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아는 도깨비 언니 1 - 수상한 공부방과 돈 나무 너랑 나랑 2
윤슬 지음, 코끼리씨 그림 / 프롬아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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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어린이실 신간코너에서 이 책을 보고 '인기있는 시리즈가 또 나왔나보네' 생각하며 일단 1권을 빌려와봤다. 검색해보니 작가님도 출판사도 다 낯선데 책은 판매지수가 높았다. 인기비결이 있겠지? 생각하며 읽어보았다.

일단 시리즈물은 기본 설정을 잘해두면 이후는 좀 쉽게 굴러가는 장점이 있다. 1권은 그 골조를 세우는 권이라 성패가 좌우되는 중요한 권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매우 성공적인 것 같다. 각 권에는 문제나 아픔을 가진 어린이 주인공들이 등장할 것이고, 그 아이들에겐 조력자가 필요할 것이다. 이 시리즈의 기본 골조는 바로 그 조력자다. 그 골조 안에 각 권마다 다른 사정의 아이들을 만들어 넣으면 되니 시리즈는 꽤 길게 이어갈 수 있겠다. (그렇다고 창작이 쉬울 리는 없지. 이 점은 분명히 해둠.)

그 조력자가 바로 제목의 '도깨비 언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데 친근하고 다정하기까지 한 언니. 이 언니는 어떤 사연으로 마음고생을 하는 어린이들을 찾아가게 되었을까?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아는' 도깨비 언니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보통 도깨비 하면 남성 이미지에,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가졌지만 어딘가 좀 부족하고 허당인 캐릭터가 일반적인데, 요즘은 그런 고정된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다. 도도언니라고 불리는 이 언니도 그렇다. 도도언니의 과거 서사는 무척이나 애절하다. 원래는 사람이었던 언니. 부모님을 다 잃고 유일한 보호자인 할머니 밑에서 자라난 어린시절. 해녀였던 할머니마저도 물질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홀로남은 언니는 어쩔 수 없이 서툰 물질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다 만난 '석이'의 존재가 언니의 외로운 삶에 한줄기 웃음을 주는데... 석이는 도깨비였고, 유일한 사랑이자 위로였던 석이를 떠나보내고 본인이 도깨비가 되기까지의 서사가 어린이들에게 꽤 매혹적일 것 같다. 어린이들도 슬픈 이야기를 좋아하더라고. 이 애절한 사연을 가진 도도 언니는 슬픔으로 더 깊어지고 단련된 성품을 가지고 어린이들 앞에 사려깊게 나타난다.

1권에 나오는 아이는 현아다. 자기 의견을 당차게 말하지 못하는 소심한 현아는 전학간 학교에서 좋은 친구 예림이가 다가와 행복했다. 드디어 절친을 만났구나 기뻐했지만 커다란 오해가 아이들 사이를 가로막는다. 그 오해의 사연에는 부쩍 힘들어진 현아네 가정 사정도 있었고.... 그런 현아 앞에 도도언니가 나타났고 '도깨비 공부방'으로 현아를 이끈다. 이곳은 아마 다음 권들에서도 중요한 공간적 배경이 되겠다.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간절한 소원은 도도언니를 만나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 낼 테고 어린이 독자들은 이야기 속 친구들을 응원하겠지.

어른 독자로서 딱 내 취향에 맞거나 손꼽게 재밌는 책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독서력을 불문하고 흡인력과 접근성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체도 요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이어지는 다음 권들에서 다양한 상황의 어린이 주인공들이 나와 어린이 독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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