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5
김은영 지음, 메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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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소재의 동화였다. 이 책이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인 건 그런 새로움에 대한 높은 평가가 아니었을까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동화에서 주인공들은 다양한 통로로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 모험을 하곤 한다. 이 작품은 역으로 자기들이 살던, 일상의, 가장 익숙한 공간인 '집'이 '새로운 세계'가 된다. 그건 하나가 사라지면서 가능했다. 바로 '문'이었다. 남매가 깨어난 어느날 아침, '문'이 사라져 있었다. 그들은 그 공간 안에 완벽히 갇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외부와의 소통 시도, 생존, 탈출 시도가 모험의 내용이 된다. 이야기의 전말이 궁금해 책을 빨리 넘기게 된다. 말하자면 무척 재미있고 가독성이 높다는 뜻이 되겠다.

해리와 해수 남매는 티격태격하던 현실 남매였지만 이 극한 상황에서 힘을 합하는 동료가 된다. (물론 완벽하진 않고 싸우고 놀리던 옛 버릇도 나옴) 이 황당한 상황에서 다행인 건 수도와 전기 공급은 평상시처럼 된다는 것(안그랬으면 끔찍한 재난 동화가 됐을 터), 불행인 건 온갖 통신 수단들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다행히 집 천장 구석 어느 곳에 아주 미세하게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이 있어서, 남매는 유튜브(이 동화에선 '아이튜브') 계정으로 간신히 동영상을 올려가며 외부와 소통한다. 주작이라고 욕하는 사람들, 힘내라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엇갈리는 가운데, 계정 주인인 엄마 선화 씨는 애타는 마음을 댓글로 전달하며 자식들을 찾아 헤맨다.

문도 창문도 없는 공간에 갇혔다.... 나는 생각만 해도 폐소공포증이 생겨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아이들은 나름대로 서바이벌 생활을 잘 해나간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도 하지만 나같은 어른이 할 수 없는 생각도 해내는데, 유정란을 부화시키는 일이었다. 정성으로 알을 돌보는 일이 없었다면 이 아이들도 버텨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깨면 병아리, 남이 깨면 프라이라는 말 몰라? 스스로 나올 수 있게 놔둬야 해. 남이 깨 주면 금방 죽는대."
아마도 작가님은 이 말에 많은 의미를 심어두셨을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엄마대로 집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경찰들은 경찰들대로 수색을 계속하는데 아이들이 고립된 그 공간은 대체 어떻게 형성된 것인가? 엄마가 듣지 못하는 아이들의 소리를 아랫집 할아버지는 어떻게 들으신 것인가? 아이들은 어떻게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궁금증을 유지하며 읽을 수 있다.

상상해보면 공포와 절망의 상황인데 작품의 느낌이 그토록 심각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밝고 유머도 있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건과 장치들을 통해서 작가님이 말하고 싶은 것도 여러 가지가 느껴지는데, 그게 아이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것일지라도 좋았다. 아니 그래서 좋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떠오르는 활동이 하나 있었다. 이 책의 초반부만 읽어주고 나머지 이야기를 만드는 창작 활동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이 공간의 성격을 규정해야 하고, 그에 따라 사건들의 전개와 결말을 만들어야 한다.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물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활동일 것 같다. 활동 후 나머지 부분을 읽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때론 감탄도 하면서. 작가가 괜히 작가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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