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도움 연구소 - 가짜 편지와 사라진 돈뭉치 보름달문고 88
주미경 지음, 홍선주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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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독서주간에 우리 학년은 주미경 작가님과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 <와우의 첫 책>을 온작품읽기로 읽고 있으니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그래도 뭔가 아쉬워 작가님의 책을 더 찾아 읽어본다. [무단도움연구소]라는 고학년 동화가 작년에 나왔는데 못읽어봤구나. 읽어보니 지금 우리반(4학년) 아이들한테는 조금 수준이 높고, 5,6학년 정도에 적당해 보인다. 올해 활용할 것 같지는 않지만 나에게 즐거운 독서였고 언젠가 누구에겐가 권할 수 있는 책 한 권을 더 알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제목인 '무단 도움 연구소'는 무돈이가 돈이 절박해서 하는 알바다. 심부름 알바라고 할까? 소꿉친구 단지가 함께 하며, 둘의 이름 첫글자를 따서 '무단'이라 이름을 붙였다. '연구소'라기엔 '푼돈이라도 주신다면 아무 심부름이나 해드릴게요' 수준이지만 무돈이는 디자인에 꽤 소질이 있어서 인스 같은걸 만들어 팔기도 한다. 어찌어찌 겨우 명맥을 이어갈 정도는 일이 들어오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겪는 일들이 이 책의 내용이라 보면 되겠다.

무돈이는 왜 이런 알바를 하는걸까? 가난해서....? 맞다. 디자인할 때 필요한 펜태블릿을 사고싶은데 부모는 그걸 사줄 형편이 안된다. 차라리 내힘으로 벌어서 사자... 이런 생각을 하는 무돈이는 요즘 아이들 중에선 드문 캐릭터다. 그 이유는
1. 일단 상황을 받아들인다. 아빠는 간호사로 고생하시는데 엄마는 돈이 거의 안되는 댄서고, 거기다 돈사고도 두번이나 쳤다. 그럭저럭 살던 무돈이네가 좁은 빌라로 이사가고 자식들이 돈얘기 꺼내기 눈치보이는 상황이 된 건 다 엄마탓이다. 무돈이도 원망하는 마음이 없진 않지만 이미 벌어진 일 탓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아는 애다.
2. 독립적이다. 부모한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해결을 도모한다. 물론 그 과정이 순조롭진 않지만...
3. 자기성찰을 한다. 일이 꼬일 때 거기에 매몰되어 될대로 되라 자포자기하거나 분노폭발을 하지 않고 지나온 길을 복기한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엄청 비현실적인 캐릭터 같네. 읽어보면 그렇진 않다. 실수도 많고 잘못된 판단도 하며 때로는 양심의 소리를 애써 외면한다. 우리 자신의 모습인듯 이렇게 친근한 캐릭터이면서 위에 적은 반듯함도 갖추고 있으니 나는 엄마미소를 짓는거고, 어린이 독자들은 신뢰할 책속 친구를 한 명 갖게되는 것 아닐까.

소꿉친구지만 요즘 부쩍 무돈이에게 마음이 쏠리는 단지, 북튜버인 단지 엄마, 마음 따뜻한 동네 고물상 물선자원 아줌마, 약간 의문의 인물인 집배원 아저씨, 오지랖 좀 있으신 아파트 경비원 디디 아저씨 등의 조연들이 이야기에 훈훈함과 미소를 더해준다.

반면 심술 가득한 동네 불량청소년 빠마 형은 악역을 담당하고 (그래봤자 쎄진 않음) 무돈이네 집이 망할 때 반대로 대박나 좋은 아파트로 이사간 기록이와는 계속 신경전이 벌어진다. 하지만 결말은...

등장인물이 꽤 많지만 서사가 산만하지 않고, 상황은 막막하지만 경쾌한 문장이나 대사가 다가올 희망을 알려주는 듯하다. 내 잘못된 생각과 선택 때문에 사건들이 꼬이고 관계까지 어긋나 버렸을 때, 완전히 망가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책임있는 태도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을 보여주어 고마웠다. 사람은 혼자서 성장할 수 없고 관계들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깨달음까지. 나도 이왕이면 괜찮은 모습으로 어딘가에 위치하고 싶다는 생각이, 딱 이렇게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해도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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