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개, 올빼미 머리 그리고 나 큰곰자리 고학년 2
M. T. 앤더슨 지음, 준이 우 그림, 송섬별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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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동화이면서 동시에 현실을 보여주는 동화다. 판타지는 기시감이 거의 없는 닟설고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그래서 진입하는데 시간이 조금은 걸리겠다. 하지만 일단 그 세계에 주인공들과 함께 들어서고 나면, 주인공들의 모험에 동행하며 그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겠다. 시간이 걸리겠다...고 말한 건 사실은 내 사정이고, 아이들은 바로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어른 독자(나)는 갈수록 무뎌지고 있고, 아이들은 그렇지 않을테니까.^^;;;

제목에 세 주인공이 나온다. 마지막의 '나'는 클레이라는 이름의 평범한 남학생 인간이다. '요정 개'는 '산아래 왕국'의 어린 사냥개고 이름은 엘피노어다. '올빼미 머리'는 사람과 같은 모습에 머리는 올빼미인 나라의 아이다 이름은 에이모스. 이렇게 다른 세 세계의 존재들이 만나 관계를 맺고 모험을 하는 이야기다.

모험도 모험이지만 내 마음을 요동시킨 건 그 관계였다. 우리 세계도 아닌 전혀 다른 세계의 존재들과의 우정. 자신이 받을 고초나, 어쩌면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친구를 지키려는 그 마음. 어쩌면 참으로 쓸모없고 어리석은 그 마음.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아주 약간 다른 그것을 가지고 거리 두고 흘겨보며 경계하는 게 우리들의 모습인데.

우주는(세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이 책의 설정처럼 겹겹이 겹쳐 있지 않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오래 전에 나온 '시간의 주름'이라는 판타지 동화가 있는데 이 작가도 그 표현을 사용한다.
"우리 세계 사람과 너희 세계 사람은 서로 다른 시간의 주름 속에서 살고 있어." (97쪽)
그 세계간의 커튼이 살짝 열린 것은 지구의 전염병 때문에 아이들이 꽁꽁 갇혀 지내던 시간. 학교는 원격수업으로 우리가 익히 겪어봤던 코로나 때와 같은 상황이다. 친구들과의 대면은 사라지고 24시간 붙어있어야 하는 형제간은 서로를 지겨워한다. 클레이가 답답함을 참지못해 나왔던 집 근처의 숲에서 개를 만나며 세계간의 만남이 시작된다. 이 세상이 꽁꽁 닫혀있던 그 시간에 클레이는 살짝 열렸던 틈 사이로 다른 세계의 아이들과 만났던 것이다.

"죽음이 진짜인 것처럼, 내가 괜찮다는 것도 진짜야. 너희 둘이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도 진짜고." (141쪽)
"클레이 형제, 정말 그 개한테 이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어?"
"너도 엘피노어를 봤잖아.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해? (224쪽)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놀이를 잊는 때가 오는 법이란다. 이제 가려무나." (250 쪽)

우리는 모두 어린시절 환상 속에서 겪었던 모험을 잊어버리며 어른이 되는 것일까. 클레이가 기억을 되새기며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잊지는 않을 것 같다. 에이모스와는 헤어졌지만 엘피노어가 곁에 남아있기 때문에. 새로움으로 잘 짜여진 판타지였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말한다면 작가가 창조한 '다른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나 아련함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그게 꼭 있어야 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왠지 그런 걸 바라고 있나보다.

인물들의 캐릭터를 잘 살려 표현하고 친근하고 매력적인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인기있을 작품 같다. 혹시 내년 쯤엔 나온다는 소식을 듣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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