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 나무의말 그림책 7
이상은 지음, 오승민 그림 / 나무의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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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걸 보고 봐야지! 하고는 잊어버렸는데 동네도서관 신간코너에서 발견했다. 읽어보고 너무 좋아서 검색을 해보고 감탄의 한숨이 나왔다. 내가 모르는(몰랐던) 세계는 왜 이렇게 많을까. 이상은이라는 분이 아티스트인걸 나는 몰랐구나. 심지어 동시대인인데도.

그분과 나는 학번도 같다. 88년 대학 1학년일때 강변가요제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데뷔했다. 그때 살았던 사람이면 안들어봤을 수가 없는 담다디. 이건 여담인데 88년은 서울올림픽의 해이기도 하지만 정말 걸출한 아티스트들을 배출한 해였다. 대학가요제에서는 전주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신해철의 <그대에게>가 등장했다. 아 어느새 오래된 추억이다.

근데 나는 신해철에 비해서 이상은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이상은=담다디' 공식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담다디는 썩 내맘에 드는 노래는 아니었고 겅중거리는 그이의 춤도 소비성이 높다고 생각했을 뿐 그닥 좋아하진 않았다. 나의 취향과는 반대로 그 노래는 엄청 히트를 쳤다. 하지만 가수에게 굴레를 씌우는 곡이기도 했던 것 같다. 이후 그의 음악 작업은 담다디를 지우는 작업이었을 수도.

그런데 나는 담다디 그 이후를 몰랐다는 게 오늘의 아쉬움이다. '언젠가는'을 좋은 노래로 기억하고 있는 정도. 거기에 오늘 그림책으로 '삶은 여행'이 추가되었고, 탈피에 가까운 그의 수많은 도전들과 함께 많은 명반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천천히 들어봐야겠다.

예술적 욕구는 있으나 표현기능을 갖고 있지 못한 나는 아티스트인 이상은 씨가 부럽다. 특히 싱어송라이터로서 가사를 잘 쓰는 사람들 보면 감탄한다. 요즘 가수로는 이승윤이나 이찬혁 같은... 이상은 님도 그런 부류였구나. 그림책의 본문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아니 넘치게 좋은 이런 가사를 쓸 수 있는 종합예술인.

그림작가 오승민 님에게도 감탄한다. 노래가사는 보통 구체적이지 않고 함축적이다. (아 지나치게 구체적인 가사도 물론 있긴 하지만^^) 그걸 그림으로 구체화해야 되는 작업이 쉬울 리 없다. 새로운 창작이되, 조건이 많이 따르는 어려운 창작일 것 같다. 이 책에선 그 창작이 아주 훌륭하게 이루어졌다. 그래서 글과 그림이 모두 아름다운 한 권의 그림책이 되었다.

'삶은 여행' 이라는 제목 속에 작가의 인생관이 다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삶이 독립적이고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삶은 계속되니까
수많은 풍경 속을 혼자 걸어가는 걸
두려워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아
혼자 비바람 속을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 걸"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발걸음이 늘 혼자인 것은 아니다. 내 발로 디뎌야 하지만 내 옆에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에
"용서해
그리고 감사해
시들었던 마음이 꽃피리"
"수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봐"

라고 노래할 수 있는 것 같다.

삶의 많은 부분이 슬픔과 아픔이기에, 아픔을 노래한 가사들도 마음에 절절히 와닿는다.
"어제는
날아가버린 새를 그려
새장 속에 넣으며 울었지"
"눈물 잉크로 쓴 시
길을 잃은 멜로디"

이 대목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을까.

하지만 인생은 여행이기에, 떠날 때는 다 놓고 떠나는 것이다.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작가소개에 작가가 이렇게 말했다.
"마음을 다친 이에게 힘이 되는 노래였음 했었어요.
기도로 만든 노래이므로 누군가에게 삶을 향한 긍정의 기도로 다가가기 바랍니다."
그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하다. 각자의 의미로 작가와 소통할 수 있다. 나도 그런 느낌이었다.

노래가사도 예술(문학)의 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나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꿈틀.... 하지만 나는 구구절절 쪽이고 함축과는 거리가 멀어서 불가능하다.^^;;;; 세상에 있는, 있을 수많은 가사들 중 이렇게 문학성이 높은 가사들은 종종 그림책으로 제작되면 좋겠다. 얼마나 좋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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