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 않은 길~쭉한 판형의 그림책이다. 첫 번째 읽을 때 나는 아주 눈치없이 읽고 말았다. 희나의 특별함도, 놀이의 변형도 의식하지 못하고 읽으면서, 뭔가 이상한데? 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마지막 장에 거의 가서야 아, 이 책은 장애를 가진 아이와 친구들의 이야기구나 하고 깨달았다. 내가 눈치가 없는 면도 있지만 이건 작가님이 잘 표현하신 탓도 있다. 희나가 튀지 않게. 친구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그리고 놀이. 나는 어렸을 때도 뛰어노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아이였지만 그래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도 안해본 건 아니거든. 그런데 워낙 놀이 경험에 자신감이 없다보니 아 뭐지...? 무궁화꽃 놀이가 이런 거 아니지 않나...? 하고 갸우뚱하고만 있었던 거다. 그래, 원래 무궁화꽃 놀이는 내가 알던 게 맞다. 이 아이들이 변형해서 한 거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게 맞나....?? 할 정도로 절묘하게. 희나는 시작장애인이지만 놀이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첫 화면의 “시작한다!”도 희나가 외치는 소리다. 원래 무궁화꽃 놀이는 움직임을 들키면 걸리는 건데, 희나에게 맞추어 소리를 들키면 걸리는 것으로 변형했다. 와, 아이들은 이런 데 천재지. 실컷 놀아본 경험만 있다면 말이야. 요즘은 예전같지 않아서 가르쳐줘도 못노는 아이들이 많아졌지만 그 문제는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므로 패스.... 하여간 아이들은 내가 깜빡 속아넘어갈 정도로 변형된 놀이를 재미있고 진지하게 하고 있었다. 마치 희나 때문에 더 재미있어진 놀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줄무늬셔츠 남자아이(‘나’)가 가장 재미있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일념으로 만반의 준비를 한다. 콧구멍까지 휴지로 막고, 위기시에 고양이 소리내기 연습까지 하는 ‘나’는 우리가 아는 사랑스러운 장난꾸러기 딱 그모습이다. 놀이가 재미있어질 정도의 적당한 승부욕을 가진.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참지 못한 재채기. 거기에다 독가스 살포까지. 재채기에는 슬쩍 넘어가 주었던 희나가 독가스는 정확히 잡아내는 장면에 친구들이나 독자들이나 깔깔 웃게 된다. 마지막 장면,“재채기는 봐줬다.”“나도 방귀 뀌어 준 거거든.”이런 현실대화. 슬픔이나 서러움은 없는. 장애어린이가 나오는 이야기가 점점 진화하는 느낌이다. 이야기만큼 현실도 진화하면 좋겠다. 이렇게 유쾌하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배려라고 굳이 이름 붙이지 않는 배려가 가득하게. 그런데 그 배려가 모두를 행복하게. 이런 재미난 책들이 현실을 견인할 수 있기를 빌면서, 아이들과 함께 꼭 읽어보겠다. 아이들도 참 좋아할 것 같고 나눌 이야기도 많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