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웜뱃 피아니스트, 월리 그림책 숲 29
로타 텝 지음, 카밀라 핀토나토 그림, 김여진 옮김 / 브와포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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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목요일마다 싱어게인 시즌3을 보느라고 새벽 무렵에야 잠들곤 한다. 싱어게인1에서 이승윤에게 열광한 뒤, 시즌2를 시작할 때 별 기대가 없었다. 그만한 인재는 이제 없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와 그런데 결국은 보게 되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대단한 사람들은 아직도 많았다. 시즌3이 되었다. 이젠 걸출한 인재들이 좀 빠졌겠지? 세상에나 천만의 말씀. 이렇게 잘하는 사람들이 왜 여태 볕도 못 쬐고 있다가 어디서 튀어나왔지?

 

이것 뿐만이면 말을 안 한다. 우리나라는 무슨무슨 내가 알지도 못하는 경연 프로그램도 많다. 얼마전엔 우연히 슈퍼밴드를 살짝 역주행해보았는데 미친 연주자들 투성이였다. , 천재들도 저렇게 자리 잡으려고 기를 쓰는데 그냥 수재급, 심지어 평재들은 어떻게 살라는 거임? 평재도 겨우 되는 내가 지금껏 벌어먹고 살았다는 사실이 신통방통하고, 역시 평재인 나의 딸과 아들이 이 경쟁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되나 걱정이 앞선다.

 

이번주 도서실 수업은 편하게 자유독서를 했다.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자리에서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신간 그림책 서가에서 머무르다 이 책을 뽑아들었다. 그림책을 아주 많이 읽어본 편은 아니라서 작가의 이름이 낯설다 생각했는데 이 책이 첫 책이라고 한다.^^ 대신 역자는 요즘 활발히 활동중인 선생님이시라 눈에 확 들어왔다.

 

월리라는 이름의 웜뱃은 피아노를 정말 좋아했다. 좋아해서 많이 치다 보니 어느새 세계 최고의 웜뱃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금세 더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젠 그냥 잘 치는 거로는 되지 않는다. 월리는 탭댄스 추면서 치는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하지만 경쟁자도 그걸 금방 넘어섰다. 이번엔 탭댄스 추면서 공굴리기까지 하면서 쳤다. 그것마저도 뛰어넘는 경쟁자가 있었다. 다음 장면에서 월리는 폭발하여 탭댄스 추던 신발을 집어던지며 더 이상 못 하겠어!” 라고 소리를 지른다.

 

월리는 피아노를 포기하고 피아노에서 멀어진다. 그래도 다른 일들을 하며 일부러 바쁘게 지낸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한 이시대의 능력자들을 보는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럴수록 피아노가 자꾸만 생각났다. 어느날 밤 밖에 나갔다가 집 근처를 어슬렁대는 다른 웜뱃을 만났다. 그는 이전 경쟁자 와일리였다. 그는 월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랑 피아노 연주하던 때가 그리웠거든.”

네 덕분에 피아노를 더 열심히 연습해서 나도 잘 치게 되었거든.”

 

둘은 마음이 통했고, 함께 연습하다 보니 세계 최고의 콜라보 공연도 하게 된다. 여기서 끝내는게 맞을 것 같은데.... 한 장이 더 남았어. 그 마지막 장면에서 풋!!ㅎㅎㅎㅎㅎ 아, 넘나 현실적이다. 그렇지, 현실은 그래.ㅋㅋㅋㅋ

 

그래. 최고는 계속 경신되게 되어있어. 그러니 내가 생애 한 번쯤 최고를 찍어보아도 좋은 거고, 그렇지 않다 해도 상관은 없어. 바퀴벌레인가 싶게 능력자는 나오고 나오고 또 나오더라고. 그니까 스트레스 받지 말자. 상투적인 말인 것 같지만 내가 이것을 하면서 행복한가가 더 중요한 것이니까.

 

사회 안에서 살아가면서 경쟁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눈 가리고 외발자전거 타면서, 불꽃 내뿜고 훌라후프 타면서 피아노를 치는 그 장면은 우리 사회 극한 경쟁의 모습을 그림 한 장에 너무 재치있게 담았다. 그냥 하나쯤만 잘해도 만족하면 안될까. 하나도 잘하지 못해도 주눅 들지 않고 살면 안될까. 저마다 자녀들에게 팔방미인이 되라고 밀어붙이는 사회는 너무 잔인하지 않을까.

 

평범인으로 살아가는 나같은 사람은 SNS를 하는 것 자체가 자괴감을 촉진하는 행위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하지만 기억하자. 영원히 박수를 받는 사람은 없다. 박수 자체에 너무 의미를 두지 말자. 월리에게 가장 행복하고 설렜던 순간은 와일리가 다가왔던 순간이었지.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 이 책의 주제가 그것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그냥 여기서 끝맺으려고 한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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