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정원의 기적 서유재 어린이문학선 두리번 20
이병승 지음, 최산호 그림 / 서유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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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난 미래를 다룬 '차일드폴'을 쓰신 이병승 작가님이 같은 배경의 다른 이야기를 쓰셨다. 기후위기가 가져온 미래의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을 만큼 끔찍하게 표현되었지만, 그중에서도 희망을 그린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이 책에서 나의 눈길을 끈 점은 '인간의 본성'이었다. 비겁하고 악하고. 이기적이고. 나 또한 남 말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본성'이라 표현해 보았다. 선의를 베풀 가치도 없어보이는 존재. 그러니 이대로 망하는 게 당연한 귀결 아닐까. 하지만 작가는 이 모든 걸 표현해 놓고도 다시 꽃을 피우려는 시도를 한다. 그게 위로이며 희망이기도 하다. 아직 늦지 않았기만을 간절히 바라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은 모든 영역에 이르지만 이 책에서 부각된 것은 식량위기다. 망가진 자연은 작물을 제대로 재배하지 못하고, 바다의 산물도 더이상 먹을 수 없다. 식량 난민이 몰려들고, 자신들 먹을 것도 부족한 이들은 난민들을 혐오하고 증오한다. 사회 시스템은 무너지기 일보직전으로 겨우 지탱하고 있다.

화자인 민달이네도 형편은 마찬가지였다. 견디지 못한 엄마는 외할아버지네로 가기로 결심한다. 갈곳이 있으니 다행이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은게, 부녀 사이는 최악이고 할아버지는 몹시 괴팍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소비 자체를 혐오한다는 할아버지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민달이와 엄마는 간단하게 가방을 꾸려 할아버지가 계신 마을로 떠난다.

듣던대로 할아버지는 딸을 반기지 않았고 개 사료를 한푸대 던져주었을 뿐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인류의 미래를 짊어진 중요한 주인공이었다. 재난을 미리 대비한 연구의 성과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제목의 '비밀 정원'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것을 나누려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선의로 했던 연구와 작업이었는데 늘 오해와 무시, 비웃음을 당했다. 딸(민달이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서로를 원망하던 가족은 남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할아버지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렸다. 정원의 문도 마찬가지.

그 문이 열리기까지 민달이와 할아버지, 그리고 주변의 일들이 이 책의 내용이라 하겠다. 상황과 사건들의 현실성과 개연성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정말 리얼했던 건 위에서도 말했듯이 인간들의 본성이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본성, 파이를 나누기보다 배제할 시람들을 찾아 내쫓는 본성,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본성, 언제 그랬냐는 듯 말바꾸는 본성,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본성, 같잖은 권력이라도 쥐고 뭐나 된 듯 행세하려는 본성, 믿었다간 뒤통수 때리는 본성.....

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서도 이 작품은 희망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원래 세상엔 착한 사람보다 못된 사람이 훨씬 더 많아. 그리고 우리는 그런 거 안 가리고 자기의 재능을 쓴 사람들 덕분에 살아가고 있는 거야."
저 위에 쓴 본성이 나의 것이면서도 마치 아닌듯이 나는 일부 사람들을 욕하고 혐오한다. 나눠줄 걸 갖고 있지 않지만 만약 갖고 있다면 할아버지처럼 하고 있을 것 같다. "누구 좋으라고?" 화를 내면서.

올겨울, 세상이 너무 어둡고 춥다. 결국 죽이는 것도 살리는 것도 다 사람일 터. 착한 사람들 쪽에 조금이라도 기울고 싶지만 그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부디 우리가 모두를 위한 선택을 하면서 살 수 있길. 결국 이기적 결론이지만 그게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

이 겨울의 어둠 끝에도 빛이 보이길 소망하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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