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는 작업치료가 필요합니다
나카마 치호 지음, 지석연 옮김 / 케렌시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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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치료에 대해서 들어본지는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잘 알지는 못한다. 역자서문에서 학교지원 경험으로 언급한 선생님과 내가 친한 사이여서, 그분이 마련한 연수자리에 나가본 적이 있다. 그때 역자 강의를 한번 들었는데, 이 분야가 무척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하는 전문분야이며 이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막막한 상황에서 상당히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일상적 학급운영에도 바쁘다보니 1년,2년,그리고 몇년이 쏜살같이 지나버렸고 난 그때의 생각을 거의 잊고 지냈다.

지금 근무하는 곳은 특수학급 2개반의 정원이 넘칠 정도로 대상자가 많은 곳이다. 나도 해마다 도움반 학생을 한명씩 맡았다. 어떤 학생은 비교적 무난했고 어떤 학생은 무척 힘들었다. 가장 힘든 것은 나의 대처방법에 대해 확신이 없었고, 시도한 방법들이 효과가 없는데 그게 방법의 오류인지 아니면 아직 때가 아닐 뿐이라서 지속적으로 밀고나가야 하는건지 끊임없이 고민이 된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학생들은 도움반 학생들 외에도 점점 늘어나는 느낌이다. 이유는 분석해보지 못했지만 체감으로는 분명히 그렇다. 이제는 이런 학생들 지도에 팀플레이가 필요한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무척 유연하고도 세심하며 전문적인 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

우리나라는 뭐든 도입되면 형태가 망가지는 경우가 많아 우려되는 점도 있지만, 그래도 부러운 마음으로 이 일본의 사례들을 읽어나갔다. 전문가의 분석은 문제의 지점을 찾고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향한 한걸음을 실행하는데 도움을 준다. 보통은 학교교육과 별도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치료를 받는데, 교육현장에서 병행하면 훨씬더 효과를 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치료는 보편적이라기보다 상황적이라 공적 시스템으로 만들기에는 유연성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긴 했다. 하지만 이것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고, 현장의 협업은 꼭 필요하니 방법을 모색해보면 좋겠다.

내용 중 학생의 문제행동에 집중하기보다 '도달하고 싶은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고 뜨끔하게 다가왔다. 보통 학급에서 도움이 절실할 때는 '문제행동'이 표출될 때다. 그래서 그 문제행동의 축소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저자를 보니 세밀한 관찰을 통해 학생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하고 도달하고 싶은 목표를 정한 뒤 구체적 과제를 단계별로 해결해 나갔다. 이 내용을 담임교사, 특수교사, 학부모, 보조인력 등이 모두 공유하고 협력했다. 은연중에 학급의 친구들까지 협력하게 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이렇게 목표를 정하는 방식은 협력이 없는 상황이라 해도 교사로서 참고해야겠다.

다음으로 인상적인 대목은 ['해주는 복지'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활용하는 복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117쪽) 라는 의견이다. 복지대상이 많은 학교에 근무해보니 우리나라는 복지의 불모지가 아니다. 다만 그 효율성에는 물음표가 떠오를 때가 많았다. 그래선지 '자신의 힘을 최대한 발휘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이 확 다가왔다. 사실 해주는 게 훨씬 더 쉽다. 하지만 진정한 복지는 가능성을 키워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까이서 본 입장에서, 말이 쉽지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고있다. 연관하여 '졸업이 있는 복지'라는 의견도 현장전문가답다고 생각되었다.

이어서 목표 설정이나 작업수행 단계를 정하는 등의 과정을 간단히라도 보니 상당히 공부가 필요한 전문적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치료 영역과 교육의 영역은 상당부분 겹치고, 그래서 함께할 때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아 보인다. 시스템적인 부분은 내가 잘 모르지만 고민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저자가 협력의 경험이 많은 분이라 자신의 실패경험을 토대로 사려깊고 현명한 협력의 태도를 말씀하시는 부분이 구석구석 보여서 그 점도 신뢰가 갔다. 부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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