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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따로 할 거야 ㅣ 사계절 웃는 코끼리 26
유은실 지음, 김유대 그림 / 사계절 / 2022년 12월
평점 :
'정이 이야기’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자 마지막 권이다. 이 시리즈, 내용도 짧고 책도 얇고 문장도 짧고 금방 다 읽을 쉬운 책이다. 근데 어른인 내가 이 시리즈를 참 좋아한다. 5권이 완간되기 몇 달 전에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서 작가님 본인도 자신의 작품 중에서 이 시리즈에 애착이 많이 간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본인이 만든 캐릭터지만 ‘정이’가 참 사랑스러우신 게 아닐까. 나도 그렇다. 그때 마지막권 완간되면 바로 읽어봐야지 생각해놓고 2년이나 지나서 이제야 읽어보았다.^^
중, 고학년에서 온작품읽기를 많이 진행해 보았는데 저학년과는 동시에 같은 책으로 못해보았다. 그때는 예산이 없어서였는데... 올해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요 몇 년간과 비슷하다면 학기당 한두권 정도는 학년이 함께한다면 구입이 가능할테니 이 다섯 권 중에서 한 권을 진행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가장 하고 싶은 작품은 4권 <나는 망설일거야>의 두 번째 작품 [초등학생은 망설여] : 이건 제발 애들이 좀 이랬으면 하는 나의 흑심 때문에^^;;;
두 번째 좋아하는 이야기는 3권 <나는 기억할거야>의 첫 번째 작품 [카드뮴은 너무해] 여기엔 끝말잇기를 비롯한 말놀이 이야기가 나와서 저학년과 읽기에 재미있을 것 같다.
5권 <나는 따로 할 거야>의 두 이야기 [단골은 쓸쓸해]와 [근육은 소중해]는 두 편 다 무난하게 재미있다. 3,4,5권 중에서 한 권을 고르라고 한다면 고민될 것 같다.^^
5권에서 튼튼하고 강골인 정이와 선천적으로 약체인 오빠 혁이가 자주 비교된다. 전권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바, 오빠 혁이는 입이 짧고 예민하며 자주 아프다. [단골은 쓸쓸해]에서는 정이가 이런 오빠의 마음을 알아보고 이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단골이란 ‘병원 단골’을 말한다. 바로 혁이 말이다. 반면 정이는 병원 신세를 져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러던 정이가 어느날 귀가 먹먹하고 건드리면 아팠다. 엄마는 조퇴할 상황이 못되고 병원 경험이 많은 오빠 혁이가 정이를 데리고 이비인후과에 가기로 했다. 보호자가 된 오빠는 전에 없이 자상해지고 눈빛에 사랑이 그득하다.
하지만 진찰 결과 염증도 종기도 아닌 대빵 큰 귀지였다. 이비인후과에는 이런 환자가 왕왕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적이 있거든.ㅎㅎ 다행이지 뭔가. 하지만 혁이의 눈에서는 따뜻함이 빠져나가고 쓸쓸함이 들어찼다. ‘역시 나만 단골이구나’(나만 약하구나) 이런 마음 아닐까. 동생이 아픈 게 아니어서 다행인 것과는 별개로, 쓸쓸해지는 이 마음. 정이는 그걸 엄마한테 이렇게 얘기한다. 귓속말로.
“엄마, 단골은 쓸쓸해. 아프면 함께하려고 했는데..... 내 손을 잡아주려고 했는데.... 내가 금방 나아서, 그리고.... 오빠는 나으려면 오래 걸려서.”
엄마도 조그맣게 얘기한다.
“우리 정이, 많이 컸구나.”
두 번째 작품 [근육은 소중해]에서 이 책의 제목 <나는 따로 할 거야>가 나왔다. 가족은 공원에 갔다. 정이와 오빠가 시소를 타는데.... 균형이 맞지 않는다. 남매니까 당연히 무게가 다르겠지? 문제는 오빠가 아닌 동생 정이가 무겁다는 것.... ‘혁이가 한 칸 더 뒤에 앉아 봐’ 라는 아빠의 말에 성질을 내고 가버리는 오빠. 자가발전 전기 자전거를 둘이 탈 때, 정이는 아무 생각없이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탔는데 오빠는 낑낑대며 온 힘을 다해 타다가 역시 화를 내고 가버렸다. 알고보니 정이가 전기를 더 많이 만들었다. 심지어 추운데 밖에서 놀았다고 감기까지 걸렸다.
“나만 아파, 나만 약해. 아, 짜증 나.”
가족은 함께 헬스장에 등록하러 갔다. 실내에서 운동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이는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가서 마음껏 뛰어놀고 싶다.
“따로 놀면 안 돼?”
정이가 엄마한테 이렇게 묻는다. 다행히도 엄마는 이렇게 대답.
“그래, 따로 하는 것도 소중해. 엄마 생각이 짧았다. 미안.”
이렇게 되어 실내 체질인 오빠와 엄마는 헬스장에서, 바깥 체질인 정이와 아빠는 공원에서 운동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정이가 공원을 누비며 느끼는 자유로움이 참 부럽고 소중하다. 마지막 문장까지도.
“이 세상에 태어나서 참 좋다.”
난 이 문장이 오늘따라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결혼하면 당연하게 자녀를 낳던 나 때와는 달리, 요즘 젊은 부부들은 쉽게 자녀를 낳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나는 그들을 이기적이라 매도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당연히 걱정이 되지 않겠어? 미래에 대한 전망이 어둡기만 한데 말이야.
이런 세상에서 정이가 “태어나서 참 좋다” 고 하니 왠지 눈물겹다. 이런 세상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어찌하면 그게 되려나.
‘함께, 또 따로’ 라는 이 이야기의 주제에도 심히 공감한다. 내가 유난히 ‘따로’를 선호하는 성향이어서만은 아니다.ㅎㅎ 뭐든 균형이 맞아야 하니까. 역시 유은실 작가님의 책은 아무리 얇아도 재밌고 할 이야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