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 사계절 1318 문고 15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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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독서의 추억과 함께 어린이문학에 대한 애정이 되살아오르던 20여년 전, 거기에 기름을 부은 책 중 하나가 이 작가님의 <클로디아의 비밀>이었다. 이후 이 작가님의 책을 읽은 적 없다가 얼마전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대출해왔다. 이 책도 나온지 꽤 오래 됐는데 그동안 몰랐었다.

어린이들이 읽긴 어렵고, 청소년소설로 나와있다. 굳이 청소년 아니라 그냥 소설로 소개되어도 괜찮겠다. 난 예술가의 일생과 시대 배경이 담긴 이런 책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다. 아주 흥미로웠다.

유명 화가들에 대해서는 대표작품 제목만 몇개 알 뿐이다. 모든 의미는 서사에 담기는 법, 이런 책을 읽고 보면 평면이 입체가 되듯 작품이 다시 보인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작가의 상상인가인데, 이쪽에 무지해서 그 경계를 전혀 모르고 읽었다. 읽고 나서 몇가지 검색해보니 일단 등장인물들은 거의 실존했던 인물들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의 제자(조수) 살라이. 루도비코 공작과 애첩들, 부인 베아트리체와 그의 언니, 어머니 등... 그리고 그 유명한 그림 모나리자의 주인공.

그 인물들의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은 것은 작가의 상상력일 터이다. 그 상상력이 적중했는지는 지나간 과거라 지금 확인할 수 없는 일. 감안하면서 읽으면 흥미로운 독서가 되고 작품 감상에도 도움이 된다. 다빈치와 작품에 얽힌 서사는 상상의 여지가 많아서인지 여러 작가들이 다루었나보다. 검색하다가 꽤 긴 다른 소설을 발견하기도 했다.

일단 작가는 조수인 살라이를 제목에서부터 '거짓말쟁이'로 칭했다. 어릴 때부터 입만 산 좀도둑 캐릭터다. 이런 아이를 다빈치는 왜 평생 옆에 두었을까? 그가 갖고있지 않은 어떤 면을 가치롭게 본 걸까? 둘 사이에 대한 얘기도 상상력이 뻗쳐서 아주 다양한 것 같던데, 이 책에선 이렇게 뭔가 서로 합이 맞는 존재로 표현했다. 너무 달라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는.

공작부인 베아트리체가 살라이와 아주 잘 맞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공작이 원래 부인 삼고 싶어했던 언니 이사벨라나, 연인 체칠리아의 미모에 비하면 훨씬 보잘것없는 외모를 가졌지만 총명한 머리와 솔직한 매력, 훌륭한 통찰력과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녀의 매력을 다빈치와 살라이는 단번에 간파했고 마음도 잘 통했다. 하지만 의외로(?) 공작의 총애를 받는 부인이 되면서부터의 행보는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시대의 한계라고도 생각한다. 현대사회도 많은 모순과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귀족을 위해 예술가가 복무하는 것 같던 시대의 작품활동에는 많은 아쉬움이 있지 않았을까.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겠지만.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작품들이 많이 탄생했지만 말이다. 베아트리체가 살라이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은 작가의 관점이 많이 담긴 장면인 것 같다.

"살라이, 나는 레오나르도 선생이 작품 속에 격렬한 것, 무책임한 것들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네가 도와 주었으면 좋겠어."

제목에 모나리자가 들어있지만 좀처럼 나올 생각을 하지 않다가 마지막에 살짝 나오며 끝난다. 작품을 다시 살펴보게 되는 작가의 상상력이다. 이 외의 작품, 예를 들면 공작의 연인 체칠리아의 초상화(흰 담비를 안은 여인) 등도 흥미로운 눈으로 다시 보게 된다. 이 여인은 수백년 후 먼 나라의 사람인 내가 자기 얼굴을 뜯어보리라는 걸 짐작이나 했을까. 위대한 화가의 모델이 되었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이구나. 모나리자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듯이.

이 모나리자의 탄생 배경, 그 안에 들어있는 예술가와 조수의 (사실은 작가의) 가치관이 흥미로운 방식으로 들어있는 책이다. 나로서는 평소에 잘 접하지 않던 내용의 독서였고, 꽤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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