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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교실 어떻게 할까? - 초등참사랑 이영근 선생님의 빛깔 있는 독서교육 ㅣ 살아있는 교육 46
이영근 지음 / 보리 / 2024년 6월
평점 :
요즘은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교사를 셀럽이라고들 하던데 별로 쓰고 싶은 말은 아니지만 굳이 써 본다면 이영근 선생님은 1세대 셀럽이다. 전통적 셀럽이라고도 하겠다. 젊은 시절 교육청 연수가 아닌 자발적이고 진보적(?)인 연수에 가보면 꼭 이분이 강사로 계셨다. 주로 학급운영이나 글쓰기를 강의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잠깐 반짝하고 보이지 않는 셀럽들도 많은데 이분은 내 교직인생 전중후반부에 일관되게 보인다. 참 꾸준하고 한결같은 분이라 생각한다. 관심분야도 쭉 넓히셔서 내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이분의 연수는 토론 관련이었다. 꾸준함이 깊이로 이어지는 결과를 보는 듯했다. 지금은 아마도 어떤 쪽에서인가 그때보다 더 깊어져 계실 듯하다.
독서교육 책을 딱히 읽고싶진 않았다. 나는 가소성이 무척 부족한 사람이라 남의 책이 나에게 적용되려면 상당한 시도와 노력이 필요한데 보통은 안하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취약 분야가 많아 시급하게 더 배워야 할 분야도 넘치는데, 하지만 서평게시판에 뜬 제목을 보니 마지막으로 한번 읽어보자는 욕심이 생겨 신청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다.
이영근 선생님의 교실은 자연스러움이 특징인 것 같다. 규격화된 것들, 강제된 것을 최소화하고 여유있고 융통성있게 간다. 하지만 그 안에 편안함만 있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갈수록 치열함도 들어찬다. 그걸 자연스럽게 이끄는 게 선생님의 내공이다. 예를 들면 독후활동을 할 때 다양한 양식이나 맞춤형 자료를 사용하진 않고 무제공책 하나로 다 커버하는 편이다. 하지만 단계별로 간추리기부터 교사와 하나하나 함께 해나가다보면 나중에는 자유롭고 알차며 각자의 개성이 담긴 결과물들이 나오게 된다. 아이들도 교사도 부담이 덜한 방법이라 하겠다. 교사들마다 방식이 많이 다른데, 교사의 내공이 들어가 있다면 각기 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의 문장도 그렇다. 대화 나누듯이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글투를 사용한다. 낱말 하나도 되도록이면 우리말을 사용하고, 쉬운 내용이라도 상대방이 다 알거라는 전제를 빼고 친절하고 상세하게 쓴다. 그 교실도 이와같은 분위기일 거라는 짐작이 되고, 편안하고 허용적이면서도 노력하는 교실일 것 같다. 요즘 이런 교실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 이 책은 독서교육 책이지만 학급운영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주고받는 선물과 편지 속에 싹트는 사랑도 있다. 책선물과 쪽지 편지 쓰기가 그것인데, 협력교사 선생님과 이별할 때의 훈훈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아이들에게 감사를 가르치고 싶어서 '우리의 배움을 위해 수고하시는 분들께 편지쓰기' 같은 활동을 연 1회 하곤 하는데, 이 방식도 따라해보고 싶다.
이영근 선생님의 전문성이 가장 집약된 장은 마지막 독서토론 장이었다. 따로 집필된 책이 있을 정도니까 아무래도 그렇겠다. 그림책과 그에 따른 논제 소개가 아주 감사한 자료였다. 나는 찬반토론을 힘주어하진 않으니 내가 하는 토론은 그냥 '돌아가며 생각 말하기' 수준이다. 저자는 '비경쟁 독서토론' 이라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셨는데, 들어보니 맞는 말이긴 하다. 용어 상으론 그렇고, 어떤 방식이든 생각을 충분히 말하게 할 수 있다면 좋은 방식일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 방학 알림장을 쓰면서 '심심 책읽기' 라는 표현을 도용했다.ㅎㅎ '가을 아래 책 읽기'도 해보고 싶은 활동 중 하나다. 무엇보다 조급해하지 않는 영근샘의 여유있는 태도를 가장 배우고 싶다. 역시 책을 읽기 잘했네. 꼭 배울 점이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