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어요, 고양이 노래 그림책 1
송인섭.홍이삭.이나래 지음, 민정원 그림 / 야옹서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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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에 의한 책 구매가 또 발생했다. 나는 뭔가에 깊이 치열하게 빠지는 성격은 아니라서 홍이삭 가수의 팬이라곤 하지만 덕질까지는 하지 못한다. 음원을 빠짐없이 다운받는 것과 그가 관련된 영화와 책이 있으면 꼭 사는 것? 이 책도 두 권을 샀다. 한 권은 집에, 한 권은 직장에 두었다. 직장에선 좀더 쓰임새가 많을 것이고, 집에선 아마 나 혼자 보겠지만.^^

홍이삭 가수의 유튜브는 파도 파도 나와서 유튜브의 바다에서 헤엄친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인데, 음악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는 영상이 많다. 그냥 일상처럼 조용히 무심하게. 저게 작업 맞나 싶은 시간들마저 버리지 않고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런 팀이 하나가 아니어서, 이분은 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보다 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무던해서일 수도 있겠다.

이 작업을 함께 한 사람들은 ‘차곡차곡’이라는 채널의 친구들이다.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채널이다. 이 책의 내용이 된 노래의 작업 영상은 5년 전에 올라왔다. 초반부는 아 뭐하지 뭐하지 하면서 흘려보내고....ㅎㅎ 동물 이야기로 만들어보자, 그럼 고양이? 하다가 송인섭 씨가 첫 소절을 뱉어보았고, 폭소와 박수가 터지다가 다음 소절, 다음 소절 이야기하며 만들어갔다. 완성하고 나서도 그들은 배꼽을 잡고 웃으며 “근데 이거 어디다 써먹어?” 이랬는데, 5년이 지나 이렇게 귀여운 그림책으로 탄생하였다. 그냥 묻혀버릴 수도 있었는데, 조회수 몇백에서 그친 아쉬운 작업일 수도 있었는데 참 다행이다. 한편으로는 세상의 수많은 무명 예술가들의 결과물에서 그렇게 묻혀버린 빛나는 조각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5년전에 작업 영상과 함께 노래 영상도 올렸는데 그때의 목소리는 남자어른(아마도 송인섭 씨)이고, 최근 그림책을 출시하며 귀여운 여자어린이 목소리로 다시 녹음을 했다. 동료들에게 이 영상을 공유했더니 힐링이 되는 목소리라며 좋아들 했다. 나 또한 이 어린이의 목소리가 아주 맘에 들지만 최초의 녹음, 그냥 툭툭 부르는 남자어른의 노래도 좋다. (그사이 가사는 조금 바뀐 곳이 있다.)

“여기 있어요, 고양이.
없는 줄 알았겠지만
밤새 따뜻해서 밑에 있어요.
보닛을 퉁퉁치고 출발하세요.”

날이 많이 추워졌다. 이 추위에 길고양이들은.... 나름의 방법대로 생존을 위해 애쓸 것이다. 그걸 배려해주는 센스.

“나는 보기보다 안보입니다.
라이트를 켜도 보이지 않아요.
속도를 줄여주세요, 나는 잘 안보이니까
천천히 달려주세요.”

나는 아기고양이의 사고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걸 글로 쓰기가 어렵다.ㅠㅠ 대로변이라면 모르지만 골목길로 접어들었을 때는 모두들 천천히 가면 좋겠다.

“나도 외로울 줄 알아요.
강아지랑 비교하지 마세요.
집사가 나가면 나도 문을 쳐다봐요.
그러니 나도 신경 써 줘요.”

난 이 대목이 웃기면서도 찡했다. 보통 고양이는 독립적인 존재라고 한다. 도도하고. 하지만 ‘집사가 나가면 나도 문을 쳐다본다’니.... 왠지 찡해. 집사님들은 더하겠지?

“나도 내가 귀여운 거 알아요.
날 품에 안고 데려가고 싶겠지만
밤늦게 집에 안 가면 엄마가 걱정해요.
나를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첫줄에선 빵터졌다. 그렇지 너도 니가 귀여운 거 알지.ㅋㅋㅋ 하지만 길고양이라도 함부로 만지거나 데려가는 건 반대.

“턱 밑에 만지다보면
그대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계속 만지면 내가 좋을 줄 알지만
지겨워서 잠드는 거랍니다.”

여긴 완전 빵터졌다. 솔직히 난 고양이를 안 키워봐서 잘은 모른다. 집사님들 동의하십니까?ㅎㅎ

이하 가사는 생략하고 여기까지. 마지막에 야옹! 하고 끝나는 마무리도 귀엽고 깔끔하고 웃음이 난다. 평이한 듯한 민정원 님의 그림체도 볼수록 마음에 든다. 이 책을 화면 가득 볼 수 있는 형태로 가공했다. 반 아이들이랑 보려고. (저작권을 지켜야 하니 개인적으로만 사용) 아이들의 반응이 기대된다. 노래도 좋아할 것 같다.

네 분의 작가후기가 다 좋았지만 나름 팬이니만큼 홍이삭 님의 후기에 더 눈이 머물렀다. 글도 참 잘 쓰시네 라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차곡차곡을 할 때면 별일과 별일 아닌 것 사이의 경계선을 오가는 행위를 하는 것 같았다. 어떨 때는 무가치해 보이지만 또 지나 보면 그런 맹탕 같은 시간들이 졸여져 간간한 국물 한 그릇 얻어먹는 느낌이랄까.”
“그리울 것이다. 창작 행위라는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핑계로 보냈던 월요일 밤의 잉여시간이 그리울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눴던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했던 대화들이 그리울 것이다.”


이때의 시간들이 의미를 갖는 것도 저자들이 나름 성공(홍이삭 씨는 특히 경연대회에서의 우승)을 했기 때문인걸까. 대답 안하고 싶다. 아니었으면 좋겠어서. 유명해지지 않아도, 뜨지 않아도 아름다운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의미있었으면 좋겠다. 차곡차곡이라는 채널 이름이 다시금 마음속에 들어온다. 인생을 차곡차곡 채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하고 아이들에게는 뭐라고 가르쳐야 할까. 이 귀여운 그림책을 보면서 참 생각 한번 복잡하네. 세상의 어떤 구석을 보더라도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본다면 세상이 지금보단 아름답겠지. 공격에 대한 방어, 방어를 위한 선제 공격... 이런 궁리를 해야되는 세상이 너무 힘들어. 고양이 옆에서 포근하게 잠들고 싶다. 나는 고양이를 안 키우니 고양이 대신 우리 강아지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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