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버, 옥토버 - 2022 요토 카네기 섀도어스 초이스상 수상작
카티야 발렌 지음, 안젤라 하딩 그림,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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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지 않은 느낌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소재부터가 그렇다. 옥토버는 화자인 11살 소녀의 이름이다. 낱말뜻 그대로 옥토버는 10월에 태어났고 도시의 문명과 단절된 깊은 숲속에서 아빠와 둘이 산다. 엄마는 이런 삶에 동의하지 않았고 두 사람의 곁을 떠났다. 옥토버는 이 삶에 100% 동의하고 만족한다. 아이는 자신을 야생이라고 칭한다. 아이에게 야생은 최대의 가치다. 따라서 엄마를 이해하려 하지 않으며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옥토버에게 사랑은 오직 아빠 뿐이다.

 

아빠는 강인하고 박식한 사람이었기에 옥토버는 야생이되 모글리나 늑대소녀는 아니었다. 그들의 집에는 책들이 가득 차 있었고 옥토버는 야생의 생활만큼이나 책읽기를 사랑했다. 다만 그들은 최대한 자급자족했고, 자연의 섭리 속에서 살았다. 옥토버는 이와 다른 삶을 전혀 원하지도 상상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될까 끝까지 저렇게 살 수 있을까 미심쩍어하는 나는 문명에 찌들은 사람이겠다. 나는 오히려 옥토버의 생활을 상상할 수 없다. 모든 불편이 바로 해결되는 (그것도 남의 손으로) 아파트에서 평생 살기로 결심한 내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되고 악천후를 견뎌야 하는 자연 속에서의 삶을 이해할 리가 없지 않은가. 아름다운 대자연과 그 신선함을 만끽하는 옥토버를 보며 잠깐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편리함과 바꿀 생각이 없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옥토버의 숲속 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사고가 벌어졌다. 어느날 엄마가 찾아왔고 그녀를 엄마라는 여자라고 칭하는 옥토버는 반발하며 나무 위로 달아나 적대감을 표출하는데, 그 와중에 아빠가 나무에서 떨어져 온몸이 부서지는 큰 부상을 입는다. 이제 그들은 문명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아빠는 런던의 큰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과 재활을 하고, 옥토버는 그토록 싫어하던 엄마라는 여자와 도시적인 주택에서 거주하게 된다. 심지어 생애 처음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런 상황 또한 독자로서는 흥미로웠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옥토버는 늑대소녀는 아니었기에 학교생활이 대단한 화제일 것까진 아니었지만 문제는 옥토버의 내적 갈등이다. 야생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 특히 옥토버가 구조해 기르던 올빼미 스티그를 야생동물 구조센터에 두고 돌아선 마음, 아빠를 다치게 했다는 죄책감과 절망감, 엄마라는 여자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어린 옥토버의 마음 속에 태풍처럼 휘몰아친다. 옥토버는 도시에서의 느낌을 나의 모든 감각이 뭉개지는 것 같다고 표현했는데, 내가 그 느낌을 느껴봤을 리는 없지만 어렴풋이 무슨 뜻인지는 알 것 같다. 도시인들의 오감은 살아있다 해도 살아있는 게 아닐 수 있겠지. 자연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던 감각이 도시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짓눌림이나 뒤엉킴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아빠의 부상은 심각했지만 조금씩 회복되어갔고, 옥토버도 한자리에서 분노하며 머물지 않고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유수프라는 친구와 프로젝트 과제의 짝이 된 것은 매우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박물관의 케이트 선생님을 통해 눈을 뜨게 된 사실들, 보물사냥꾼이 된 일, 사랑하는 올빼미 스티그의 비상을 보게 된 일, 엄마와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 일, 유수프와의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치게 된 일 등.... 이제 옥토버의 세상은 더 크게 열렸다. 성장하며 옥토버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독자들은 응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매력적이기는 하나 초반 진입이 조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느낌으론 낯선 문체 때문인 것 같았다. 화자인 옥토버의 1인칭 시점인데, 항상 현재형 시제를 쓴다. 보통은 나는 함성을 질렀다.”라고 할 텐데 여기서는 나는 함성을 지른다.”라고 쓰는 식이다. 원서를 보지 못하니 어떤 차이와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낯설었다. 그리고 대화글이 따옴표 없이 문장 속에 들어있는데, 의도가 있을테고 거기에 동의하지만 읽기의 편의성으로만 따진다면 따옴표로 구분하는 편이 편하기는 하다. 가끔씩 섞여있는 운문은 어려운 말로 되어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의도를 파악하려면 곱씹어 해석할 필요가 있는 문장들이어서 쉽지는 않다고 생각되었다. 초등 고학년 중에서도 독서력이 있는 학생들에게 권해줄 만하겠고 중학생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타인이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든 그것을 평가하지 말고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옥토버가 보물 사냥에 몰두하는 것이 내게는 좀 집착처럼 여겨졌지만 작가는 그것을 통해서 이야기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었다. 산산히 부서졌다 파묻힌, 이제는 본 모습을 알 수 없는 조각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누군가의 삶이었던 이야기. 세상은 이야기의 총체이며 나의 이야기도 그 일부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하다. 이 책은 이렇게 끝난다.

 

이야기들은 도처에 존재하고, 나는 그 이야기들 모두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모든 세상이 야생이며, 그 세상이 나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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