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량한 자전거 여행 3 - 그 애와 함께 ㅣ 창비아동문고 328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1권이 나오고 10년만에 2권이, 그리고 4년만에 3권이 나왔다. 꽤 오랜 시간 쓰여지고 그 이상 오랜 시간 사랑받는 책인 것 같다. 1권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고학년 온작품읽기 대표주자로 자리잡고 있다.
책을 넘기게 되는 동력은 궁금함, 다르게 말하면 기대감이다. 이 세 권은 모두 그 점에서 탁월하다. 3권도 앞의 두 권에 못지않았다. 특히 초반부분은 약간 신이 날 정도의 기대감이 있었다. 그 동력이 책을 단번에 끝까지 읽게 한다. 호진이는 1,2권에서의 자전거일주로 인해 학교에서 좀 알려진 아이가 되어있었다. 친구들의 관심 속에, 호진이가 말도 섞어보지 못한 넘사벽의 여학생 고은찬이 다가왔다. 자전거 여행에 데려가 달라고.
호진이, 은찬이, 그리고 은찬이 곁에 오래 있었던 지우. 세 명이 자전거 여행을 가게 된 과정이 좀 현실성은 없었다. 아이들끼리 할 수 없는 부분을 치연누나가 채워주기는 했지만, 그런 어른이 흔치 않다는 점과, 그렇게 어린이들의 의도와 계획을 전적으로 믿고 지원해주는 것에 쉽게 동의가 되지 않아서이다. 이건 나의 성격 탓이기도 하다.
약간 무리한 설정이긴 해도, 여행지역이 제주도라는 점은 새로운 재미와 기대감이었다. 제주도 역시 작가가 실제로 여행한 지역이라는 점을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시리즈 전체가 실감나는 첫 번째 요인이다. 작가가 자전거여행 매니아이며 그 여정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점. 그게 제주도라니. 나는 가능하지도 못하면서 설레었다. 자전거로는 안되지만, 해보고 싶은 여행길이긴 하다.
여기서는 은찬이라는 새로운 주인공에 주목한다. 모든 것에 역량이 너무나 뛰어난 아이. 심지어 운동도 잘해. 자전거 여행에 경험자인 호진이만큼은 못하지만 무리없이 여정을 시작하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뛰어난 역량이 아이를 옭아맨 족쇄가 된다. 부모의 욕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이 어릴 때 ‘혹시 우리 애가 영재인가?’ 라는 착각에 빠지지만, 지극히 평범하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은찬이네 부모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은찬이가 모든 것을 너무 잘해냈으니까. 게다가 뒷받침해줄 재력도 된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 은찬이의 일과는 분단위로 채워졌다. 그걸 또 해내는 은찬이. 하지만 표정은 어둡고 입은 굳게 닫혔다.
자전거 여행을 보내려는 것도 일종의 스펙 때문이다. 다양한 이력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공식적 자리는 다 찼고, 세 아이는 비공식 자기들끼리의 여행을 도모한다. 1,2권에 계속 등장했던 삼촌의 여친 치연누나의 이해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라면 도와주지 않았겠지만.... 은찬이 부모 같은 사람들한테 나중에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하지만 때로는 무모함 때문에 새로운 일들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법.
은찬이에게 이 여행은 일탈이자 자기 자신을 찾는 길이다. 오랫동안 은찬이를 좋아해온 지우에게는 고백의 기회이기도 하고, 호진이의 마음에는 예기치 못했던 사랑의 충격이 다가오기도 한다. 아이들은 그렇게 삼각관계 속에서 고난의 여행을 진행하는데, 사랑에 질퍽거릴 만큼 한가한 여정이 아니었으므로 독자들을 그렇게 짜증나게 하지는 않는다. 호진이와 지우 둘 중의 하나와 사랑이 엮어졌다면 남은 한 명이 쓸쓸해졌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어서...^^;;;
삼촌 또한 목적이 있어 치연과 둘만의 여행을 계획했건만, 불청객과 같은 세 아이를 모른척 할 수는 없어서 자꾸만 엮인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힘들구나.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도 있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든 어른이든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라는 법은 없다.
결국 아이들의 여정은 계획대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분노한 은찬이 부모가 중간에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김에 은찬이 부모는 사진사까지 붙여 여정을 기록하려 하나, 오히려 은찬이는 거기에서 그만둔다. 이건 자신을 찾는 여행이 더 이상 아니기 때문에. 얘는 진정한 능력자구나. 부모가 망치지만 않으면 스스로 잘 크겠는데, 맞서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다.
은찬이와 갈라진 호진이는 돌아오는 교통편으로 배를 선택했다. 갑판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으로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여기에서 진짜 끝일까? 4권이 있을까? 초등학생 마지막 학기의 이야기니까, 다음은 청소년 소설로 4권이 나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미 이 책에서 ‘내 인생에서 큰 의미인 그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부제도 ‘그 애와 함께’니까. 나의 고된 여정에서 함께 페달을 밟을 그 애. 그 애를 생각하며 오늘 나만의 페달을 밟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