 이모네 집에 다 모여있고 학교도 가지 않는데, 케미 친구들은 디데이 전날까지도 학교에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2. 죽음의 공포 속에 보내는 4일. 가족이 똘똘 뭉쳐 보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기간 동안 케미가 ‘타임캡슐’ 만들기에 골몰한다는 것이 왠지 어색하다. 기억해주길 원해서라고 한다. 누가 기억해줘? 공포의 시간에 골몰할 일을 만드는 것은 본능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타임캡슐을 묻겠다고 땅을 파는 장면을 보고 뭔가 너무 이상했다. 지금 지구가 전멸할 판에 땅 좀 파서 묻는다고 그게 남아?
시간은 흘러 디데이가 되었다. 이제 확실히 알았다. 이 책은 앞서 말한 그 단편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하나도 같은 점이 없었다. 아예, 소재도 주제도 전개도 문제의식도 모든 것이 다른 이야기.
결말이 너무나 중요해서 더 이상 쓸 수가 없다. 스포를 안하려니 짧게 끝내야겠다. 케미는 스스로를 과학자라 칭하는, 확률을 사랑하는 아이다. 수시로 확률에 대해서 말하는데 솔직히 나는 전혀 그쪽이 아니라서 딱히 관심이 가진 않았다. 하지만 제일 마지막장이 케미가 소개하는 확률로 되어 있어서 그걸 몇 개 골라 적고 마치겠다. 여기 보니까 듣던대로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엄청 적구나.... 굴에서 진주를 발견할 확률보다도 적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확률보다도 적어...ㅎㅎ 이상은 웃자고 쓴 도입부라고 할 수 있고, 뒤로 갈수록 무겁다.
모든 것이 바뀌었을 확률 : 100퍼센트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위해 계속 싸울 확률, 우리가 변화를 일으킬 확률 : 100퍼센트
항상 그 다음이 있을 확률 : 100퍼센트
그리고 0퍼센트인 것도 있다. 이건 스포이기도 하지만 너무 슬퍼서 말하지 않겠다. 반전이 이토록 중요한 책은 드물 것 같아 여기까지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