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달 달려요 웅진 우리그림책 113
김도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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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의 결정적인 장면에서 살짝 놀란 나는 아직도 한참 멀은 사람이다. 학교에서는 사회시간에 한창 편견, 차별,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해놓고선.... 그뿐인가? 이전 단원에선 사회변화의 키워드로 저출산, 고령화를 다루었다. 그 이전 단원에선 도시와 촌락의 문제점을 공부했다. 이 얇은 그림책 한 권에 이 모든 주제가 담겨 있었다. 감탄했다.

그렇다고 이 책의 느낌이 무겁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더욱 감탄스럽다. 그림부터 아름답다. 색감이 너무 예쁘고, 표정도 살아있는 사랑스러운 그림. 이런 곳에 살아보고 싶어지는 그림이다. 서사는 어떻고? 그 또한 아주 맘에 든다. 등장인물들은? 인정 많고 유쾌한 사람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 책은 비현실적인가 라는 생각이...? 아니다. 절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냥 이곳을, 이 마음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단단하게 올라온다.

제목에 나오는 ‘달달달 달리는’ 것은 경운기다. 그렇다. 이 책의 배경은 농촌이다. 한창 추수에 바쁜 가을. 주변은 너무 아름답고 주민들은 너무 바쁘다. 그런 중에 동네 방송으로 울려퍼지는 이장님의 목소리.
“그.... 농번기라 다들 바쁘시것지만 가실 수 있는 분들은 그... 내일 아침 6시까정 저...기 마을 앞 느티나무로 나오시면 됩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이장님은 경운기를 단단히 채비하고 자기 과수원의 사과를 한 상자 싣고 출발한다. 느티나무 앞에는 네 분의 할머니가 각자 뭔가를 바리바리 싸들고 기다리고 계셨다. 헐레벌떡 뛰어오신 할아버지까지, 총 6명의 주민이 경운기로 길을 떠난다. 이런 말들을 나누면서.
“온 마을 경사여.”
“경사구말구유.”
“우리 어릴 적엔 참 북적북적혔는디.”
“그러게 말여유.”

경운기는 가을의 논을 지나, 밭을 지나, 오르락내리락 산길까지 지나간다. 밤나무 숲을 지날 때 따가운 밤송이들이 떨어지는 모습, 롤러코스터처럼 경운기로 오르막 내리막을 타는 모습이 아주 재미나게 표현되어 있다. 풍경은 또 얼마나 이쁜지. 한 장 한 장이 작품이다. 작가님의 다른 책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이렇게 하여 드디어 도착한 곳은.... ‘탕’씨 부부의 집이었다. 할머니들이 탕씨 부인의 손을 잡고 “고생 많았구먼.” 하신다. 짐작한 대로, 이 집에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할머니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것이 뭐겠어. “어머나, 이뻐라!” 하며 모두가 들여다보는 그곳엔 얼굴이 까맣고 머리가 곱슬곱슬한 아기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우리의 농촌마을 깊숙한 곳에 외국인 부부가 정착한 것이다. 마을 어른들은 그들을 이모저모 보살펴 주고. 할머니들이 바리바리 가져온 보따리들엔 김치며, 떡이며, 고구마 등의 각종 농산물에다 미역, 참기름과 들기름, 천기저귀, 아기옷과 딸랑이까지 있다.
“얼마 만에 아가를 보는 겨?”
“건강하게 잘 커야 혀.”
이런 대화 속에 교과서에서만 가르쳤던 촌락의 문제들이 들어있다. 마을 노인네들은 아가도 보고, 미역국도 끓이고, 밭일도 봐주고, 장 담근 것도 봐주며 이 새로운 마을 식구를 살뜰하게 살펴준 후 바이바이 작별하고 달달달 경운기로 왔던 길을 돌아온다.

얼굴색이 다른 아기를 보고 기뻐하고 예뻐하며 축복하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보았다면, 나는 한가지 생각이 더 들어서 좀 착잡한 마음도 되었다. 촌락의 이야기는 이제 이렇게 쓰여질 수밖에 없는가? ‘이렇게도’ 쓰여지는 것은 물론 좋지만 ‘이렇게밖에’ 쓰여질 수 없다는 것은 또 새로운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작가님은 물론 '이렇게도' 쓰신 것이고 이제 그 첫걸음인데 노파심이 너무 심하단 생각도 든다.^^;;;; 부디 이 작고 예쁜 마을의 다양성과 수용력, 나눔과 인정이 우리나라 전체의 것이 된다면 좋겠다. 지금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 책에 감사하며, 이런 희망이 향기처럼 퍼져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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