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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 ㅣ 옛이야기 그림책 1
이루리 지음, 최영아 그림 / 이루리북스 / 2025년 2월
평점 :
- 스포 많음 주의-
백설공주의 현대적 재화이며 동시에 동양적 재화.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서평게시판에 올라온 여러 책들 중에 마침 이 책이 있길래 아싸, 찜! 이런 느낌으로 신청했다.
배경과 그림체가 동양적, 메세지는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적 배경이 신라시대이고, 진평왕과 마야부인이라는 실존했던 인물들이 나온다. 백설공주는 그들의 딸이다. 응?? 그렇다면 덕만공주(이후 선덕여왕)이 아닌가? 그런데 그렇지가 않고, 그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작가의 말에 이렇게 쓰여있다.
"역사적인 사실도, 시대도 다르지만 저만의 백설공주에서 그들은 모두 훌륭한 배우였습니다. 저는 지식이나 사실에 매달리는 성격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바란 것은 오직 독자들을 웃기거나 찡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작가님은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고 역사적 인물들을 마음껏 캐스팅해 배치했다. 진평왕과 마야공주 외에도 서동왕자, 관우 등도 나온다. 삼문, 팽년, 응부... 등의 사육신까지 나오는데, 역사에서의 그들의 역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서동왕자와 사육신이 합해 원작의 일곱난쟁이 역할을 하니까 말이다.^^
원작과 공통된 화소는 새어머니와 거울, 사과 등이다. 마야부인이 병약해서 일찍 죽고 서태왕비가 들어왔는데, 마법거울을 갖고 있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지?" 라는 그 유명한 대사도 그대로 사용된다. 거울은 항상 왕비님이 가장 아름답다고 대답했지만 어느날부터 대답이 바뀌었다.
"백설공주가 왕비님보다 천 배 더 아름답습니다."
그 어느날엔 이런 일이 있었다. 왕 부부와 공주는 산책중이었는데, 누가 제일 예쁘냐는 공주의 질문에 왕이 이렇게 답한 것이다.
"그야 당연히 우리 백설 공주지!"
책에는 그순간 왕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고 되어 있다. 질투가 시작된 순간이다. 그때부터 왕비의 지옥이 시작된 것이다.
동시에 백설공주의 수난도 시작되었는데, 난 여기에는 공주의 책임도 어느정도 있다고 본다.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고 그런 질문을 왜 해. 애기도 아니고 다 컸으면서 말이야. 왜 굳이 비교를 하라고 상대방을 종용하냐고. 물론 그 질문을 일축하거나 요령있게 대답하지 못한 왕도 센스없긴 마찬가지다.
자, 이리하여 질투에 의한 잔인한 괴롭힘은 시작되었다. 무사를 불러 산속에 가서 죽이라고 명하고, 무사는 차마 죽이지 못하고, 왕비는 거울을 통해 공주가 산속에 살아있는 것을 알게 된다. 원작과 같은 흐름이다.
그런데 숲속 오두막에서 일곱 개의 백설기를 조금씩 떼어 먹고 잠든 백설공주를 보고 일곱 난쟁이 아닌 서동왕자가 한 말에 웃음이 나온다.
"소문처럼 대단한 미인은 아닌 듯해요. 게다가 떡만 좋아하는 떡만 공주로군요. 그래도 제 눈엔 참 귀엽습니다."
당시의 미의 기준이 뭐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옛날이든 지금이든 간에 각자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도 마찬가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결말이었다. 모든 것이 들통나고 왕비의 악행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왕과 무사가 들이닥치자 왕비는 '거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난 이 대목에서 저절로 오호.... 소리가 나왔는데, 거울과 왕비의 동일시. 말하자면 사실 한 존재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해석은 내맘대로ㅋㅋ) 이런 거울을 가진 사람들은 많다. 나 또한 자유롭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 거울을 내던져 깨버리고 목놓아 우는 진평왕의 마지막 대사,
"어리석은 사람아! 내 눈에는 당신이 가장 아름다웠소!"
살짝 소름이 돋았다. 작가의 말에서 말씀하신 '웃기거나 찡하게' 중 찡하게에 해당되는 부분이었다. 나에게는. 동시에 아주 흔한 결론이 남았다. 어리석게 살지 말자.
결론에서 김이 샜다면.... 책을 더욱 추천한다. 책은 김새지 않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