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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80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23년 8월
평점 :
'아름다운 아이'와 일련의 시리즈는 이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데, 첫 작품이라기엔 믿기 어려운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며 대성공을 거두고 '원더'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많은 이들이 그 아름다운 주제에 공감했고, 책의 문구나 영화의 대사들이 많이 인용되기도 했다.
그 작가의 신작이 동네 도서관에 진열되어 있길래 바로 빌려왔다.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면서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주제가 있었다. 세상의 가치가 아무리 다양화되고 개인화되고 쿨해졌다 하더라도 우리의 근본은 선함을 추구하지 그 반대는 아닐 것이다. 친절의 가치는 이미 전작과 영화에서 극대화된 바 있다. 이 작품에선 사람들의 인연, 그것도 죽음을 초월한 인연들까지 다룬다. 그게 나같은 사람들에겐 과해서 좀 부담스럽기도 했고, 애틋하고 아름답기도 했다.
이 작품에 좀 몰입이 어려웠던 이유는 판타지도 아닌데 시종일관 등장하는 '유령'의 존재 때문이었다.주인공 소년 사일런스와 어릴 때부터 동행한 유령 미튼울. 그는 어떤 존재일까? 그 외에도 이 책엔 여러 명의 유령들이 나오는데, 그들이 단지 회상이나 추억, 마음의 위로 등의 역할로만 등장하는 게 아니라 실제 사건 해결에 너무나 결정적인 역할들을 하곤 해서, 현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떤 유령의 존재는 정말 충격적인 반전이기도 했는데, 나의 느낌은 '엥.....?????' 이어서, 이 설정 자체가 내겐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작가의 주제로 볼 때 이 설정은 뺄 수 없는 것이었겠다. 물리적 단절로 끝낼 수 없는 사랑하는 이들의 애틋하고 소중한 인연. 그건 지금의 삶을 더 소중하고 책임있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의 배경, 인물, 사건 모두 흥미진진하다. 1800년대 중반 보안관이 활동하던 시대의 미국. 위조화폐범들이 아버지를 끌고 가버린 사건. 베일에 싸인 과거를 가진 구두장이이자 사진사인 아버지와 지금은 홀로 남겨진 아들. 그 아들이 그를 태우러 온 말 '포니'를 타고 아버지를 찾으러 가는 여정이 이 책의 줄거리라 하겠다.
똑똑하고 강인한 아버지의 보호 아래 있던 사일런스에게 그 여정은 말도 안되게 험난한 것이었지만, 신비로운 말 포니와 미튼울을 비롯한 수호자들의 도움으로 드디어 악의 세력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현실의 존재들로는 그지역 보안관과 부보안관. 첫 만남은 별로 미덥지 않더니만 그들은 정말 '찐'이었지 뭐야. 세상에 홀로 남겨진 사일런스에게 그들은 진정한 어른이자 가족이 되어준다.
너무 큰 슬픔도 있었고, 그에 못지 않은 위로도 있었다. 그리고 악은 그에 걸맞은 댓가를 받았다. 사일런스는 타인의 친절과 애타는 인연들의 사랑으로 잘 성장했다. 훌륭하게 짜여진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설정에 썩 몰입하진 못했지만, 인생을 대하는 작가의 진지한 자세가 여전히 느껴져서 좋았다. 허투루 살아버릴 수 없는 내 인생과 인연의 소중함. 정성껏 살며, 나쁘게 살지 말자. 친절함은 누군가를 구한다. 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작가는 계속 이 말을 한다. 전작보다 배경의 스케일이 더 크고 긴박하며, 취재와 공부도 많이 해야 되었을 작품으로 느껴졌다. 원더처럼 영화로 또 제작되어도 멋있을 작품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