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되찾기 프로젝트 초등 저학년을 위한 책이랑 놀래 10
송선혜 지음, 박현주 그림 / 마루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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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렇게 속셈(?)이 뻔한(?) 동화는 작품성이 없게 보이고 재미도 없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묘하게도 재미가 꽤 있었다. 다만 결말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만족스러울지는 모르겠다. 사이다를 기대한 어린이라면 엥 하고 실망할 수도 있겠다.ㅎㅎ 하지만 내가 어른이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꽤 만족스런 결말이었다. 그 과정도 아이들 사이의 관계와 심리가 잘 들어가 있었다.

지민이와 유나는 단짝이었지만 말도 안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유나의 물건 자랑 성향 때문이었다. 보다못해 지민이가 "너는 자랑할 게 그것밖에 없어?" 라고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고 유나가 "너는 헌 물건만 가지고 다니잖아!" 라고 응수함으로써 둘 사이는 완전히 깨졌다.

유나 같은 성향의 아이들이 교실에서 꽤 보인다. 경력이 많아 이런 경험이 많은 나는 아예 원천봉쇄를 하는 편이다. 이런 나에 대한 회의가 한때는 있었다. 모든걸 아이들과 상의하고 합의해야 한다 주의가 가스라이팅처럼 교직을 뒤덮었을 때.... 나는 인권을 무시하는 교사인가 하는 자괴감이 운신을 힘들게 했다.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상의할 것이 따로 있으며 선포할 것도 지도할 것도 있다. 결말이 뻔히 정해진 행동은 못하게 한다. 꼭 똥을 찍어먹게 놔두는 것만이 교육은 아니잖아?

유나같은 성향의 아이들은 '선심쓰기'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려 한다. 가장 대표적인 행동이 학교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가져와 펼쳐놓는 것이다. 그때 뭐야? 뭐야? 하면서 다가오는 친구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것과 자신의 위력을 즐긴다. 이 책의 대화 중에도 그런 게 있다.
"세뱃돈으로 산 비싼 거야. 내 말 잘 들어야 줄 거야."
심지어 급식으로 선심을 쓰는 아이들도 있다. 요구르트 등 1인 1개씩 배부되는 특별메뉴가 있을 때 꼭 "이거 먹을 사~~람?" 하면서 손님들을 모으는 아이. "나! 나! 나 주라 응?" 하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만족감을 맛보려 한다. 심지어 자기가 먹고싶으면서도 그러는 아이도 있다는 사실. 심굴궂은 내가 그 꼴을 봐줄 리가 없다.
"순이는 자기 급식으로 선심쓰지 마세요. 그리고 그거 달라는 친구들은 무슨 생각이에요? 그걸 받아 먹으면 순이는 오늘 영양에서 그게 빠지는 거잖아요? 급식선생님들이 주시는 건 더 받아올 수 있어요. 하지만 친구거 받아서 더 먹는 건 안됨!"
교실에 가져오는 물건도 마찬가지다. 3월 초부터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분명하게 선포한다. 수업과 관련없는 물건 가져오지 않기. 슬슬 가져오기 시작하는 아이가 보이면 "순이, 그거 안가져오는 물건인데? 꺼내지 마요. 그리고 오늘 잊지 말고 집에 꼭 놓고와요. 알겠죠?"
이런 식이다. 쪼잔해져야 가능한 담임의 일상. 에휴^^;;;;

이 책에도 그런 아이들의 심리가 여실히 드러난다. 배경은 겨울방학이 끝나고 종업식까지 2월 기간 중 2학년 교실. 설날 지나고 온 아이들은 세뱃돈으로 산 비싼 물건들로 자신의 위력을 즐기고 싶어한다. 그러나 지민이는 여기에 낄 수 없다. 세뱃돈을 전액 엄마한테 '맡겼기' 때문이다. 이대목을 읽어주면 아이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예상된다.

지민이는 당연하다 생각하던 일들에 배신감을 느꼈다. 부모님께 그동안 맡긴 세뱃돈을 모두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부모님은 당황한다. 단식투쟁까지 감행하는 지민이에게 꺾인 엄마는 허락한다. 엄마한테 말하고 사용하기로. 지민이가 수소문해서 정리한 가격은 무려 500만원! 냉장고에 가계부 형식의 메모지가 붙었다. 500만원부터 시작해 쓴돈과 잔액을 적어나가는 메모지다. 지민이는 드디어 부러워하던 2만원짜리 슬라임을 샀다. 그런데! 그 아래 적힌 항목에 깜짝 놀란다. 엄마가 저녁으로 맛있게 해주신 오리고기의 가격을 적어놓은 것이다.
"너도 이제 돈이 생겼잖아. 아빠는 돈을 벌고 엄마는 집안일을 하잖아. 그러면 너도 돈을 내야겠지?"

이렇게 이야기는 흥미롭게 흘러간다. 지민이는 이제 쉬는 시간에 다른 아이들이 즐기던 위력을 즐겨볼 수 있었고, 친구들한테 한 턱 쏠 수도 있었고, 피자를 시켜먹을 수도 있었지만.....

무난하고 상식적인 결말이 내 마음엔 훈훈했지만, '맡겨진' 세뱃돈에 한맺힌 어린이가 읽었다면 사이다 결말이 아니라서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 결말이 좋다. '맡겨진' 세뱃돈은 각 가정에서 평화적으로 합의하시길..... 꿀꺽만 안하시면 되쥬. 근데 지금 든 생각인데, 어느정도 공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왜냐면 세뱃돈 그게 상부상조라서 그만큼 부모님 주머니에서 나간 거그덩. 그건 뭐 각 가정의 지혜로운 합의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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