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탐정 실룩 2 - 사라진 반짝 샴푸 비법서 변비 탐정 실룩 2
이나영 지음, 박소연 그림 / 북스그라운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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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작가님의 기존 작품 느낌에 익숙해 있다가 이 책의 1권을 접하고는 굉장히 낯설었다. 새로운 코믹추리물의 등장? 일단 그 장르가 별로 내 취향이 아니어서 큰 매력을 못 느꼈고 홈즈와 왓슨을 연상시키는 실룩과 소소의 캐릭터도 그렇게 확 끌리는 매력은 없었다. 코믹추리물을 위한 설정 변비도 그냥 그랬다. 그렇게 읽고 넘겼는데! 얼마 후 검색해보니 이 책의 판매지수와 순위가 엄청 높았다. 와우! 역시 나는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구나. 대박예감을 잘 못한다.ㅎㅎ 외국에까지 판권이 팔렸다고 하니 인기를 끌 만한 요소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2권이 나왔길래 궁금해서 읽어봤다. 팔랑팔랑 팔랑귀의 느낌일까? 훨씬 재밌게 느껴졌다. 어느 현장에서나 화장실부터 뛰어가는 붉은 토끼 실룩 탐정을 보면서 뭐냐...’ 하던 느낌이 , 또 시작이구나.^^’ 하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수다쟁이 참새 소소의 캐릭터는 더 친근하다. 익숙하다는 건 지루함의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기대와 흥미의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느낀다. 그러니까 되는 작품은 후속편이 계속 나오는 거겠지. 실룩도 처음부터 시리즈로 계획된 책이다.

 

읽다보니 여러 장점들이 있었다. 첫째는 코믹 장르라고 하지만 언어가 저속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하나마나한 말장난이나 모욕적 언사나 가벼운 유행어로 끌어나가는 코믹물들 보면 짜증나는데, 정통 문학을 하시는 작가님의 자존심이 그걸 용납하지는 않겠지. 덕분에 어린이들에게 권해줄 만하다.

 

둘째는 추리적 재미가 괜찮다는 점. 다만 중학년 정도까지? 고급 추리물을 많이 읽어본 고학년 어린이들에게는 충족되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의 독자연령으로 잡은 저학년에게 추리동화 입문으로는 매우 훌륭하다. 개인적으로 살짝 아쉬운 점은 내가 초반에 범인을 알아맞혀버렸다는 점. 그건 내가 추리를 잘해서라고 하자.ㅋㅋ 맞추든 못 맞추든 결말까지 가야 결과를 알 수 있으니 독서흥미를 유지하는 데 별 문제는 아니다.

 

세 번째는 사건의 해결이 작품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의미있는 주제가 과하지 않게 들어있고 옛이야기(라푼젤)와의 연결도 재밌다. 1권은 사과도둑을 찾는 추리였고 2권은 샴푸기업 가문에 이어져 내려온 샴푸 비법서를 찾는 추리다. 샴푸와 라푼젤.ㅎㅎ 너무 어울리는 연결인데, 결국 아름다움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고 나이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결말이 몹시 마음에 든다. 하하하.... 어린이들이 여기에 주목하진 않겠지만 남에게 보이는 외모에 너무 집착하는 요즘 세대에 이런 메시지는 매우 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나영 작가님의 저력은, 이 새로운 시도가 쓸수록 정교해지고 자리를 잡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3권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외국에도 진출했다고 하니 거기서도 인기를 얻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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