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망해 버렸으면 좋겠어 바일라 22
박현숙 지음 / 서유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현숙 작가님의 책을 꽤 많이 읽고 리뷰도 여러 편 썼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 리뷰를 쓸 때마다 이 말을 꼭 하게 되는데, 어떻게 그렇게 엄청난 다작이 가능한 것인가? 그리고 더욱 신기한 것은 그렇게 많이 써도 저마다 평타 이상은 꼭 된다는 것... 이번엔 청소년 소설을 읽어보았다. 박현숙 작가님의 책 중 청소년 소설은 처음 읽어본다. 검색해보니 이또한 꽤 여러 권이네. 그중 처음 읽어보는 책. 청소년 소설도 좋을까?

오, 재밌었다. 잘 안 넘어가는 동화보다도 훨씬 빨리 읽힌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동화도 그렇지만 청소년 소설은 대화가 착착 감겨야 제맛인데 그런 맛도 꽤 좋다. 벌(별)세탁소라는 배경도 새롭고 이야기도 흥미롭고 주인공 캐릭터도 애정이 간다.

‘네가 망해 버렸으면 좋겠어’ 라는 제목에 대한 느낌은? 동화 제목으로 쓰기엔 너무 나갔다는 느낌이니 청소년 소설쯤 되어야 적당하겠지? 하지만 제목보고 겁먹었다면 내용은 생각보다 훨씬 순한 맛이다. 결말이 고통스러운 청소년 소설도 많은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으니.

사실 저 제목, 대놓고 말하기가 좀 그래서 그렇지 흔히 하는 생각 아닌가? (앗 나만 그런데 괜히 말한건가;;;) 너무 화나면 망해버렸으면 정도가 아니라 나가 뒈*버렸으면 이런 생각도 하는게 인간 아닌가? (아닌가) 여기 나온 서랑이 있잖아. 너무 얄미워. 정말 못됐고 속보이고 일부러 화를 돋구는 캐릭터야.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갈 텐데 일부러 다가와서 가만있는 사람 바늘로 찔러대. 남의 자존감을 깔아뭉개고 상처를 줘. 지도 잘난 건 외모밖에 없으면서 말이야. 그런 애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 지극히 정상이지..........? 그러고보면 그리 흠칫할 제목도 아니네.

화자인 선이(장선)는 쌍둥이자매 중 한 명이다. 스스로를 ‘9등급’이라고 생각한다.(이 말을 먼저 해준 사람 또한 서랑이) 성적도, 외모도, 집안사정도.... 선이가 편의점에서 세탁소 주인장을 만나 알바를 하기로 계약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운동화 전문 세탁소다. 이런 설정은 이야기에 포함된 약간의 판타지가 운동화에서 나오기 때문.... 어느날 세탁이 잘못되었다며 엄청난 컴플레인이 들어왔는데 명품 운동화라서 100만원이나 물어주기로 했다나? 사장은 꼴도 보기 싫다는 듯이 너 신을테면 신어라 하고 신발을 내놨고 선이는 썩 내키지 않으면서도 집으로 가져왔다. 앞으로의 모든 일은 이 운동화의 마법에서 비롯된다....

결국 그래서 선이는 서랑이 같은 싸가지 없는 년이 망해버리는 꼴을 보았을까? 일단 서랑이가 환장하는 연애질(훈남 태후)을 훼방놓고 서러운 눈물을 흘리게 하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남을 진흙탕에 처박으려면 내가 진흙탕에 같이 들어가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뭐 복수에 눈이 뒤집히면 진흙탕 아니라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 간다고들 하지만.... 사실 귀찮잖아. 마음의 가책도 상당히 성가신 거라고. 그러니 이쯤에서 관두는 건 나를 위한 일이야. 그렇지 않을까?

그 묘령의 여인은 선이에게 복수를 끝내는 (배턴을 넘기는)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그녀의 말은 상당히 도덕적이다. 세상에 수많은 예술작품들이 인간의 적나라한 내면을 묘사하는데 그게 정말 끔찍하잖아. 추악하고. 그런 시각도 있지만 이 작가님의 시각은 그래도 선이 조금은 더 많아서 (그런 말은 안나오지만 내 생각으론 51%?) 이 이야기는 파국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의 저런 작품들에서 예술성을 느끼고 공감하는 경우라면 이런 결말이 싱겁고 애들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두가지 시각 모두 맞다고 생각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 어떤 인간을 더 많이 보았느냐 등의 차이가 있겠지. 그리고! 누굴 망하게 하는 일에 매달리면 아까운 내 삶을 너무 낭비하는 게 사실이니까, 이기적인 관점에서도 그건 안하는 게 좋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아이 이름이 선이야. 작가님 이거 일부러 지으신 거죠?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