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 나 혼자도 잘할 수 있다는 착각을 깨 주는 책
네드 하틀리 지음, 스튜디오 무티 그림, 권은정 옮김, 이정모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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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게시판에 올라온 몇 권의 책 중에서 이 책을 골랐다. 주제가 협력/협동이고 많은 사례가 들어 있으며 각 사례당 내용이 두 쪽에 간략하게 들어있어 수업에 활용하기 좋을 것 같아서였다. 도덕 단원 중 협동에 대한 단원이 있는데 그 때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골라서 예화로 읽어주어도 괜찮고, 두 권쯤 사서 분철하면 한반치 읽기자료를 만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우리반이 4학년인데, 그보다는 수준이 좀 높다고 느껴졌다. 6학년 정도에 딱 맞을 것 같다. 중학생들이 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체가 100쪽이 조금 안되는 분량이며, 각 꼭지당 본문이 길지 않고 그림도 선명한 칼라로 거의 절반에 가깝게 들어 있는데도, 읽기에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특히 올해 우리반 아이들이 착하기는 한데 배경지식이나 상식이 풍부한 편은 아니어서, 어려워할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문장을 어렵고 딱딱하게 쓴 것은 아닌데, 내용 자체가 조금 어렵다. 총 7영역으로 되어 있는데 과학, 의학, 기술 영역은 그 분야의 특성상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대신 보호와 구조, 정치와 사회운동, 스포츠, 문화 영역은 그나마 말랑해서 함께 읽어볼 만하겠다. 국어 교과서에서 <사라, 버스를 타다>라는 본문을 통해 접했던 몽고메리 버스 안 타기 운동같은 장은 아주 반갑게 읽을 듯하다. 대중문화 영역에 두 장이 할애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아바이고 하나는 방탄소년단이다. 무심코 읽었다가 앗?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잖아? 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영국인인 저자가 사례로 고를 만큼 세계적인 팀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됨.^^

 

이와같이 중학년 어린이들에게는 말랑한 장을 골라 읽어주고 얘기 나누는 방법으로, 고학년에게는 전체를 읽기자료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하면 좋겠다는 나름대로의 방안을 생각해본다. 개인 독서로도 물론 훌륭하다. 한 권으로 꽤 많은 지식과 함께 훌륭한 가치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성격검사 하면 내향성이 100이 나오는 매우 극단적인 사람으로서, 혼자 하는 작업을 선호한다. 큰 일을 도모하는 걸 부담스러워하고 혼자 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런 나도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내가 발전했던 지점은 다른 이들과 함께 했던, 말하자면 협력했던 시간들이었다. 인간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분명하며, 함께 할 때 시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붙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름이 알려진 이들이라 할지라도 알고보면 그 이름 뒤에 숨은 수많은 조력자들의 힘이 일을 이루어냈다.

 

교사들이 열정적이던 시절, 우리는 인디스쿨이라는 연대 안에서 엄청난 공유를 이루어냈고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모여 배우고 나누었다. 그 감동적인 시절이 나의 젊은 날이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더 이상 교실 안에서 각자의 고통으로 시들어 죽을 수 없다는 자각이 다시 한번 연대를 만들어냈다. 이 고통의 터널이 지나면 내 젊은 날의 그 나눔과 공유, 협력의 기쁨이 다시 찾아올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보이는 빛은 바늘구멍보다도 좁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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