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괜찮아 마을에서 온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안드레스 게레로 지음, 남진희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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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도 참아주지 못하는 요즘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라는 느낌이 물씬 났다. 짧은 이야기다 보니 좀 극단적으로 표현되어 있긴 하다. 내 성격으론 동의 못할 상황들. 하지만 메시지에 집중해서 보려고 했다. 끝까지 읽어보니 아주 귀한 메시지였다.

제목이 아주 길고 메시지가 노골적으로 다 들어있다. '괜찮아' 마을에서 온 '행복한' 사람.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문장이다. 화자는 '그래도 괜찮아'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그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서툴다고 한다. 근데 그 서툰 모습이 내가 볼땐 절대로 괜찮지가 않았다. 아니 벽돌공의 담벼락이 무너지고 제빵사가 구워낸 빵이 딱딱하고 스쿨버스 기사는 길을 헤맨다니 그게 어떻게 괜찮아? 어느 직종이나 전문성이 필요하고 혹 다른 분야에서 서툴더라도 자기가 맡은 분야에선 그러면 안된다. 사회의 기본과 안전이 위협받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들도 언제나 완벽할 순 없고 실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극대화하여 보여준 거겠지 라고 이해하며 읽었다.^^;;;

화자는 어른이 되어 마을을 떠난다. '그러면 못참아' 마을에 도착했다. 아무도 그에게 관심주지 않았지만 '그러면어때' 양이 호감을 표시했다. 화자는 여전히 서툴렀지만 연인에겐 문제되지 않았고 둘은 결혼해서 두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은 어느 쪽이었을까? 엄마 아빠가 아닌 마을 사람들과 같은 성품이었다. 깐깐하고 웬만해선 맘에 드는 게 없었고 화를 잘 냈다.

부부는 나이가 들어 그 마을을 떠나 시골에 정착했는데, 화자는 거기서 텃밭도 잘 못가꾸어 상추 한잎도 수확하지 못한다. 아 이건 쫌 너무한거 아니야? 매력이 없잖아!ㅎㅎ 그러다 그는 드디어 할아버지가 된다. 딸이 아들을 낳아 손자가 생긴 것이다.

이때부터 화자는 정말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 이해하는 사람, 받아주는 사람, 완충하는 사람.... 아이는 (당연히) 서툴렀고 많은 실수를 하는데 아이의 엄마(화자의 딸)는 조급하고 이해심이 없어 화가 앞서고 소리부터 지른다. 이때 아이는 할아버지를 바라본다. "괜찮아." 라고 말해줄 행복한 사람이 거기에 있으니까. 손자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해 보인다.

사실 모든 것이 괜찮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잘해내야 할 것들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이런 단서를 붙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괜찮아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화를 내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니까요."

악의가 없는 지속적이지 않은 실수는 용납도 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요즘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 용납하려는 사람을 바보로 몰아붙이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조급하게 만든다. 이해하고 용서하다니, 바보냐? 호구야? 똑똑하게 굴어. 최대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받아낼 수 있는 것은 다 받아 내. 시간없어 빨리! 어리버리하단 선점당해. 니가 당한다고! 당하기 싫으면 공격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우리 귀에 계속 불어넣고 있는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이리 그악스러운 세상이 되었을까?

다 서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세상이다. 다 앉으면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데. 나만 앉으면 안보이잖아. "자 이제부터 앉겠습니다. 하나 둘 셋!" 이럴 수도 없고.... 손자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주인공의 뒷모습은 과거의 기억 속에 묻히는 것인가. 우리의 조바심을 빼 보는 시도, 그래도 큰일나지 않는다는 경험. 이런 것들이 쌓여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코웃음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세상, 긴장하지 않고 살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은 나도 주인공과 크게 다를 것 없는 허당이라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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