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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니? ㅣ Dear 그림책
소복이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평점 :
시는 함축적이다. 밖에서 보면 좁지만 들어가보면 무한정 넓은 방과 같다. 나는 소복이 님의 만화를 '시 같은 만화' 라고 표현해보고 싶다. <소년의 마음>이라는 만화에서도 그 안의 출렁이는 서사와 인물들의 마음을 느꼈는데, 이 책은 더하다. 등장인물이 매우 많아서인 이유도 있다. (두 장마다 다른 인물이 나온다) 이 책은 그림책으로 분류되어 있다. 만화책과 그림책의 중간, 만화책 같은 그림책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시 같다고 느낀 건 반복되는 말이 주는 운율 때문이기도 하다. "왜 울어?" (또는 왜 울어요?) 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으로 각장이 이루어져 있다. 등장인물은 남녀노소 매우 다양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울 일이 있으니까. 이 책을 읽고 수업이나 독서모임에서 시를 쓰고 나누는 것도 좋은 활동이 될 것 같다. 특히 수업에서 아이들의 전형적인 표현을 탈피하고, 자신의 내면을 깊이있게 들여다보게 한 후 글을 쓰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다.
각 장을 넘겨 인물과 상황을 파악해가면서 나는 감탄했다. 작가님은 이 그림책을 완성하는데 얼마나 걸렸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을까. 한조각도 놓치거나 흘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썼을까.
첫 번째 우는 아이는 "엄마가 있는 줄 알았는데 없어서 울어." 라고 한다. 자다 깼는데 엄마가 없는 서러움. 나도 어릴 때 엄마를 무척 밝혔다. 보통 둘째가 씩씩한데 나는 언니나 동생보다 유독 엄마 치마꼬리를 잡고 맴돌았다. 첫장부터 공감하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바로 다음 장이 웃음코드인 것이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없는 줄 알았는데 있어서 울어." 아빠와 작당한 아주 작은 일탈의 현장을 들킨.ㅎㅎㅎ 아이들이 '재밌겠다'고 책을 넘기게 되는 아주 영리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만 나오는 게 아니다. 삼촌은 실연을 당했고, 형은 직면한 인생에 답이 없어 고민한다. 아빠는 이리저리 떠밀리는 인생에 자신감을 상실했고, 아저씨는 마음에 없는 말을 쏟아놓고 후회한다. 제일 슬펐던 장면 두 개를 꼽는다면 이렇다.
"딱 한 번만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고 싶어서 울어."
작은 무덤 앞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우는 여자아이. '딱 한 번만' 이라는 말이 이렇게 가슴아픈 말이라니.
화자인 아이의 할머니도 엄마가 계셨다.
"우리 엄마가 점점 작아져서 사라져 버릴까봐 울어."
써놓고나니 둘다 죽음의 슬픔이구나. 헤어짐의 슬픔이라고도 하겠다. 이걸 누가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재미있는 포인트 두번째는, 사람들이 슬퍼서 우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외로워서 울기도 하고, 안심이 돼서 울기도 하고, 심지어 기뻐서 울기도 하지. 서운해서 울기도 하고, 고마워서 울기도, 위로받아 울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아기는 우는게 사실은 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운다'는 행위 안에도 매우 다양한 종류의 감정이 있다는 것을 살펴보게 되면 감정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의 폭이 커질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끝이 아니다. 마지막이 압권이다. 사람들은 위로를 받으며 한손으로는 옆사람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눈물닦기 릴레이, 위로의 연대라고 표현할 장면이다.
사람들은 그렇다. 중이 제 머리만 못깎는 것이 아니다. 다 알면서도 셀프 위로는 어렵다. 때론 눈물을 쏟아낼 상대도, 눈물을 닦아줄 상대도, 위로의 말을 건네줄 상대도 필요하다. 서로서로 그걸 해줘야 한다. '사회'란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여기에 대한 답변이 쉽지 않지만, 그걸 다시 알려준 이 책이 참 고맙다. 재밌고 귀여우면서도 아름다운 책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