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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이야기와 노래가 있는 교실놀이 - 백창우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 삶을 노래하다 ㅣ 교실 속 살아 있는 문화예술교육 3
백창우.이호재.한승모 지음 / 푸른칠판 / 2023년 7월
평점 :
이 책의 홍보를 접하고 많은 선생님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 조합 무엇? 어린이세상에 머물며 수많은 곡을 만들고 부르신 백창우 선생님, 초등이 자랑하는 작곡가이자 공연기획가인 이호재 선생님, 아카펠라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음악교육의 대가 한승모 선생님이 한곳에 모이다니? 이들이 공저한 책이 나온다니 실화인가?
소문난 집에 먹을 것 없다는 말도 있기에 흥분하지 않고 책을 펼쳤는데... 우와 여긴 진짜 맛집이 맞습니다. 좋은 시, 좋은 노래, 좋은 활동, 좋은 수업이 함께 있었다.
여기 실린 곡들은 모두 백창우 선생님의 곡이다. (이호재 선생님도 왕성한 작곡활동을 하시지만 이 책에서는 백창우 선생님의 곡을 지도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만 서술함) 장별로 10곡씩 3장 총 30곡의 노래와 그에 따른 활동, 지도 팁 등을 담았다.
2학년을 맡았을 때,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 음반을 사서 여러 곡들을 아이들과 함께 부르며 지냈던 적이 있다. 책에 실린 곡들을 보니 그때 보았던 곡들도 있지만 낯선 곡들도 꽤 보인다. 특히 정유경, 송선미, 안진영, 김개미 등의 동시들에 붙인 곡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오, 내가 잊고 있던 사이에도 노래들은 꾸준히 나왔었구나. 저학년이 아니어도 지도할 곡이 충분히 많은데, 그동안 코로나로 음악활동이 위축된 탓도 있고, 나의 관심이 줄어든 이유도 있어서 꽤 오래 잊고 지냈다. 이 책을 읽으니 즐거움과 기대감이 다시 모락모락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에서 제시된 수업은 노래만 가르치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음악적 깊이를 더해가는 활동, 나아가 음악교과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활동으로 나아가게 되어있다. 노래 악보 뿐 아니라 악기연주로 이끌 수 있는 편곡 악보가 실려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음악적 전문성이 뛰어난 저자들의 강점이 유감없이 발휘된 부분이다. 예를들면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17쪽) 같은 쉬운 곡은 실로폰 2중주로 편곡되어 2학년 수업에서 해볼 수 있겠고, '내 길을 갈 거야'(78쪽) 라는 악보는 시플랫 음의 운지를 배운 4학년부터 연주할 수 있겠다. '누굴 보고 있나요'(127쪽)도 화음을 느껴볼 수 있는 2중주 편곡으로 되어있다.
실로폰이나 리코더같이 일반적으로 보급된 악기 말고 칼림바나 붐웨커 연주를 할 수 있는 악보도 실려있다. 칼림바는 살짝 만져보았는데 붐웨커는 한번도 못해봐서 매우 궁금하다. 학교에 악기를 구입할 수 있다면 꼭 배워서 해보고 싶다. 아, 컵타와 카주도 살짝 나온다.
악기 외에도 음악의 여러가지 요소들, 박자와 리듬, 셈여림, 화음, 돌림노래, 음악기호 등등도 수록곡들을 통해서 지도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음악교과서와 병행하여 함께 사용할 부교재 겸 지도서로서 손색이 없겠다.
한가지 씁쓸하게 느낀 것이 있다. 격세지감을 느꼈다고 해야하나... 세상이 하도 험악하게 변하다보니, 나의 순수했던 시절 느꼈던 가사의 느낌이 지금은 좀 다르게 다가온다. 예를들면 '나혼자 자라겠어요' 같은 가사. 예전엔 좋아했는데 지금은 "뭐라고?" 순간 눈꼬리가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삐딱 삐딱' 이라는 곡도 마찬가지다. 굳이 이런 가사를 지도하고 싶지는 않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거지 뭐.... 아이들은 이미 넘치도록 삐딱하고 넘치도록 제멋대로 자라고 있으니까 굳이 그걸 장려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앞서말한 격세지감이란 그런 뜻이다.
이런 개인적인 감정이 살짝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모든 곡을 다 지도할 수는 없으니 문제될 것은 없다. 각자 마음에 드는 곡들만 골라 지도해도 충분하다. 음악적 활동의 범위를 넘는 각종 놀이활동들도 두 분 선생님들의 다년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반영되어 보면 볼수록 감탄스럽고 무릎을 치게 된다. 오 이건 정말 어렵지도 않고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데 이런 생각을 못했었네~ 하는 활동들.
지난 토요일 교사들의 집회에서 마무리곡으로 '꿈꾸지 않으면'을 불렀다. 그동안 묵묵히 앉아만 있다가 "배운다는 건" 하고 한소절을 내뱉는 순간 바로 눈물이 흘렀다. 노래란 그런 것이다. 내 마음의 버튼과 연결되어 있는 것. 아이들과 그런 노래를 많이 부르고 싶다. 교사들이 가장 힘든 시기에 나온 이 책이 많은 교사들에게 희망과 설렘을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