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등등 동아리를 신청합니다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90
류재향 지음, 모예진 그림 / 시공주니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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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향 작가님의 책들은 번역 그림책들을 먼저 읽었고 동화로는 '우리에게 펭귄이란'을 읽었다. 내 취향이라고 좋아하는 리뷰를 썼었다. 좋았던 작가의 신작은 챙겨보는 편이라서 이 책도 찾아 읽었는데, 전작의 느낌이 살짝 가라앉은 후라 그런지는 몰라도 더더더 재미있는 거다! 장편이라 호흡이 좀 더 길어 그런 면도 있고, 어쩜 아이들의 마음이 (정확히 말하면 결핍과 욕구가) 이렇게 예쁘게 표현되었을까 감탄하면서 읽었다. 매끈하게 잘빠진 예쁨이 아니고 울퉁불퉁하지만 정이 가는 예쁨이라고 할까.

중심소재는 '동아리 부서 신청'이다. 학교에는 창체 시간이 있고 그중 일부는 '동아리활동' 시간이다. 이 부서를 어떻게 정해 활동하는지는 해묵은 문제다. 이거네 하고 딱인 방법이 있다면 무슨 걱정이랴. 아쉽게도 모든 방법에 단점이 존재한다. 코로나로 원격이던 때 우리 학교는 동아리시수를 최소로 줄이면서 1학급 1부서 구성을 했고 그러니까 실제로는 동아리가 아닌게 되어버렸다. 그냥 '특별활동'이 얼마간 추가된 셈이다. 나는 '창의미술부'라고 지어놓고 입체미술이나 정식 미술시간에 못다룬 이런저런 잡다한 작품활동을 시키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주도자는? 당연히 나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 전에는 각 담임들이 본인이 운영가능한 부서를 서로 겹치지 않게 정해놓고 학생들이 골라 들어가게 했다. 당연히 선호부서와 비선호부서가 생기고 추첨이나 가위바위보를 해야하며 밀려서 원치않는 부서에 가는 학생들이 생기게 된다. 그시간은 학급에서 흩어져 각자의 부서 교실에 가서 활동하고 하교한다. 이 방법의 최대 단점은 학생의 욕구가 반영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부서는 대부분 체육관이나 운동장을 장소로 써야 하는데 겹치지 않게 조정하다보면 그런 부서를 많이 만들 수 없고 일부의 욕구만을 충족시킬 수 있다. 밀려서 원치않는 부서에 간 학생들은 열심히 참여하지 않게 된다.

내가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아이들의 욕구와 자율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학교들도 있다. 이 책과 조금 비슷한데, 학생들이 공고와 모집 등을 통해서 일정 인원을 구성하면 정해진 차시만큼의 계획서를 받고 동아리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다양한 부서들이 난립하고 그 모든 부서를 담임이 관리감독해야 하는 난관이 따른다. 수업시간인데 뭔가 알차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교사의 강박과 그런 것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들과의 간극도 괴로운 점이다. 모든 책임을 담임이 다 뒤집어쓰는 학교의 구조에서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기에 허용할 수 없는 범위가 많다는 것도 갈등요소가 된다. 한마디로 동아리 몇시간 하자고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는 고생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 또한 현실에 대입하면 위와 같은 문제들을 제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물웅덩이 탐험가' 라든가 '구석구석 탐방대' 같은 것. 작은 사고라도 났을 때 겪어야 할 고초를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휴.... 하지만 난 이 책을 현실에 대입하지 않기로 마음먹으며 읽어나갔다. 현실에 맞는 말만 하자면 못하는 말이 얼마나 많겠어! 그런거 따지지 말고 읽자!! 결과적으로 재미나게 미소지으며 읽을 수 있었다.

화자인 솔이는 평범하고 눈에 잘 안 띄는 아이인데 어쩌다가 동아리 신청에 대한 의견을 담임선생님께 말했다가 중책을 맡게 된다.
"솔이가 직접 신청을 받고, 신청한 아이들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눠 봐. 그리고 정리해서 정식으로 학교에 건의하는 거야."
며칠동안 많은 신청서가 들어왔고, 솔이는 도서관 모임방에서 신청자들을 한명씩 인터뷰하기로 했다. 얼떨결에 면접관 같은 위치가 되어버린 솔이. 이 책의 대부분은 그 인터뷰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명씩 만나보는 아이들의 신청서에 얽힌 이야기. 어쩜 아이들은 이렇게 좋아하는 것도 소중히 여기는 것도 다르고 성격이나 생각, 상황들이 다 다르면서도 공감이 될까.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그동안 못해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위에도 썼듯이 솔이는 평범하고 조용한 아이지 달변가는 절대 아닌데, 곰곰히 생각하며 집중해서 들어주고 한두마디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면접(?)인지 상담(?)인지 모를 자리들은 충만하게 채워졌다.

나도 우리반 아이들의 신청서가 궁금하다. 부서도 부서지만 이유가 더 궁금하다. 들어줄 수도 없는데 묻기가 부담되지만.... 근데 실제로 물어보았을 때 이 책에 나온 것 같은 다채로운, 예상을 깨는, 자신의 상황과 가치관과 욕구가 잘 반영된 부서가 나올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의외로 정하기 어려워하거나 한쪽으로 우루루 쏠릴 수도 있다. 이 책에 나온대로 자신만의 신청서를 쓸 수 있는 아이들은 그 자체로 매우 건강한 아이들이다. 언젠가 음악학원에 잠깐 다닐 때 거기 원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뭘 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아이들 천지라고. 엄마가 답답해서 손잡고 끌고 오는 애들이 대다수라고.

이 책의 마지막장을 보면 솔이는 행복하다. 학교생활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짧은 시간과 작은 기여감이 생겼을 뿐이지만 솔이의 세상은 달라졌다. 살면서 그 마음이 꺾이지 않길 빈다.

기타등등 동아리. 누구에게나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혼자있기를 좋아하는 나도 진정으로 혼자이고 싶지는 않더라. 그리고 늙은이들에게 동아리가 더 필요해... 다들 궁리해봅시다. 혹시 모르지요. 작은 행복을 찾을지도.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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