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같은 토요일이 이 책을 읽으며 지나가버렸다. 휴일을 책으로 보내는 건 나쁘지 않지만 이런 책을 읽고나면 썩 상쾌하진 않단 말이지.... 이 책을 읽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이렇다. 출근길에 플레이리스트에 담겨있는 홍이삭의 노래들을 듣다가 달달하지 않은 종류의 곡들에 관심이 갔는데 다 무서운 드라마의 ost들이었다. 그중에 김남길이 주연을 했다는 이 책과 동명의 드라마를 알게 됐고, 책을 먼저 읽어볼까 해서 동네도서관에서 빌려 읽게 됐다.1년 전인가 잠이 안오던 밤에 어떤 알고리즘이었는지 ‘알쓸범잡’ 영상을 연이어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그 영상을 꽤 많이 봤었나? 다 들어봤던 얘기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은 범죄를 기술하기만 하는 책은 아니다. 프로파일러라는 일을 하는 사람들, 그중에서 초창기 멤버인 권일용 씨의 업무 수행 과정을 주로 담고 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이라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드라마가 궁금해지고 이 책을 읽게 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악의 마음’을 나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느낌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 마음’이 갈수록 늘어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내게 있기도 하다. 딱히 ‘악의 마음’이라기보다는 이상한 심리,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심리, 위험한 심리라고 하겠다. 이 책을 읽고 났지만 여전히 알지는 못하겠다. 흔히 만들어지는가, 타고나는가 하는데 작가나 여기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만들어진다에 90 정도의 비중을 두고 있다. 다만 같은 환경이라고 똑같이 악인이 되는 것은 아니니 10 정도의 타고남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10을 훨씬 넘는 것 같지만 그 10도 작은 숫자가 아닌지도 모른다. 악인의 파괴력은 절대적이다. 그 주변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무고한 목숨을 잃거나 인생이 고통으로 점철된다. 그들을 빨리 분리해내어 선량한 이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수사를 돕는 사람들이 프로파일러다. 모든 직업이 중요하지만 범죄를 다루는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주로 경찰직과 교정직. 그분들은 어떻게 멘탈을 다스리고 일상을 유지할까. 쫄보인 나는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자극적인 내용을 최대한 자제했기 때문에 없지만 내가 봤던 영상에는 그런 말이 있었다. 여기 나온 연쇄살인범 중의 한 명은 이른바 ‘쾌락 살인’을 했고 희생자의 고통에서 희열을 느꼈으며 “담배는 끊어도 살인은 못 끊는다.”라는 말을 했고, 그 ‘살인 금단’ 때문에 복역 중에 자살했다고 한다. 그 ‘악의 마음’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사람 고쳐서 못 쓴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갱생이 불가능하다면 사회는 악인들의 관리에 얼마나 힘을 써야 되는 걸까? 인간을 컴퓨터처럼 리셋할 수도 없는데 말이다. 갱생이 가능한 경우는 최대한 갱생을 돕되, 불가능한 자들은 다시는 사회를 불안하게 하지 못하도록 관리한다. 이정도가 답일까? 그 둘을 구분하는 일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권일용 씨는 이제 현역에서 은퇴했다. 이 일은 아주 오래 할 수 있는 일은 못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뒤를 잇는 분들이 또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겠지. 내가 요즘 느끼고 있는 걱정, 이 사회의 심리적 건강의 적신호. 그게 그냥 기우이기를 바란다. 그 불안을 상세히 기술하자니 힘들다.... 그저 사회의 구석구석 모든 곳에서 건강한 개인과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책에 자주 거론된 미국의 책 <마인드 헌터>가 궁금해졌다. 그 책도 읽어볼까? 아니다. 그만 읽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