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프가 되고 싶어 학교종이 땡땡땡 13
요시노 마리코 지음, 타카하시 카즈에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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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을 못한다고, 나도 친구관계에 집착하던 한때가 분명히 있었다. 단둘이, 아니면 서넛이, 특별히 친하고 함께 다니던 친구가 있었고 그 구도가 달라지는 건 큰 지각변동처럼 느껴졌다. 그런 걸 보면 이건 통과의례처럼 겪고 지나가는 일인 것 같다. 근데 나이들어 여기에 목을 매는 학생들을 보면 왜그리 답답해 보이는 걸까? 왜 쿨한 것만 멋져보이고 질척이거나 집착하는 모습이 그리도 보기 싫을까?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는 나도 돌아봐야 하지만 이런 경향이 과도하면 문제는 분명히 있다. 그런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쉽고 귀여운 동화가 있다. 천개의바람 책을 좋아하는데 이 책이 나온 줄은 모르고 있다가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발견하고 대출해왔다. 이 책은 극단적인 캐릭터를 설정하지 않으면서도 관계적인 문제를 한번 성찰하게 해준다. 저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고학년과 읽어보고 얘기 나누기에도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되었다. 어른들이 읽어도 깨달음이 있을만한 책이다. 어른들이라고 관계 문제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니까. 아이들보다 더한 경우도 많다는....

 

최근의 유행대로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들이 주인공이어서 더욱 접근성이 높다. 여름이는 고양이 학교에 다닌다. 흑백 얼룩이인 자신을 매우 평범하다 생각한다. 같이 잘 노는 친구로는 예쁘고 똑똑한 삼색이 태비, 호랑이 줄무늬 랑이, 겁쟁이 잠꾸러기 회색줄무늬 시온이가 있다. 여기에 프리실라라는 이름도 개성있는 오렌지색 멋진 털의 고양이가 전학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름이는 프리실라가 맘에 들어 마음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프리실라는 태비에게 베스트 프렌드가 되자고 제안했다. 베프란 걸 생각도 못하고 지내온 친구들은 프리실라에게 맞추기가 어렵다. 태비랑 깨지고 나서 프리실라는 이번엔 랑이에게 베프 제안을 했는데, 얼떨결에 승낙한 랑이도 얼마 안가 깨지고 말았다. 다음 순서로 프리실라는 여름이에게 제안을 하는데.... 여름이는 이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프리실라의 베프 제안을 받은 친구들을 부러워하던 시간 동안, 여름이는 깨달은 게 있었다. 함께 있는 시간도 좋지만 홀로인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교장선쟁님의 비밀 공간에 우연히 들어갔던 여름이는 벽에 걸린 이런 시를 읽게 된다.

 

나뭇잎을 흔들며 흐르는 바람은

전부 고양이 거

(중략)

세상의 주인공은 너니까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외톨이로 살아라.“

 

당당하게 외톨이로 살라니. 멋진 말이다. 위험한 말일 수도 있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절대 혼자서는 설 수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발판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 인간 사회다. 이걸 무시하고 연대의 끈을 다 끊어버리라는 뜻은 아니다. 그랬다간 진짜로 큰일난다. (현대사회가 점점 그래지는 것 같아 슬프고 걱정될 때가 있다) 여기에서 외톨이란 독립적인 존재를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독립과 연대의 양면을 다 가지고 있어야 건강하게 유지되는 집단이다.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바로 이런 뜻인 것 같다.

고양이도 친구가 있어도 되고, 여럿이 모여도 돼. 어른 고양이도 가끔 고양이 모임을 하고 말이야. 하지만 혼자 있는 즐거움도 알았으면 좋겠구나.“

 

작년과 올해 운이 좋아서인지 아이들의 관계 문제로 고생한 적이 없어서 감을 좀 잃어버린 느낌이 있다. 하지만 이전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독립을 두려워하는 아이들, 끈이 떨어질까봐 집착하는 아이들, 그 끈의 주도권을 잡고 보이지 않는 권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이 뒤엉키면 그 안에서 많은 상처와 문제들이 발생하곤 했었다. 지금 혼자라고 영원히 혼자가 아니야! 두려워하지 말고 그 끈을 놓아도 된다! 라고 말해주고 싶은 경우가 여럿 있었다. 이 책은 아주 귀엽고 부드럽게 그 용기를 줄 것 같다.

 

그렇다고 프리실라가 관계를 망치는 나쁜 캐릭터인 것은 아니었다. 서로 다른 성향 속에서 지냈고 차이가 있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프리실라는 친구들 돕는 연대의 마음도 갖고 있었다. 다섯이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으로 이 책은 끝난다. 혼자와 함께.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일이 어린이들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 솔직히 나도. 그렇다. 난 너무 혼자 있으려고 해서 탈인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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