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곰 1 - 북극 열차와 마지막 탐험대원 보름달문고 90
김남중 지음, 홍선주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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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 30년간 들었던 연수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다시 되새기는 연수를 꼽는다면 7년전 서울교대연수원에서 받았던 '어린이문학의 이해' 연수였다. 물론 나의 관심사여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 강의 구성이 정말 좋았고, 작가님들의 생생한 육성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그때 만났던 작가 중 한 분이 김남중 작가님이었다. 어린이문학의 소재에 대한 말씀을 해주신 걸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김남중 작가님에게 딱 맞는 강의였던 것 같다.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대표적인 동화작가이기 때문이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비롯한 자전거 소재 동화들에는 작가의 체험과 땀방울이 그대로 담겼고, 또다른 작품들에는 열정적인 취재의 결과가 담겼다. 최근작인 이 <남극곰>을 읽는데 와 이거 엄청나게 취재하셨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소개글을 보니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북극곰을 실제로 관찰하셨다고 한다. , 2년 전엔가 읽었던 <빨간 여우의 북극 바캉스>를 쓰신 오주영 작가님도 그 배를 타셨다고 했는데? 여러 작가님들이 참가하셨던 건가? 하여간 작품을 쓰기 위한 취재는 때로는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싶다. 이렇게까지 취재했는데 기대한 작품이 안 나오면 정말 괴롭겠다. 그냥 취재했던 과정 그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하지만 다행히도 오주영 작가님의 작품도 이 작품도 다 멋지다. 전자가 귀엽고 저학년용이라면 이 책은 고학년용이고 스케일이 매우 크다.

 

<남극곰>이라는 제목은 2권에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1권에서는 북극행이 그려진다. 실존 인물인 아문센이 나오는 것부터가 놀라웠다. 북극점 정복을 시도하다가 피어리가 먼저 정복하자 남극점으로 목표를 돌려 결국 성공한 인물이다. 이 책에서는 아문센에게 북극곰 조련 의뢰를 받고 도전했지만 포기하고 실패했다는 비에리라는 인물이 나온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후손들이 나온다. 그들의 목표 또한 북극점이다. 이미 정복한 곳을 도전하는 게 의미가 있나? 이게 독자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개연성이다. 나는 모험을 싫어하기 때문에 약간 고개를 갸웃하며 겨우 설득되었지만, 웬만한 독자들은 다 설득되리라 생각한다.ㅎㅎ

 

1권의 부제는 북극열차와 마지막 탐험대원이다. 여기서 북극열차는 선로를 달리는 열차가 아니다. ‘개썰매를 생각하면 쉬운데, 그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끄는 동물이 북극곰이다. 위의 비에리 가문과 관련이 있다. 북극곰은 길들여지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는데 어떻게 가능했을까? 놀라운 내용이 나온다. 이 책은 스포를 주의해야 할 것 같아 여기까지만.... 그리고 마지막 탐혐대원은 이 책의 주인공 은우다. 해병대 출신인 아빠, 특전사 출신인 엄마와 달리 집에서 게임이나 하는 게 제일 좋은(나랑 비슷하네. 게임 빼고는ㅋ) 은우가 어쩌다가 마지막 탐험대원이 되었을까? 어쩔 수 없이 휘말린 그 과정. 그 과정에 스토리의 흥미와 긴박함이 집약되어 있다. 나로 말하자면 모험도 싫고 이름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 위험한 일을 왜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나같은 사람만 있다면 세상이 여기까지 오지 못했겠지. 이 책에는 그렇게 도전하고 모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가님들이 타셨다는 그 쇄빙연구선은 환경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오주영 작가님의 책에도 환경과 관련된 메시지가 들어있었다. 이 책도 그럴 것 같다. 발단 부분의 소재가 바나나인 걸 보면 말이다. 은우가 화단에 심은 바나나가 드디어 열매를 맺는다! 개인적으로는 기쁜 일이지만 지구 관점에서 보면 위기고 슬픈 일이다. 사소하지만 바나나의 한살이를 설명한 부분도 그냥 쓰여진 부분은 아니고 공부가 필요했겠다 생각되었다. 책 한 권은 그냥 한 권이 아닌 것이지.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런 책들은 가벼이 읽을 수가 없다.

 

1권에서 일행은 북극까지 가게 되었는데, 2권에서 이어지는 모험은 어떤 것이며 어떤 과제를 안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2권의 부제는 <노아의 방주를 막아라>이다. 노아는 1권에 나온 어떤 인물의 이름이기도 한데, 중의를 담고 있지 않을까 짐작한다. 2권이 마지막일까? 궁금하네. 빨리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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