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순이가 기다립니다 초승달문고 47
윤성은 지음, 경혜원 그림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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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라는 노래가 버림받은 반려동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얘길 들었다. 잘못 안 걸수도 있다. 하지만 듣는 사람 귀에 그렇게 들린다면 그런 거지 뭐.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여기 서 있으라 말했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물끄러미 선 채 해가 저물고
웅크리고 앉아 밤이 깊어도
결국 너는 나타나지 않잖아
거짓말, 음, 거짓말

이 책의 금순이가 바로 저 노래가사와 같다. 금순이는 갈색 푸들이다. '언니'가 놀이터 벤치에서 "금순이, 기다려." 해놓고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어제도 오늘도 놀이터 벤치를 지킨다.

유기된 반려동물의 이야기는 요즘 동화에서 꽤 단골소재인데도 이 책의 느낌은 기시감이 전혀 없고 완전히 새로웠다. 빨간 새(마법사 할머니) 때문인가? 할머니는 금순이를 여자아이로 변신시켜 주었다. 딱 하루동안.

외로운 금순이는 놀이터에서 또다른 외로운 아이 '사랑이'를 만난다. 사랑이는 스스럼없이 금순이를 언니라고 부른다. 다행히 사랑이는 버려져 외로운 게 아니고 고깃집을 하는 부모님이 너무 바쁘셔서 그렇다. 순수한 사랑이와 순수할 수밖에 없는 금순이는 금세 친해져 즐겁게 논다.

사랑이 부모님이 고깃집을 한다는 설정은 찰떡이자 웃음코드이기도 하다. 금순이가 개니까 상상 가능하잖아? 우리집 개 밥그릇에 닭가슴살이라도 찢어서 놓아줄라치면 개는 '기다려' 라는 말에 꼼짝을 못하면서도 안절부절한다. 그러다가 '뚝' 떨어뜨리는 침 한방울. 그 생각이 나서 한참 웃었다. 다행이다. '언니'는 가버리고 오지 않지만 이렇게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어서.

금순이가 사랑이와 함께 냄새로 탐색해 '언니'와 함께 살던 연립주택을 찾아내는 장면, 거기서 '언니'가 트럭에 짐을 싣고 이사가버렸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장면, 둘이 공놀이하는 장면 등이 모두 재미있다. 모든 장면에서 금순이가 개라는 것이 드러나지만 사랑이는 알아채지 못한다. 당연하지, 누가 짐작할 수 있겠어? 그래서 어린이 독자들은 더 재미를 느끼며 읽을 것 같다. 독자만 알고있는 이 상황에 대해.^^

독자들이 알고 있는 것이 또 있다. 이 행복이 하루짜리라는 것. 금순이는 다시 개로 돌아가야 한다. 같이 놀던 언니를 잃은 사랑이의 외로움은 또 어째? 하지만 이 책의 결말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재미는 반전에 있는 것이 아니고 공감과 흐뭇함에 있다.

언젠가 난 개를 '기다리는 동물' 이라고 칭한 적이 있다. 한곳을 꼼짝않고 바라보는 그 뒷모습이 마음 아파서. 하지만 기다리는 존재가 개만은 아니겠지.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78쪽)

기다리는 숙명을 피할 수 없는 바, 작가는 나름 해피엔딩을 제시했다. 그건 '함께 기다리는 것'이다.
"혼자 기다리는 건 쓸쓸하지만 함께 기다리는 건 꽤나 든든하거든요." (93쪽)
이게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리고 제목은 '금순이가 기다립니다'. 잘 엮어낸 한 편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저학년부터 중학년까지 추천해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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