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의 조금 용감한 하루 작은 곰자리 84
마야 다츠카와 지음, 장미란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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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은 두더지와 초대한 토끼. 완전 반대 성격이다. 흔히 쓰는 말로 하면 토끼는 외향인이고 두더지는 내향인이랄까. 남을 일부러 초대해 자기 집에 여럿이 모여 신나게 노는 걸 즐긴다면 누가봐도 외향인 맞겠지. 그리고 그 초대에 부담을 느껴서 (한편으로는 좋으면서도) 기껏 선물까지 준비해 길을 나섰으면서도 가도 될까, 돌아갈까를 고민하는 두더지는 극내향인이라 하겠지.

미국에 거주한다고 하는데 일본 이름인 걸 보면 일본계 미국인 아닐까 짐작되는 이 작가는 여러 작품을 냈지만 국내에 번역된 것은 이 책이 처음인 것 같다. 강렬하지 않고 부드러운 색감에 귀여운 그림이 처음 보는 것 같지 않고 익숙하다. 작은 일에도 큰 용기를 내야 하는 두더지의 마음과 행동을 친근하고 공감 가게 잘 표현해 놓았다.

토끼의 초대장을 보고 “이번엔 진짜 가야겠지?” 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두더지는 그동안 번번이 초대에 응하지 못한 것 같다. 가기로 결심한 두더지는 토끼가 좋아하는 슈크림을 열심히 만들어 포장한다. “다른 친구들도 좋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드디어 길을 떠났다. 가는 길에 오락가락하는 마음이 이 책의 절반을 넘는다. 땅 밑에서 온갖 고민을 하며 가고 있는 두더지와 땅 위에서 각각 선물을 준비해 신나게 가고 있는 다른 동물들의 모습이 대비되는 장도 있다.

드디어 토끼 집앞에 도착했고 집안은 벌써 떠들썩하다. 두더지는 들어가지 못하고 멈칫거린다. 그때, 똑같이 멈칫거리는 동물이 옆에 와 있었다. 스컹크였다. 눈치빠른 토끼가 어느새 나와 둘을 반갑게 맞지만, 둘은 선물만 주고 돌아선다. ‘둘이 친해지면 좋겠네’ 라고 생각하는 토끼는 외향인기만 한게 아니라 오지랖 백만평이구나. 오작교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도 세상에는 필요하다. 세상은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구나 라고 느낀 적이 있었다. 피곤한 경우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토끼가 의도적으로 오작교를 놓은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같은 캐릭터의 둘은 마음이 통했다. 다음 장면에서 둘은 스컹크네 집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마도 이럴 때 둘은 수다쟁이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토끼한테 말한 ‘다음에’에는 서로가 믿는 구석이 되어 좀더 적극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로 말하자면 토끼와는 거리가 멀고 두더지에 가깝다. 요즘 mbti로 사람을 소개하는 데 거부감이 많긴 하지만 어쨌든 나도 간이검사를 해보았는데 I가 100퍼가 나온거야! 진짜 극극극내향인인 거지. 뭐 그래도 만날 사람들은 만나가면서 살긴 한다. 하지만 내가 앞장서서 사람들을 모으거나 어딘가에 머리 디밀고 들어간 적은 한번도 없구나 깨닫게 된다. 그러지 않았다면 훨씬 좋았겠지만.... 이런 성격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라고 친구가 없진 않다. 나랑 똑같은 스컹크도 있는가 하면 반대인 토끼가 내 주변에 있기도 하다. 이렇게 어울려서 살아가는 것이다. 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모두가 있어야 균형이 맞는다.

두더지의 ‘조금’ 용감한 하루라고 제목을 지었다. 오늘 두더지는 용기를 냈지만 엄청나게는 아니고 아주 ‘조금’의 시도를 했을 뿐이다. 난 그게 맘에 들었다. 사람이 180° 바뀌어야 하나? ‘조금’ 용기를 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한걸음에 박수를 크게 쳐줄 용의가 난 얼마든지 있다. 다만 부류로 무리짓고 혐오하지만 말았으면 한다. 거절했던 친구에게 초대장을 또다시 보내고, 돌아서는 친구를 흔쾌히 배웅한 토끼처럼 말이다. 쓰면서 생각해보니 우리가 고려해야 할 다양성에는 이런 면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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