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B컷 문학동네 청소년 64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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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재를 한 낱말로 한다면 '편집'이다. 편집 당했어, 할 때의 그 편집. B컷이라는 제목이 그걸 짐작하게 해준다.

남들의 A컷을 보며 살아가는 시대다. A컷이 필요한 매체는 우리 일상을 둘러싸고 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편집'한다. 자신이 선택한 매체에 'A컷'을 올려놓고 남들의 반응을 살핀다. 그러다가 그 편집에 자신마저 속아넘어가기도 한다. 자신이 휴지통에 담은 B컷. 그게 마치 없는 것처럼.

나는 나이도 있고... 매체를 많이 사용하진 않는다. 그 흔한 인스타그램도 안하고 유튜브 채널도 없으니까... 고작 하는게 페이스북인데, 그거 하나의 부작용도 만만치는 않다.ㅎㅎ 다들 너무 훌륭해.... 나는 너무 평범해...ㅠ 하지만 여기서 꽤 많은 정보를 얻고 있고, 같은 직종의 사람들과 위안을 나누기도 하기 때문에 당분간 그만둘 생각은 없다.

아주 사소하게 나의 B컷을 예로 들자면....
퇴근할 때 이미 모든 힘이 다 빠져서 오는길에 순대국이나 추어탕을 사와서 한끼 겨우 때운다. 냉장고에 먹을만한 반찬이 없다. 그러다 어떤 주말 모처럼 김밥 말아 바리바리 통에 담고 사진 찍어 올리면 나는 '요리도 잘하는데 나눠먹기까지 하는 부지런한 워킹맘'이 된다.ㅎㅎ
그날그날 겨우 준비해 수업하다가 모처럼 잘된 수업의 결과물을 올리면 나는 수업도 잘하고 결과물도 훌륭한 교사가 된다.
이런 식이다. 이렇게 해서 나의 A컷은 칭찬받고, 나자신마저 A컷을 나라고 믿게 되며 나의 진실이 담긴 B컷은 버려진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을 담은 청소년소설이다. 이금이 작가님의 필력은 믿어도 된다. 초등 고학년부터 어른들까지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 중2에서 중3에 올라가는 학생들이 주인공이고 시기는 2019~2020년, 코로나가 발발하여 전국민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그 시기다. 화자인 최선우는 공부는 그닥, 학원도 많이 다니지 않으며 게임을 좋아하고 영상편집에 소질이 있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선우가 그반의 인싸그룹의 유튜브 채널 '써빈로긴'의 동영상 편집을 맡아 해주게 되면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룹의 리더 격인 서빈이는 공부도 잘하고 매너도 꽤 괜찮다. 호구 노릇하는거 아닌가 하는 절친들의 우려에 선우가 "괜찮은 아이야."라고 변호를 할만큼 양호한 처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서빈이가 편집하라고 보낸 풀 영상을 보면서 선우는 가끔 쎄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결국에 나타난 실체는....ㅠ

결말이 심하게 충격적이거나 대단한 반전인 건 아니지만 끝까지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다. 평범한 학생인 선우의 선택이 매우 건강하여 고맙다. 어쩌면 평범한 학생이 아닌 건지도 모르지....

책 속에 작가님의 손글씨 엽서가 들어있다.
"여러분의 B컷을 응원합니다."
솔직히 나는 A컷마저도 별 게 아니어서 그 갭이 크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의 B컷을 한껏 응원하기로 했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버려진 B컷을 꺼내어 한번 보듬어본다면 훨씬 더 건강한 사람들이 되지 않을까. 어른들도 마찬가지. 영상편집 기술은 뛰어날수록 좋지만, 인생편집 기술은 없어도 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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